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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의미 있는 메시지로 호평을 얻은 휴먼 법정 영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 수필름 제작)가 개봉 2주 만에 극장가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특히 '허스토리'는 개봉 첫 주부터 극장 확보가 쉽지 않았던 상황임에도 문화계를 시작으로 교육, 법조계, 정계까지 입소문을 얻으며 관객을 끌어모았고 조금씩 흥행세를 키워갔다. 주연 배우인 김희애, 김해숙과 민규동 감독 등은 뉴스, 라디오, 예능 등에 출연하며 신작에 대한 열혈 홍보에 나섰고 또한 '허스토리'의 실존 인물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 김문숙 회장과 만남,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국회의원과 GV(관객과의 만남), 박원순 서울시장과 GV 등을 추진하며 의미 있는 영화를 관객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단순히 흥행을 넘어 위안부 피해자들의 현실, 관부 재판의 의미를 등을 널리 알리고자 모두가 두 팔을 걷고 나섰다. 하지만 이 또한 개봉 2주 차에 돌입하면서 더는 이어갈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히게 됐다는 것.
최근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가진 '허스토리'의 제작자인 수필름 민진수 대표는 "참담하다"라는 말로 심경을 토로했다. 민 대표는 "근래에 개봉한 한국영화 중 극장으로부터 가장 크게 외면받은 작품인 것 같다. 개봉 이후 관객의 반응을 얻지 못하는 영화들이 퇴출 수순을 밟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라고 하지만 우리 영화는 관객들의 반응도 많고 상영관을 늘려달라는 청원도 많은데 극장이 이런 반응을 눈감고 있다. 지난 4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앤트맨과 와스프'(이하 '앤트맨2', 페이튼 리드 감독)가 개봉했는데 이 작품이 가져간 좌석수만 166만개다. 심지어 '앤트맨2'와 같은 날 개봉한 '변산'(이준익 감독)은 개봉 첫날임에도 46만 좌석밖에 배당받지 못한 실정이다. 이제 겨우 개봉 2주 차를 맞은 '허스토리'는 고작 5만석을 배정받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올인한 극장들 때문에 신작들은 물론 기존의 한국영화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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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기 개봉한 신작이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중·저예산의 한국영화 차이는 스크린수부터 좌석수까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그나마 신작들의 상황은 나은 편. 개봉 주를 간신히 버틴 작품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같은 날 '허스토리'는 282개의 스크린수, 440회의 상영횟수, 그리고 5만741개의 좌석수, 1.8%의 좌석점유율로 간신히 6717명의 관객을 모았다. '허스토리'와 마찬가지로 개봉 2주 차를 맞은 '마녀'(박훈정 감독)는 667개의 스크린수, 2374회의 상영횟수, 31만9812개의 좌석수, 11.2% 좌석점유율을 보이며 7만3312명을 동원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허스토리'와 '마녀'는 개봉 2주 차 만에 이미 퐁당퐁당 상영에 돌입했다. 퐁당퐁당 상영은 한 영화를 관객이 적은 조조와 심야시간대 등 일부 회차만 상영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개봉 스크린 수가 수백 개에 이르더라도 실제로는 관객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대의 상영이 아닌 교차상영이라 흥행하기 쉽지 않다. 대개 이르면 개봉 3주 차, 늦어도 4주 차에 조금씩 퐁당퐁당 상영이 시작되는데 이번 '앤트맨2'의 공습으로 '허스토리'와 '마녀'는 일찌감치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영화계에서는 퐁당퐁당 상영을 극장 퇴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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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허스토리'는 역사상 단 한 번, 일본 재판부를 발칵 뒤흔들었던 관부 재판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선영, 김준한, 이유영, 이지하 등이 가세했고 '간신' '내 아내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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