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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첫맛은 '씁쓸'하지만 끝맛은 속이 '뜨뜻'해지는, 그래서 인생을 좀 살아봐야 안다는 술, 소주.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 제작 스튜디오 드래곤, 초록뱀미디어)에 시청자들이 "소주 같다"는 반응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 드라마의 씁쓸하지만 따뜻한 위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퍽퍽한 세상에도 숨 쉴 틈은 분명 존재한다. 술에 취해 도준영(김영민) 대표를 향해 "사석에서는 선배님이라고 해줄 수 있지 않느냐"라고 주정을 부려 동훈을 곤란하게 했지만, 그 시작은 동훈을 향한 안쓰러움이었을 것이 분명한 송과장(서현우). "우리 생각해서 좀 겨주면 안 돼? 아니면 깔끔하게 나가주던가"라면서 이건 모두 못난 동훈 탓이라는 뒷말을 하던 김대리(채동현)의 뺨을 때린 지안(이지은). 그리고 "형한테 돈 받아쓰는 거 부담스러워할까 봐, 일부러 상품권 사서, 어디서 생겼다면서 준 거 다 알아. 돈 벌어서 형 참치 사주고 싶어"라며 동훈의 노고를 알아주는 막내 기훈(송새벽). 이 모든 것들은 비틀거리며 위태롭게 걷다 넘어져 다 포기하고 싶던 동훈을 다시 일으킨다.
결국 "내가 오늘은 못 죽어. 비싼 팬티가 아니야"라며 내일로 다시 한 발을 떼는 동훈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래. 다 힘들지. 그래도 다 그렇게 사는 거지'하는 먹먹함이 가슴을 울린다. 삶의 고됨을 잠깐이라도 덜어보고자 한 잔 기울이는 씁쓸한 소주의 끝 맛에서 뜨뜻한 온기를 찾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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