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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인터뷰②] 박경림 "결혼-출산 후 경력단절 슬럼프, 위로 위해 마이크 잡았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9-17 07:59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박경림은 도전의 아이콘이다.

초등학교 5학년 학교 소풍에서 처음 마이크를 잡았을 때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말 한마디에 웃고 환호하는데에서 강한 희열을 맛본 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웃고 우는 방송인이란 직업에 매료돼 고등학생 때부터 방송인의 길을 걸었다.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별이 빛나는 밤에' '일밤' '느낌표' '동거동락' 등 당대 간판 예능 프로그램의 MC로 활약하며 2001년 제1회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대 여성 방송인이 연예대상을 받은 것은 전무후무한 일로, '최연소 연예대상'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박경림은 예능인으로서의 커리어에 만족하지 않았다. '논스톱'에 출연하며 연기에 도전하기도 했고, 박고테프로젝트를 통해 가수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성공을 거뒀지만 박경림은 2003년 과감히 활동을 중단했다. 오랜 시절부터 꿈꿨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미국 뉴욕에서 2년 간 연기공부를 하고 돌아온 것. 유학 뒤에도 '심심타파' '엑스맨'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전개했던 박경림은 2006년 자신을 믿고 응원해준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의 이야기를 담은 책 '박경림의 사랑'을 펴내기도 했다.2007년 결혼, 득남한 그는 2008년 자신의 데뷔작인 '별이 빛나는 밤에' DJ가 됐다. 2009년에는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서 트레이시 역을 맡아 '꿈'의 아이콘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두시의 데이트' 최초의 여성DJ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전무후무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레전드 방송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박경림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1999년 대학로에서 국내 최초로 토크콘서트를 열었던 그는 15년 만인 2014년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를 다시 한번 선보였다. 박경림의 토크 콘서트는 시즌3까지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며 또 한번 새로운 개념의 콘서트로 팬들과 만난다. 오는 19일과 20일 양일간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토크' 콘서트가 아닌, '리슨' 콘서트를 여는 것이다.


─ 콘서트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뭔가.

시즌 1,2,3가 여성들을 위한 콘서트였다. 신바람난 여자들, 잘나가는 여자들, 로맨틱한 여자들이라는 콘셉트로 서울과 부산 공연을 했다. 내 생활이 내가 하는 일을 벗어날 수가 없다. 내가 느끼는 생각과 하는 말, 행동 이런 것들이 생활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스스로 정신과 육체가 힘들었던 시기가 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그런 시기를 겪었다. 가정에 집중하려고 육아예능은 거절하다 보니 경력이 많이 단절이 됐다. 하나를 선택하면 잃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둘다 잘해내는 분들은 진짜 대단한거다. 그러다 일을 다시 시작하려다 보니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 이런 건 나도 처음이라 예상이 되는 게 아니었다. 그런 시기를 겪으며 나와 같은 상황,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사람들이 참 힘들겠구나 싶었다. 나는 어디에 얘기하면 더 걱정할까봐 속으로 힘들어한다. 그런 분들을 위로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한 콘서트였다.

─ 리슨 콘서트에 대해 소개해달라.

내가 생각하고 짐작해서 함께 위로하고 즐기고 웃자라는 생각에서 기획했다면 이번 리슨 콘서트는 어찌보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는 것인가도 맞물려 있다. '그동안 여자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공연을 했다면 20년을 맞이한 박경림은 그동안 토커로서 살아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나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니다. 진짜 필요하고 정말 꼭 해야 하는 말을 하는 게 정말 잘하는 건데 그러기엔 내가 부족하다. '더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더니 잘 들어야 되더라. 집중해서 진심을 다해 들었을 때 정말 중요하게 꼭 해야하는 말이 거기에서 얻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듣는 게 뭘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말을 많이 하고 말을 잘 하려고 계속 살아왔는데 잘 듣는 사람이었나' 하는 의문이 있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나를 친근하게 생각해주신다. 길가다 만난 사람도 위화감 없이 본인 얘기를 해주고 그런다. 그동안 상대의 얘기를 들을 때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하지'를 생각했는데 어떠한 편견과 사견 없이 있는 그대로 그 이야기를 소중하게 들어주는 게 잘 듣는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야 상대를 알 수 있다. 이번에는 20년을 맞이해서 20년 쯤 살아본 사람들의 일상과 인생이 소중하고 의미있지 않나. 그 이야기를 정말 잘 듣고 싶어서 리슨 콘서트라고 했다.


─ 사실 콘서트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의미가 강한데 '리슨' 콘서트라는 것은 개념부터 생소하다.

리슨 콘셉트는 새롭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부터가 고민이었다. 뭐든 고민되고 걱정될 때는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요즘 사회가 남의 얘기는 잘 안 듣는다. 그리고 집중해서 듣지 않는다. 듣더라도 내 기준으로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에게 '듣는다'라는 게 참 중요한 건데 그걸 놓치고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에서 다시 시작했다. '어떻게 듣는 게 진짜 듣는 걸까'에 대해 계속 고민이다. 듣는 것에 중심을 두지만 결국엔 누가 얘기를 해야 듣는 사람이 있는 거니까 어떻게 그 사람이 이야기를 편하게 하게 할 수 있을지, 내가 어떻게 들을지, 내가 얘기할 때 관객은 어떻게 들어야 할지에 대해 계속 고민 중이다. 결국 토크와 리슨은 같이 가는 거다.


─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 부적절한 말이 나올수도 있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부담 혹은 걱정은 없나.

이제까지 방송을 하며 그런 적은 정말 많았다. 라디오인데 말을 안하고 고개를 끄덕여서 중계를 하는 등 당황한 적은 많다. 그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느냐, 큰 일로 만드느냐도 내 몫이다.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상대가 욕하기도 하고 여러 일이 있었다. 전화 연결된지 모르고 벌어졌던 해프닝이 많다. 보고 듣는 사람은 생방송이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함께 준비해야 하는 것 같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으나 하나 믿는 건 '박경림이 들어준다고 하니 한번 얘기하러 가보자'는 마음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다는 거다.

─ 사연은 어떻게 필터링을 할 생각인가.

라디오나 생방송 진행을 많이 했다.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나 해서는 안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그분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그분이 왜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할까 하고 생각하면 리슨 콘서트를 못할 것 같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좀더 들어드려야 할 것 같다. 표현이 서툴러서 말이 헛나오는 사람도 있다. 내가 바로 만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알겠나. 속단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그 이야기를 잘 끌어내야 하는 것도 내 역할이고, 사람들이 잘 듣게 하는 것도 내 역할이다. 나한테도 어떻게 보면 새로운 도전이다. 한가지 분명한 건 알수 없기 때문에 진짜 재미있을 것 같다. 어떻게 가도 좋을 것 같다. 그 전에 토크콘서트 할 때도 내가 준비하고 판은 깔아놓지만 만드는 건 관객들이었다. 관객 이야기에 예상치도 못하게 눈물을 흘리고 그런 지점이 있다. 그게 라이브쇼의 가장 큰 힘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우리는 로맨틱을 꿈꾸지만 노맨틱이란 콘셉트로 시즌3를 진행했다. 딸이 꾸미지 않는 엄마의 모습만 보며 컸는데 본인도 결혼하니 그렇게 살고있다는 사연을 보냈다. 그래서 우리가 미리 어머니 연락처를 받아서 몰래 따로 초대를 했다. 딸이 무대에서 이야기 나누는 사이 어머니를 메이크 오버를 해드렸다. 엄마가 나오는 순간부터 딸이 주저앉았다. 우리 엄마가 이렇게 예쁜지 몰랐다고 미안하다며 무대 위에서 나도 울고 따님 어머님도 울고 그랬다. 딸이 아는 엄마와 다른 거다. 어머니 건강 챙기시라고 마사지 선물권도 드리고 맞춤으로 준비했다. 공연날이 수능날이었던 때도 있다. 고3 자녀 부모님이 오셨더라. 아이는 시험을 보고 있고. 즐기고 아이한테 화를 덜 내려고 한다고 했다. 외국에서 오신 분도 있었다. 미국에서 오셨다고 해서 너무 놀랐던 기억도 있다. 새록새록하다. 엄마한테 제일 필요한 게 뭘까 싶어서 무대에서 밥을 차려 드리기도 했다. 밥이 나오는데 눈물 흘리시는 분들도 계셨고 3년을 하다 보니 다양한 일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 사실 지난 여성들을 위한 콘서트가 시즌3까지 모두 성공했다. 그 콘셉트도 신선하고 좋았는데 쭉 유지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1,2,3가 잘 됐고 평점도 잘 받았다. 그렇게 똑같이 하면 안되지 않나. 나는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설령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그럼 그 다음을 만들어주는 거기 때문에 이번에는 새롭게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들을 위한 콘서트는 타겟이 분명했다. 오전 11시 줌마들의 피크타임으로 시간을 잡았다. 이번에는 누구의 이야기도 듣겠다는 생각에서 구분없이 금토일로 잡았다.

─ 토크 콘서트를 계속하는 이유는 뭔가.

반 이상이 즉석이고 신청 받아서 사연을 보내 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1999년도에 처음 토크콘서트 한다고 할 때도 사람들이 '누가 말하는 걸 돈 내고 보냐'고 했다. 여자들을 위한 토크 콘서트 할 때도 그랬다. 항상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에도 내가 하고자 하는 건 위로해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감사하게 많은 분들이 함께 소통해주셨다. 나도 걱정은 되지만 그 걱정이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고 만들어주는 것 같다. 걱정 없으면 안되는 것 같다.

─ 위로를 전하기 위해 공연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박경림은 어디에서 힐링을 얻나.

나도 준비하면서 힐링을 얻는다. 진행을 하며 가장 큰 힐링을 얻는다. 내가 살고 있는 하루하루의 현실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누구라도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가장 큰 힘을 주는 게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라는 것에서 가장 큰 힘을 얻는다. '그렇다면 현실로 돌아가서 살아가보자 버텨보자' 그런 게 있다. 우리 공연도 그런 게 있다. 이 공연을 본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같은 고민이 있고 하는 데서 오는 위로가 있었던 것 같다. 나도 무대에서 관객들을 바라보며 그런 걸 얻는다. 그런 힘든 것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오는 거니까.

─ '인맥왕'으로 유명한 박경림이다. 이제까지의 공연에서도 화려한 게스트가 출동해 이번 공연 게스트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번에도 물론 게스트를 모신다. 나는 항상 맞춤형 게스트다.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말 육아와 일에 지쳐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힘든 분들을 위해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게스트를 초대하려 했었다. 그래서 설문조사를 많이 했다. 집밖을 나갔을 때 앞에 있으면 행복할 것 같은 사람, 내가 리즈시절로 돌아가면 꼭 만나고 싶은 사람, 그런 식으로 자세히 조사를 한다. 결과가 나오면 친분이 있던 없던 전화를 직접 드려서 설명을 다 하고 섭외를 한다. 너무 감사하게도 스케줄이 전혀 시간이 안 맞는 분들 말고는 다 와주셨다. 송승헌 오빠는 친분도 없었는데 와주셨다. 이번에는 리슨 콘서트고 20주년 기념 콘서트라 이분의 이야기를 듣고싶다는 분으로 모셨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위드림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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