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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달콤하기만 한 줄 알았던 차이나 머니가 마침내 무서운 민낯을 드러냈다. 중국 진출, 중국 투자에 젖어 든 한국 엔터테인먼트가 결국 역공을 당한 것. 남의 일이라 치부하고 넘길 예삿일이 아니다.
JC그룹 "계속된 적자, 돌파구 필요"
2016년 10월 판타지오의 최대 주주들은 300억원에 달하는 보유 지분 27.56%를 중국의 JC그룹 한국지사인 골드파이낸스코리아에 매각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판타지오의 새 주인은 중국 JC그룹이 됐고 이들은 곧장 나병준 대표와 함께 중국의 워이지에 대표를 공동대표로 임명하며 판타지오 경영에 새 바람이 불기를 바랐다. 하지만 적자가 계속됐고 이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28일 이사회에서 나병준 공동대표를 전격 해임했다. 대주주가 이사회를 거쳐 대표를 해임한 것은 지극히 정당한 경영행위다. 하지만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중국 자본에 의해 한국 CEO가 경질된 첫 사례란 점, 그리고 그 CEO가 해당 회사를 세우고 지금의 모습으로 일군 창업 공신이란 점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JC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판타지오는 워이지에 대표 체제 아래 이뤄지고 있고 이런 경영 방식 또한 비대위 쪽도 지난 8월 이미 알고 승인한 부분이다. 워이지에 대표는 중국에서 대규모의 동영상 플랫폼을 가지고 있고 엔터테인먼트 사업 쪽으로도 투자를 많이 해온 전문 경영인이다. 또한 비대위가 밝힌 것과 달리 나병준 전 대표는 합법적인 방식인 주주 이사회에서 주주들의 결정에 의해 대표직이 해임된 것이다. 일방적인 해임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엔터테인먼트 반응 "차이나 머니 맹신한 부작용"
판타지오 사태에 업계 반응은 "비단 판타지오의 일만이 아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간 국내 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자본을 '눈먼 돈'이라 부르며 손쉽게 중국 자본의 의지를 한 부분이 적지 않다. 어쩌면 당연했던 결과였던 것.
중국 투자 유치를 시도하려 했던 A사 대표는 "중국에서 실제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거대 자본도 쉽게 서슴없이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투자는 투자다. 기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투자한 금액만큼 이익을 얻길 바라는건 다양한 이치다. 지금 당장 중국의 투자를 받고 몸집을 불렸을 때 발생할 부작용도 반드시 인지를 해야한다. 판타지오 사태도 나병준 전 대표가 어찌보면 이 부작용을 너무 간과한 것 같기도 하다. 이미 경영권은 중국 자본에 넘어갔다.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판타지오와 같은 소속사가 많이 생길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미 많은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중국 자본의 무분별한 투자를 맹신해왔고 곪아왔던 문제가 마침내 터진셈이다"고 우려했다.
한편, 판타지오는 2008년 10월 N.O.A엔터테인먼트라는 사명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첫 발을 내디뎠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약 8년여간 IHQ(이후 싸이더스HQ와 합병)에서 매니저로 활약한 나병준 대표가 배우 하정우와 함께 독립해 세운 소속사로 2011년 6월 판타지오로 사명을 바꾸고 현재까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연예인 매니지먼트로 시작해 매니저 육성 프로젝트인 매니저 사관학교를 출범했고 영화 및 드라마 제작, 판타지오 뮤직 등에 도전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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