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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나의 아저씨'의 성실한 무기징역수 이선균이 멋진 성실함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이라기엔 단조로운 이 남자가 슈퍼 히어로보다 멋진 순간이 있다. 정리해고 당하고 별거 상태로 노모의 집에 얹혀있는 맏형 상훈(박호산)에게 딸의 결혼식에서 부끄럽지 말라고 양복을 맞춰주고, 돈봉투를 슬며시 찔러줬다. 이렇듯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의 최선으로 형제를 챙기는 동훈은 처음부터 참 괜찮은 남자였다. 비단 돈 때문이 아니라, 도움을 주면서도 내보이지 않고 형제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 일을 하다 취객 강용우에게 무릎을 꿇는 모욕을 당한 상훈, 그리고 그런 아들을 몰래 보고 가슴을 친 노모 요순(고두심)과 "그 자식 죽여버리겠다"는 외침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씁쓸한 막내 기훈(송새벽)을 대신해 동훈은 가족들 몰래 강용우를 찾았다. '건축 구조기술사'라는 자신의 직업을 앞세워 강용우가 지은 건물의 허술한 안전을 꼬집으며 강용우를 몰아붙였다. 그리고 끝끝내 자신이 직접 산 과일바구니를 강용우의 손에 들려 가족들에게 사과를 시키는 데 성공했다.
가족의 울타리가 되기 위해 고된 날들을 견뎠던 동훈은 "내가 무슨 모욕을 당해도 우리 식구만 모르면, 아무 일도 아냐"라고 했다. 이는 서럽고 힘들어도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가슴 한구석에 하나쯤은 묻어둔 세상의 모욕을 경험한 사람들을 위로했다. 또한 지금도 어디선가 힘든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내 아버지, 어머니, 형제를 돌이켜보게 했다. 이것이 천재 탈옥수 석호필처럼 화려한 액션도 섹시한 브레인을 내세우지도 않지만,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살아온 동훈이 우리를 사로잡는 이유다.
'나의 아저씨' 매주 수, 목 9시 30분 tvN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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