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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우리가 만난 기적'이 그야말로 '기적'을 이뤄냈다.
'우리가 만난 기적'이 역전 신화를 쓸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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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김명민 라미란 김현주 등 명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니 대본은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가 됐다. 라미란과 김현주는 안정적인 연기로 단단하게 극을 뒷받침했다. 일상 코믹 연기에 강점을 보여왔던 라미란은 한층 톤 다운됐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로, 언제나 선봉에서 극을 이끌었던 김현주는 한층 힘을 뺀 내면 연기로 극의 토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두 배우의 서포트 속에서 김명민은 날개를 달았다. 김명민은 '고창석이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들린 1인 2역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불멸의 이순신' '베토벤 바이러스' '하얀거탑' 등 묵직한 캐릭터 연기로 '믿고 보는 김명민' '연기본좌' '갓명민' 등의 애칭을 얻었던 김명민은 휴먼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주며 시청자를 웃고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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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방송에서도 마찬가지. 신계 메신저 아토(엑소 카이)의 실수로 송현철A(김명민)의 육신으로 부활하게 된 송현철B(고창석)의 고군분투가 그려지며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안겼다. 송현철은 사랑하는 아내 조연화(라미란)와 아버지 송모동(이도경)을 찾아가 둘만 아는 추억을 늘어놨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문전박대였다. 이에 송현철은 친구인 것처럼 조연화에게 거액을 보냈다. 조연화는 감사 인사를 하려 전화를 걸었지만, 수화기 건너편에서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혼란스러워했다.
송현철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은 송현철A의 아내 선혜진(김현주)도 마찬가지였다. 가정사에 무관심한 것도 모자라 불륜까지 저질렀던 송현철이 난데없이 불륜에 대해 사과하고 집안일을 돕는 등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혼란에 빠졌다.
그런 가운데 송현철은 마음을 잡았다. 성당에 찾아가 고해성사까지 해도 달라지는 바가 없자 송현철A의 몸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것. 송현철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집에 몰래 들어가 사각팬티를 챙겨 새 집으로 돌아갔다. 선혜진은 팬티의 진실을 추궁했지만, 송현철은 "팬티만큼은 남이 입던 것을 입을 수 없다. 팬티의 자유를 주세요"라고 외쳤다. 너무나 달라진 남편의 모습에 선혜진은 "당신 송현철 아니지?"라고 의심했다.
다른 이의 육신으로 부활하게 된 황당한 현실에 갈팡질팡하는 송현철의 모습은 절박함 그 자체였지만, 그의 마음고생에 감정이입하는 순간 터져 나오는 블랙 코미디는 허를 찌르는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팬티의 자유'를 외치는 신은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 김명민은 '애로 코믹'이라는 새로운 연기 장르를 개척하며 시청자의 웃음보를 터트렸다.
'우리가 만난 기적'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았다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 '우리가 만난 기적'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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