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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13년만의 종영"…'무한도전' 초라해서 더 아쉬운 마무리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8-04-01 05:38 | 최종수정 2018-04-01 06:06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무한도전'이 방영 4727일 만에 종영을 맞이했다. 13년 지기 친구와의 이별은 그 찬란했던 영광에 비해 너무 초라하고 황급했다.

31일 MBC '무한도전' 마지막 회가 방송됐다. 마지막 회는 '보고싶다 친구야' 2편과 멤버들의 간단한 소회가 담긴 스튜디오 녹화분이 담겼다. 양세형은 박나래의 고향집 방문을, 하하는 '건강검진'과 '중학교 강의'를, 정준하와 박명수는 '설악산 울산바위 등산'을 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이중 '무한도전 마지막회'에 걸맞은 내용은 정준하와 박명수의 등산 뿐이었다. 그외 방송 앞뒤와 중간중간 삽입된 멤버들의 코멘트를 더해도, 이날 약 1시간반에 달하는 방송분 중 '종영 특집'으로 분류할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30분 남짓이다. 하물며 형식상 '모든 멤버가 함께 하는' 분량은 10분 가량에 불과했다.

프로그램내 오랜 앙숙인 '하와 수'는 설악산에서 지난 추억을 회상하며 함께 인증샷을 찍고, 기왓장에 "무한도전 시청자님들 감사합니다. 아쉽네요. 그동안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무한도전 잊지마세요"라는 작별 인사를 적었다. 제작진은 "하와수 13년 마지막 추억", "안녕 무한도전 감사합니다" 등의 해시태그 자막을 배치했다. 돌아옴이 약속되지 않은 이별임을 보여준다.

방송 말미 멤버들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유재석은 "일단 시즌 종료"라면서도 "무슨 한 시즌을 13년간 하냐, 맞는 말이다. 한주한주 오다보니 13년이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박명수는 "실감이 안난다"면서 "끝날 때 되니까 왜 그때 열심히 안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고 후회했다.

급기야 울음을 터뜨린 정준하는 "시청자들 감사하고, 제작진 멤버들 고맙다.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하하도 "감사한 마음도 크지만 죄송한 마음도 있다. 여러분이 키워주셨다. 살면서 갚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세호는 '프로봇짐러'답게 합류 4개월여만에 종영을 맞이했다. 조세호는 "형들에 비해 긴 여행은 아니었지만, 짧은 여행을 강렬하게 했다. 기회가 된다면 멤버들과 또다른 여행을 하고 싶다. 절 멤버로 받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양세형도 "매주 설레고 재미있었다. 많은 걸 배웠다"며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유재석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경은씨와 결혼했고, 제 인생이 이 프로그램에 담겨있다. 아쉽고 죄송한 멈춤"이라며 "저희가 무한도전으로 돌아온다면, 무한도전스러운 모습으로, 무도가 다시 왔구나 하는 웃음과 감동으로 다시 찾아뵙겠다"라는 말로 시즌2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MBC 최승호 사장도 이날 자신의 SNS에 "무한도전은 MBC 구성원들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프로그램", "13년의 긴 세월 동안 대한민국 예능의 최고봉", "10년의 긴 싸움 와중에 무한도전은 언제나 우리의 버팀목"이라는 찬사를 보내는 한편 향후 김태호PD에 대한 뒷받침도 예고했다.

MBC 측은 향후 3주간 무한도전 레전드편을 멤버들과 함께 보는 스페셜 방송을 방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MBC와 한국 예능사에서 무한도전이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하면, 이 같은 초라한 마무리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유재석은 "2005년 4월 23일 시작해서 2018년 3월 31일에 끝난다. 많은 멤버들이 무한도전에 함께 했었다"고 말했다. '무모한도전'과 '무리한도전', '퀴즈의 달인' 시절을 포함한 설명이다. '무모한도전'부터 현재까지 개근한 멤버는 유재석 뿐이고, 무한도전 독립 편성 이후만 따지면 박명수와 정준하가 더해진다. '무한도전' 확정 이전 멤버로는 이윤석-김성수-표영호-이켠-조혜련-윤정수-이병진, 정규 편성 이후에는 전진-길- 정형돈-노홍철-황광희가이 있었다.

'무한도전의 종영'은 그 자체로 컨텐츠다. 적어도 마지막 회만큼은 '종영 특집'으로 꾸며질 가치가 충분했다.무한도전은 그만한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는 예능이다.

가령 멤버들이 함께 떠난 휴가를 겸한 종영 기념 여행은 어떤가. 전현직 멤버들이 함께하는 거창한 종영 파티였다면 어떨까. 멤버 뿐만 아니라 역대 주요 출연자까지 함께하는, 무한도전의 역사로 살펴보는 대한민국 예능 총정리(또는 현실 진단)였다면? 적어도 일부 출연불가 멤버들을 제외한 역대 멤버들이 함께 하는 방송만 됐어도 무한도전을 보내는 마지막회에 대한 안타까움은 조금이나마 덜했을 것이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이 너무 힘들 때 양세형-조세호가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지만, 무한도전 13년 역사에서 양세형은 약 2년, 조세호는 기껏해야 4개월 가량을 함께 했을 뿐이다. 노홍철과 정형돈은 말할 것도 없고, 전진과 황광희도 조세호보다 무한도전 활동기간이 훨씬 길다. 양세형과 조세호에게 '현재' 멤버라는 상징성이 있다면, 이날 방송에는 '정식 방영 마지막회(시즌1 종료)'라는 상징성이 있었다.

출연이 어려웠다면, 하다못해 옛 멤버들의 종영 인사를 담은 영상 편지라도 담는게 순리가 아닐까. 최소한 마지막 회만큼은 다른 특집이 아닌 '종영' 그 자체에 바쳐졌어야 했다. 무한도전은 떠났지만,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팬들의 눈빛이 한결 더 안타까운 이유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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