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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폭발할 듯 뜨거운 인물을 연기할 때도 내면의 냉정함을 유지하고, 얼음처럼 차가운 인물을 연기할 때는 뜨거움을 발산할 줄 아는 '연기 귀신' 김윤석. 그가 지금까지 한 번도 그려진 적 없는 새로운 형사 캐릭터를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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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수사물의 형사 캐릭터와 전혀 다른 인물을 빚은 데에 대해 김윤석은 "그동안 형사는 수사물이라는 장르에서 소비되는 부분이었다. 육체적으로 파워풀하고 강하고 에너지를 넘치는 캐릭터를 많이 만들지 않나. 사실 우리 주변에는 그런 형사만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접근해가는 형사도 있다. 그런 캐릭터를 등장 시키는 영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동력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니까"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런 형사를 등장시키는 경우 시나리오 완성도와 리얼리티가 높아야 한다. 이야기 설계도 굉장히 복잡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용케 제가 그런 시나리오를 만나게 돼서 참여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김윤석인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인 형사님이 현장에 두 번 정도 오셨는데 오셔도 그냥 가만히 앉아계시고 감독님이 물어보시면 보시다 가시더라.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영화 속에서처럼 이 분이 가죽점퍼 입고 다니는 일반적인 형사 모습이 아니고 와이셔츠에 자켓의 회사원 같이 입고 다니셨다고 하더라. 그런 모습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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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시골에서 면 공무원 같은 형사만 해봤지 본격적으로 범죄 집단을 일망타진 하는 형사를 해본적이 없다. 내심 형사 역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그래서) 체감적으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제가 맡은 형사 캐릭터는 형사라는 캐릭터가 중요한게 아니라, 이 사람의 성격이나 특성이 중요했다."
후배 배우들과 자주 호흡을 맞춘 김윤석은 "유아인, 강동원, 하정우, 변요한 등 모든 후배들과 연기하는 게 다 편하고 좋았다"고 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삼촌과 조카 같은 느낌인데 이 친구들과 술도 한잔 할 수 있고 동종 업계의 고민도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주지훈은 김윤석을 '카스테라 같은 선배'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김윤석은 "스윗(sweet)한 모습을 봤다는 말 같았는데 제가 스윗하다"고 말해 웃음을 짓는다. 이어 "주지훈 씨와는 사석에서 한 두 번 만난 거 말고는 연이 없었다. 드라마 '마왕'을 보면서 굉장히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을 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라는 작품 시사회에 지훈씨가 와서 만나게 됐고 그 때 '꼭 작품을 같이 하자'는 말을 했었다. 하정우랑 친해서 그런지 능글 맞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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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연기의 비결에 대해 "무조건 연습 밖에 없다. 녹음하고 연습하고 계속 '연습연습연습' 연습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단언했다. "제주도 사투리 연기는 아직 안 해봤는데 제주도 사투리는 진짜 어려울 것 같다"면서 '도둑들'에서는 중국어 연기까지 소화한 것에 대해선 "외국어로 하는 연기는 두 번 다시 하고 싶지가 않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불 같은 연기를 펼치는 배우'라는 평가에 대해 "저는 불을 연기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거북이 달린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 작품에서도 불의 모습은 아니었다. '타짜' 아귀 같은 역, '황해' 면가 등의 캐릭터가 불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아귀나 면가도 굉장히 냉정하고 차가운 캐릭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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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은 실화 소재의 영화에 출연한 것에 대해 "실화를 모티브로 하는 영화를 만들 때는 고증과 자료 수집이 굉장히 중요하다. 실화 영화를 만들 때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감독이다. 감독은 이 이야기를 영화라는 장르로 만들어야 하니까. 그래서 감독님을 믿어야 한다. 감독님이 정말 부수적인 자료를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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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괴' '협상' '안시성' '명당' 등 추석 시즌을 노린 엄청난 제작비의 영화들의 개봉에 이어 한 주 뒤에 개봉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은 없냐는 질문에 대해 "시사회 끝나고 SNS 반응을 보니까 많은 분들이 좋게 보신 것 같다. 이 영화는 절대 묻힐 영화는 아니라는 자부심이 들더라. 마지막 장면에서 여운이 오래 가는 커피향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암수살인'은 지난 2011년 개봉한 '봄, 눈'을 연출한 김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윤석, 주지훈, 문정희, 진선규, 허진 등이 출연한다. 10월 3일 개봉한다.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