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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연습! 연습! 연습!" 31년차 김윤석이 연기를 대하는 자세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09-14 16:51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폭발할 듯 뜨거운 인물을 연기할 때도 내면의 냉정함을 유지하고, 얼음처럼 차가운 인물을 연기할 때는 뜨거움을 발산할 줄 아는 '연기 귀신' 김윤석. 그가 지금까지 한 번도 그려진 적 없는 새로운 형사 캐릭터를 창조했다.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그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실화 영화 '암수살인'(김태균 감독, 필름295·블러썸픽쳐스 제작). 극중 형사 김형민 역을 맡은 김윤석이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어떤 장르,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대체불가 연기와 존재감을 보여주는 '믿고 보는 배우' 김윤석. 특히 지난 해 김윤석은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에서 척화파 충신 김상헌 역을 맡아 무력한 왕을 상대로 조정 안에서 무엇이 진짜 충심인지 겨루는 간신들 사이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했고 '1987'(장준환 감독)에서 독재와 민주화가 혼돈하는 격동기에서 극중 중심 악역 박처언 역을 소름끼치게 연기해 영화의 품격을 높였다.
그런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싸이코패스 살인마 강태오(주지훈)의 추가 살인 자백을 듣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은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 김형민 역을 맡아 다시 한번 놀라운 연기를 펼친다.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연민을 품고 시작한 불리한 싸움. 온갖 장애와 불이익에도 피해자를 찾아 강태오의 혐의를 입증시키려는 형사다. 감정 과잉 없이도 묵직한 울림을 전해주는 연기는 그가 지금까지 맡았던 형사 캐릭터 중 가장 돋보이고 빛난다.

기존 수사물의 형사 캐릭터와 전혀 다른 인물을 빚은 데에 대해 김윤석은 "그동안 형사는 수사물이라는 장르에서 소비되는 부분이었다. 육체적으로 파워풀하고 강하고 에너지를 넘치는 캐릭터를 많이 만들지 않나. 사실 우리 주변에는 그런 형사만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접근해가는 형사도 있다. 그런 캐릭터를 등장 시키는 영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동력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니까"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런 형사를 등장시키는 경우 시나리오 완성도와 리얼리티가 높아야 한다. 이야기 설계도 굉장히 복잡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용케 제가 그런 시나리오를 만나게 돼서 참여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김윤석인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인 형사님이 현장에 두 번 정도 오셨는데 오셔도 그냥 가만히 앉아계시고 감독님이 물어보시면 보시다 가시더라.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영화 속에서처럼 이 분이 가죽점퍼 입고 다니는 일반적인 형사 모습이 아니고 와이셔츠에 자켓의 회사원 같이 입고 다니셨다고 하더라. 그런 모습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형민이 상투적인 형사 캐릭터와 달리 형편이 넉넉한 점도 이례적이다. 김윤석은 "일종의 핸디캡을 주신 것 같다"며 "일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다는 설정 아닐까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형사 역을 자주 맡은 것에 대해서는 "다행히(?) 서울 형사 역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주로 시골에서 면 공무원 같은 형사만 해봤지 본격적으로 범죄 집단을 일망타진 하는 형사를 해본적이 없다. 내심 형사 역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그래서) 체감적으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제가 맡은 형사 캐릭터는 형사라는 캐릭터가 중요한게 아니라, 이 사람의 성격이나 특성이 중요했다."

후배 배우들과 자주 호흡을 맞춘 김윤석은 "유아인, 강동원, 하정우, 변요한 등 모든 후배들과 연기하는 게 다 편하고 좋았다"고 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삼촌과 조카 같은 느낌인데 이 친구들과 술도 한잔 할 수 있고 동종 업계의 고민도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주지훈은 김윤석을 '카스테라 같은 선배'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김윤석은 "스윗(sweet)한 모습을 봤다는 말 같았는데 제가 스윗하다"고 말해 웃음을 짓는다. 이어 "주지훈 씨와는 사석에서 한 두 번 만난 거 말고는 연이 없었다. 드라마 '마왕'을 보면서 굉장히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을 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라는 작품 시사회에 지훈씨가 와서 만나게 됐고 그 때 '꼭 작품을 같이 하자'는 말을 했었다. 하정우랑 친해서 그런지 능글 맞더라"고 말했다.
김윤석은 사투리 연기의 대가이기도 하다. 경상도 출신인 김윤석은 주지훈의 사투리 연기를 극찬했다. "강태오가 쓰는 경상도 말은 아주 어렵다. 정신 없이 오가는 사투리니까. 굉장히 기억력과 감각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며 "경상도 말을 배울라면 악보를 그려야 한다. 그런데 그걸 기억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 사투리 때문에 NG가 나는 경우는 몇 번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투리 연기의 비결에 대해 "무조건 연습 밖에 없다. 녹음하고 연습하고 계속 '연습연습연습' 연습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단언했다. "제주도 사투리 연기는 아직 안 해봤는데 제주도 사투리는 진짜 어려울 것 같다"면서 '도둑들'에서는 중국어 연기까지 소화한 것에 대해선 "외국어로 하는 연기는 두 번 다시 하고 싶지가 않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불 같은 연기를 펼치는 배우'라는 평가에 대해 "저는 불을 연기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거북이 달린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 작품에서도 불의 모습은 아니었다. '타짜' 아귀 같은 역, '황해' 면가 등의 캐릭터가 불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아귀나 면가도 굉장히 냉정하고 차가운 캐릭터다"고 말했다.
김윤석은 차가워 보이는 김형민 형사에게는 또 내면의 뜨거움이 숨어 있다고 표현했다. "김형민 형사도 누르고 있지만 엄청난 불이 있다. 불이 꺼지면 강태오를 찾아 가지 않을거다. 강태호를 찾아가면서 그 불을 조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 배역에 대한 애정이 많다. 티나지 않게 차근차근 수사해 가는 모습이 그게 되게 필요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차근차근 자기 몫을 해나가는, 의지도 강하지만 강한 걸 보여주지도 않고 내면에서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정말 꼭 필요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전 작품과 달리 뛰고 달리는 장면이 없는 형사를 연기한 것에 대해서는 "뛰는 건 이제 그만. 앞으로 뛰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정말 많이 뛰어서 그런 것 가다"며 "액션에 더 재능 있는 분들이 나와서 한국 영화를 빛내주었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윤석은 실화 소재의 영화에 출연한 것에 대해 "실화를 모티브로 하는 영화를 만들 때는 고증과 자료 수집이 굉장히 중요하다. 실화 영화를 만들 때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감독이다. 감독은 이 이야기를 영화라는 장르로 만들어야 하니까. 그래서 감독님을 믿어야 한다. 감독님이 정말 부수적인 자료를 준다"고 말했다.


참고를 삼은 작품은 없었냐는 질문에 "우리 영화가 실화이기 때문에 특정 영화에 레퍼런스를 삼을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한 사람의 관객으로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작품이 '형사 콜롬보'다. 항상 미소를 지으며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사건에 집중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형사가 그리웠다"며 "'암수살인'하면서 유일하게 떠올랐던 캐릭터가 '형사 콜롬보'였다. 물론 결과는 전혀 달랐지만 접근하는 근본 방향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물괴' '협상' '안시성' '명당' 등 추석 시즌을 노린 엄청난 제작비의 영화들의 개봉에 이어 한 주 뒤에 개봉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은 없냐는 질문에 대해 "시사회 끝나고 SNS 반응을 보니까 많은 분들이 좋게 보신 것 같다. 이 영화는 절대 묻힐 영화는 아니라는 자부심이 들더라. 마지막 장면에서 여운이 오래 가는 커피향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암수살인'은 지난 2011년 개봉한 '봄, 눈'을 연출한 김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윤석, 주지훈, 문정희, 진선규, 허진 등이 출연한다. 10월 3일 개봉한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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