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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형, 보고싶어"…'흥부' 정우, 故김주혁 빈자리 채울까? (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01-09 11:54


9일 오전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흥부'(감독 조근현)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정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다. 故 김주혁의 유작으로 오는 2월 개봉한다.
김보라 기자boradori@sportschosun.com/2018.01.09/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김주혁, 우리 곁 떠났지만 영화 속에 살아있을 것…."

풍자와 해학을 담은 '흥부'가 설날 극장을 찾았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슬픔에 빠트린 고(故) 김주혁의 부재 속에 출사표를 던진 '흥부'가 관객에게 큰 울림을 선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이하 '흥부', 조근현 감독, 영화사궁·발렌타인필름 제작). 9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흥부'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조선 최고의 천재작가 흥부 역의 정우, 놀부의 실제 주인공이자 조선을 가지려는 야심가 조항리 역의 정진영, 당파 간 세도정치 싸움으로 인해 힘을 잃은 가여운 왕 헌종 역의 정해인, 왕권을 노리는 또 다른 세력 김응집 역의 김원해, 흥부의 절친한 벗 김삿갓 역의 정상훈, 조근현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풍자와 해학, 권선징악의 스토리로 시대를 넘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고전소설 '흥부전'. '흥부'는 현재까지 작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는, 작자 미상의 소설 '흥부전'을 새로운 관점과 설정으로 재해석해 영화화한 작품이다. 소설 '흥부전'을 쓴 작가가 흥부라는 픽션 설정을 시작으로 세도정치에 시달리던 농민들이 일으킨 민란 '홍경래의 난'이라는 실제 역사를 접목해 만든 팩션 사극이다.

특히 고전소설에 참신한 발상을 더해 새롭게 빚어낸 '흥부'는 JTBC 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 등으로 필력을 과시한 백미경 작가가 갱을 집필해 눈길을 끈다. 탁월한 캐릭터 구성과 스토리 진행으로 정평이 나 있는 백미경 작가의 첫 스크린 도전작이다.


이렇듯 올해 설날 기대작인 '흥부'. 하지만 지난해 충격의 비보로 세상을 떠난 김주혁의 부재로 아쉬움도 남는다. 김주혁은 '흥부'에서 '흥부전'의 실제 주인공이자, 힘든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 조혁 역을 맡았다. 그간 스크린에서 강렬한 악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그가 이번 '흥부'에서는 선역으로 이미지 변신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흥부'는 김주혁 생전 마지막으로 연기 혼을 불태운 유작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먼저 '흥부' 제작보고회에 MC를 맡은 박경림은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지 못한 조혁 역의 김주혁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정우는 "어떤 말로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 뜸을 들인 그는 "주혁이 형이 많이 보고 싶다"고 울먹였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정우를 비롯한 배우들과 조근현 감독, 박경림은 검은 옷으로 드레스 코드를 맞춰 김주혁을 추모했다. 이들은 제작 메이킹 속 김주혁의 해맑은 모습에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선배이자 후배, 동료인 김주혁을 잃은 슬픔을 정리한 뒤 '흥부'를 소개하게 된 조근현 감독은 "'흥부전'은 상당히 해학적이다. 어떻게보면 블랙 코미디이기도 한데 그 지점을 잘 살리려고 했다. 그 시대 백성들이 꿈꿨던 희망, 소망이 지금과 비슷하다. 이 시대의 흥부를 건드려보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제작 의도를 전했다.


그는 "'흥부전'은 소설로도 유명하지만 마당극으로도 유명하다. 영화에 이런 마당극을 사실적으로 재현해보고 싶다. 조선시대에 있었을 법한 소재로 의상, 소품, 악기 등을 표현하려고 했다. 극장이지만 저 장면만큼은 타임머신을 타고 저잣거리를 간 느낌을 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김주혁에 대해서도 "한 번쯤 해보고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였는데 김주혁이 결심을 해줬다. 사실 김주혁은 '흥부' 결정을 쉽사리 할 수 없었다. 김주혁은 제안을 하고 난 다음날 아침 일찍 영화사에 나를 찾아 왔다. 밤을 새고 왔다고 하더라. 같이 담배를 한 대 피우면서 김주혁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더라. 아마 그때는 서로 조심했던 것 같다. 이때다 싶어 같이 하자고 했고 '알겠다'고 하고 사라졌다. 시원스럽게 약속을 하고 난 뒤 굉장히 집요하게 캐릭터를 파고들었다"고 추억했다.

첫 사극 도전에 나선 정우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흥부전'을 소재로 누구도 알지 못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한다는 이야기 구성 자체가 굉장히 새로웠다. 또 잘 알려진 고전 때문에 쉽게 다가오기도 했다. 낯설지 않아 선택하게 됐다"며 "'흥부' 시나리오에서 가장 끌렸던 캐릭터가 흥부다. 흥부라는 캐릭터 자체가 평범할 수 있지만, 조선시대라는 배경 때문에 더 특별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사극이라는 장르가 처음이다. 기존에 사극 장르에 궁금증이 많았다. 좋아하는 장르이고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선뜻 다가가기 쉽지 않더라. 그런 와중에 '흥부'라는 시나리오를 보게 됐고 처음 읽었을 때는 100% 이해하지 못했다. 두, 세 번 읽으면서 '흥부' 속 흥부라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조금 더 다르게, 더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럼에도 결정을 쉽게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조혁 역을 김주혁 형이 한다고 해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 이분들에게 힘을 받고 촬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흥부는 어렸을 때 잃어버린 형에 대한 생각과 리듬감을 동시에 가져가야 했는데 그 지점을 찾는게 쉽지 않았다. 김주혁 형과 촬영했던 게 아직도 많이 기억 난다. 후배인 나를 많이 안아주고 묵묵히 응원해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영화에서 여러 장면이 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김주혁 형이 하는 내레이션이 있다. 주혁 형의 목소리, 말 등 그 지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조심스레 마음을 전했다.


'흥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정진영은 "역사적 배경은 이야기를 도와주는 사실이지만 영화 속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픽션이다. 무엇보다 '흥부'는 최근에 겪은 여러가지 사회적 흐름과 비슷하다. 비록 지금은 다른 세상이 됐지만 많이 비슷할 것이라 본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맡은 조항리와 같은 사람들이 지금 대부분 감옥에 가있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감옥에 가있는 사람 몇 명이 떠오르더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그는 "예상치 못하게 주혁이가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났다. 하지만 영화 속에 주혁이는 살아있다고 본다. 관객도 그렇게 봐주길 바란다"고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김원해 역시 "지금 감옥에 간 한 분을 생각하며 연기했다. 헌종 14년 때 일, 지금으로부터 160여년 전 이야기다.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우리도 1년 전만 해도 광화문에서 큰 촛불이 일어나지 않았나? 저 당시에도 해악과 풍자를 가지고 서로 소통을 한 것 같다. 그래서 나 또한 가볍지 않게 무겁게 연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정해인은 "왕 역할만으로 부담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헌종은 다양한 감정선을 보여야 해서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정진영 선배 등 많은 선배들이 팁을 하나씩 주시며 많이 도와주셨다"고 감사한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는 정우, 김주혁, 정진영, 정해인, 김원해, 정상훈, 천우희, 진구 등이 가세했고 '26' '봄' '번개맨'의 조근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월 설날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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