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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금기 건든 'B의농담', 유병재의 A급 하이퀄리티 19禁 코미디쇼(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05-01 08:31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B급 코미디'를 표방하고 'B급 코미디언'를 자처하는 유병재. 하지만 그의 공연 'B급 농담'은 의미와 메시지를 모두 담은 A급 하이퀄리티 코미디쇼였다.

유병재는 4월 27일부터 29일 3일간 진행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연 'B의 농담'으로 관객과 팬들을 만났다. 'B의농담'은 지난 해 열린 '블랙코미디'에 이은 유병재의 두 번째 스탠딩 코미디쇼로 '병재', 'B급' 그리고 '블랙코미디'를 의미하는 'B'를 메인 테마로 내건 공연이었다.

한국 코미디 콘텐츠 최초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탠드업 코미디 스페셜'에 단독 공개됐던 '블랙 코미디'와 마찬가지로 넷플릭스와 함께 한 'B의 농담'은 유병재만의 코미디 철학과 사회상을 제대로 녹여내며 지난 공연 보다 더욱 커진 규모(약 4000석)의 'B의 농담'을 부족함 없이 완성시켰다.
유병재, 사회적 금기(禁忌)를 건들다

유병재의 첫 번째 스탠딩 코미디쇼인 '블랙코미디'는 19세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소재와 표현면에서 다소 방어적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몇몇 관객들로부터 '19금, 그것도 스탠딩 코미디'로서 너무 약한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B의 농담'은 전혀 달랐다. 지난 공연 '블랙코미디'와 마찬가지로 19세관람가로 진행된 'B의농담'은 소재나 표현, 내용면에서 훨씬 강했고 훤씬 ?였?

최근 자신이 휘말린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리뷰 논란을 직접 언급, 뼈 있는 셀프디스를 시전하며 공연을 시작한 유병재는 지난 공연 '블랙코미디'의 클로징을 장식했던 특정 정치인에 대한 거침 저격 등을 시전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욕하고 싶지만 대놓고 할 수 없었던 욕을 대신해 내지르며 관객들에게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병재는 자신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이 마약 사건에 휩싸였던 것을 언급하며 '약국이 맞다'며 "약해서 기분 좋았던 건 그들인데, YG를 욕하지 않는다고 욕을 먹는 건 내쪽이다"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관객을 뒤집어 놨다.
유병재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 운동이나 지나치게 양 극단화 되고 있는 특정 젠더에 대한 혐오 등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언급하고 건들기도 했다.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오해를 받을 수 있을만한 이야기들도 피하지 않고 돌직구로 언급했다. 혐오의 극단에 서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집단들을 날카롭게 언급하면서도 시원한 웃음을 자아내는, 웃기지만 가볍지 않은 유병재식 유머의 정점을 보여줬다.

유병재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일반화'와 '극단적 혐오'에 대한 일침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로부터는 혹은 어떤 집단으로부터는 의도치 않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소재들을 코미디쇼의 소재로 사용하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도 유병재가 하고 싶었던 말은 '성급한 일반화와 '극단적 혐오에 대한 경계' 였다. 전체가 아닌 일부만 보고 모든 걸 결정지어버리고 그로 인해 형성된 '남과 다른 이들'을 향한 무조건적인 극단적인 혐오가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이는 공연 말미를 장식했던 그의 말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유병재는 "난 농담을 하고 싶었지 누구를 욕하고 싶었던 적이 없다. 조롱은 코미디의 일부분 일뿐이지 코미디 전체가 아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무엇을 조롱하고 나면 내가 이 세상 전부를 조롱하길 원하는 것 같다. 내게 웃음이 아니라 분노가 나오길 원하는 것 같다. 농담이 아니라 어떤 입장표명이 나오길 원하는 것 같다"며 웃음기를 뺀 채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페미니즘이라는 걸 배우고 싶었다. 지금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가 볼드모트처럼 입에 담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단어가 됐는데 나는 배우고 싶었다. 유교사회 30년을 살아온 남자로서 혹시 내도 모르게 내가 불평등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걸 고치려먼 어떻게 해야 하나 배우고 싶었다"며 "사실 난 예전에 '니 여자치구'라는 노래도 낸 적이 있다. 여자를 평가하는 쓰레기 같은 노래다. 그땐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잘못된 창작물이라고 생각해 반성했다. 그래서 더욱 페미니즘 배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내가 페미니즘을 배우려고 다가가면 한남충이라며 밀쳐내고 밀쳐진 반대편에서는 꼴페미메갈이라고 밀어낸다. 그 양끝이 무서워서 가운데 있으면 양비론자, 침묵하는 방관자, 시류에 편성하는 회색분자라고 욕을 한다"며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한고 인정하고 숨지 않고 당당히 나서서 이야기하는 '건강한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mlee0326@sportshcsoun.com, 사진 제공=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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