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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미스 함무라비'가 날카롭게 현실을 조명하고, 판사들의 고뇌를 심도 있게 담아내며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재판의 마지막 증인인 일식집 종업원마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하지만 박차오름은 방청석에 앉아 눈치를 보는 종업원의 태도를 놓치지 않았다. 피고인은 일식집의 큰 손님이었고, 피고인의 부인이 증언을 부탁하러 찾아오기까지 했던 것. 박차오름은 균열을 놓치지 않고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증인은 "거짓말 한 건 없지만 묻지 않으셔서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다"며 "화장실에 갔더니 레지던트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토한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레지던트가 만취한 상태였다는 결정적인 증언이었다.
'민사 44부'의 합의는 신중했다. 박차오름은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됐고, 축 늘어진 피해자를 봤다는 증언 역시 진술과 일치한다. 합리적 의심 없이 피고인은 유죄"라고 선언했다. 심사숙고한 끝에 내려진 판결은 징역 4년. 선례들보다 무거운 실형이 선고되자 충격에 쓰러진 피고인을 본 박차오름은 너무 놀라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부장판사실로 박차오름과 임바른을 부른 한세상은 과거 자신의 실수를 언급하며 "법정에서 가장 강한 자는 판사야. 가장 위험한 자도 바로 우리야. 그걸 잊으면 안 된다"라며 판결의 무게 앞 판사의 책임감을 되새겼다.
공감력 위에 균형감과 이성적인 판단까지 더한 박차오름은 한층 더 강해졌다.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반성 대신 툭 던지듯 내놓은 강자의 공탁금을 양형에 참작하지 않았다. 솜방망이였던 선례들보다 무겁다는 구설수에 오를 것도 걱정하지 않고 용감하게 4년형을 선고했다. "판사는 법대로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라는 박차오름의 말처럼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법대로 했기에 더 강력한 사이다였다. 임바른에게 "균형을 잃고 피해자에게 치우치면 가차 없이 반박해 달라"고 말하며 자신을 돌아볼 줄 알게 된 박차오름은 철저히 법대로 판결하며 판사로서 다시 한 번 성장했다.
기울어진 현실을 지적하는 박차오름과 판사의 책임감을 몸소 겪어온 한세상의 설전은 '바름커플'의 설전과는 다른 의미에서 날카롭게 균형을 이뤘다. 다름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공정한 판결로 바꿔나가는 '민사 44부'의 활약은, 세 사람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만들어갈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기대케 했다.
한편, 사람 냄새나는 재판과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공감을 얻고 있는 '미스 함무라비'는 단 3회만을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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