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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박경림은 여자 방송인사에 획을 그은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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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하지만 20년 동안 마이크를 들 기회를 잡았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 것을 어떻게 보답할지가 고민이다.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리스너로서 정말 외롭고 힘들 때는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줬으며 좋겠는데 말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은데 듣고자 하는 사람이 과연 많을까 하는 생각에서 잘 들어주는 사람 한명만 있어도 살아가는데 힘이 나니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 숫자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해도 감회는 남다를 것 같다.
─ 인맥왕으로도 유명한데 20년 동안 업계를 떠난 사람도 계속 같이 하는 사람도 있다. 떠나 보낸 이들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물론 나는 내 자신에게 늘 응원해주려 한다. 응원도 해주고 질책도 해주고 그렇다. 뒤돌아봤을 때 지금 하지 않는 분들은 또다른 삶을 잘 살고 계시는 거다. 필드에 있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아닌거고는 없다. 어떤 게 누군가에게 더 큰 행복을 줄지는 모른다. 선택에 의한 거다. 삶의 소중함과 크기는 같다고 본다. 누구에게든 20년은 소중하고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분이 살아오신 게 너무 응원해드리고 싶고 의미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는 운도 좋았다. 감사한 마음은 있지만 더 낫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모두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값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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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동안 마이크를 잡으며 당황스러운 일들도 많았을 것 같다.
그때그때 있었을 거다. 늘 들어가기 전에 오늘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들어간다.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문제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괜찮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들어간다. 그리고 내가 해야하는 일이 그거다.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지만 그 순간에 이게 어떤 일인지는 알아야 할 거다. 문제가 있으면 사과도 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일이라 빨리 인지하고 사과나 양해를 해야 하는 건 빠를수록 좋으니까. 그런데 '절대 안 일어날거야'는 없다. 특히 영화 진행을 하다가는 말하면 안되는 스포일러가 나오기도 하고 그런다.
─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인가.
라디오 진행 도중 오프닝 멘트를 잘못했을 때다. 내가 잘못한거다. 제대로 대본을 살피지 못했고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더 노련했다면 순간적으로 멘트를 빼고 할 수 있었을 건데 거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인식하는 순간 빠르게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지하는 순간 심장이 떨렸다. 그래서 첫 곡 나가고 바로 사과했다. 그걸 느낀다는 건 분명한 잘못이다.
─ 사실 제작진이나 다른 사람 탓을 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자신의 것으로 모든 걸 받아들이는 것 같다.
나도 옛날엔 남탓 많이 했다. 그런데 이걸 그냥 읽는 역할이라 합리화 하기에는 그러면 안되는 거다. DJ로 마이크를 잡고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면 당연히 미리미리 해야한다. 지금와서도 그런 생각이다. 미리 안한 내 잘못이다. 누굴 탓하겠나. 내가 내 대본을 미리 안봤는데. 그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내 잘못인 것 같다.
─ 박경림의 목표는 무엇인가.
옛날에는 내 이름을 건 토크쇼라고 했는데 지금은 오랫동안 마이크 잡고 많은 사람 만났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함께 하며 많은 이야기 들으며 함께하는 게 내 목표다. 송해 선생님 같이 되면 완전히 영광이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정말 어려운 거다. 나에게 기회가 계속 주어진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니까 열심히 해야 한다. 하늘은 공평해서 준비한 사람한테 기회를 준다. 지금 10년 준비해야 다음 10년이 있다는 걸 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위드림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