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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전성기에 돌연 미국으로 향했고, 그후 14년 동안 그를 브라운관에서 만날 기회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름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힌 모습으로 원미경이 우리 곁에 돌아왔다.
연기를 시작한지 30년, 그중 14년을 연기를 쉬었다. 그럼에도 원미경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은 끊임없었다. 그가 브라운관으로 돌아와주길 바라는 이들도 다수였다. 원미경은 지난 2002년 MBC '고백'을 마지막으로 연기 활동을 쉬었다. 당연하게도 원미경의 근황을 알리는 소식들에는 '은퇴'라는 말이 따라왔다.
"저는 한 번도 은퇴라고 말한적이 없었어요. 제가 떠날 때에도 '여기(미국)에서 살겠다고 생각하고 떠났던 것도 아니었고요. 서울에 있으면 제가 일을 안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몰입을 하고싶고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 미국으로 왔던 건데 눈 깜짝할 사이에 세월이 이렇게 갔더라고요. 여섯 살 때 미국에 온 애가 벌써 스물 한 살이 됐으니까요. 걔가 대학을 가니까 그때서야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실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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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경이 대중 앞으로 돌아오게 만든 계기도 '가족'이었다. 원미경은 아들과 딸들의 권유로 카메라 앞에 다시 서게 됐다고.
"아이들이 저를 부담스러워했던 거 같아요. 막내까지 대학을 가고 나니까 애들이 '엄마가 그동안 우리 키우느라 고생했지만, 이제는 엄마의 일(배우)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애들이 '훨훨 날아가'라길래 저는 처음에 식겁했죠. 어딜 날아가느냐고요. 아직도 저는 아이들이랑 있는게 너무 좋은데 아이들이 왜 나를 가라할까 싶었어요.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아이들을 품을 때가 있고 놓을 때가 있더라고요. 이제는 아이들을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오랜 시간을 같이 있었잖아요. 나의 반 이상을 함께 살았는데. 그래도 아이들에게서 제가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처음엔 등을 떠밀어서 복귀를 했는데, 생각해보니 일을 하길 잘한 거 같아요."
대중 앞에 돌아온 지금, 원미경은 "그러길 잘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원미경은 "이런 시간도 필요했던 거 같다. 여러 이유로 처음엔 두렵고 떨렸지만, 어릴 때부터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금방 익숙해지더라. 주위에서도 많이 환영해주고 반겨줘서 고마웠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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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 해주는 친구들이 웃더라고요. 제가 거울을 보면서 '어휴 드러워~드러워~'하고 있으니까요. 미국에서는 전혀 관리도 못 받고 살림만 하고 살았으니까 배우다운 면이 전혀 없죠. 손도 쭈굴쭈굴하고 거칠고요. 근데 제가 지금까지 다 엄마 역할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제 쭈굴쭈굴한 손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었죠. 그 역할이 맞으니까요. 사실 엄마 손이 다 그렇지 않아요? 다 쭈굴 쭈굴. 그래서 저는 앞으로 다른 역은 잘 모르겠어요. 아직 겁나요.(웃음)"
원미경은 자연스러운 주름이 매력적인 배우. 이 덕분일까, '늙음'이나 '나이가 드는 것', 그리고 '주름' 등에 있어서 자신만의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저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어요. 자랑스럽고. 얼굴에 주름살이 부끄럽다고 생각해본적이 없고요. 내 주름 안에 우리 아이들이 있잖아요. 엄마로서 내 주름살 안에 내 삶이 있고 우리 가정이 있고 우리 아이들이 있고, 내 주위에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게 젊어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내 나이에 내 주름이 표현하는 게 아닌가, 그런 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주름살이 부끄럽지 않게 웃을 수 있는 거고요. 내 아이가 서른인데 그 주름은 당연한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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