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트렌드100-56] '커피는 내 모든 것' 네스카페 커피 크리에이터 올라 퍼슨

양지윤 기자

기사입력 2017-12-20 16:41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쉰여섯 번째 주인공은 네스카페 돌체구스토의 커피 크리에이터이자 세계적인 바리스타 올라 퍼슨(Ola Persson)입니다.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양지윤 기자] "00야 커피 한 잔 하자. 00님 커피 한 잔 하시죠."

인생사 만남과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많은 순간들이 커피가 있는 자리에서 출발한다. 나와 당신 그리고 커피, 우리 셋은 항상 시공을 공유한다. 덕분에 커피는 우리에게 여러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바쁜 출근길 커피 한 잔과 토스트가 아침식사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고, 1분 1초가 아까운 수험생의 밤은 커피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다.

커피 없이는 잠 못 잔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커피는 스마트폰처럼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커피가 너무 좋아서 "커피는 내 삶이자, 가족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커피가 가족이라니? 바로 스웨덴 국적의 세계적인 바리스타 '올라 퍼슨'의 말이다. 그는 2006년부터 유럽 스페셜티 커피협회(SCAE: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Europe) 멤버이자 국가 바리스타 연맹(National Barista Championship) 총괄 심판, 15년간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앰배서더로도 활동하고 있는 월드 클래스 바리스타다. 커피로 전 세계를 누비는 사람이 됐으니 "커피는 내 가족"이라고 할만 하다.

올라 퍼슨은 지난 11월 열린 '2017 서울 카페쇼'에 '참가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하도 돌아다녀서 지구가 작아졌으면 좋겠다"는 그의 향긋한 커피 라이프를 엿보도록 하자.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요.

저는 올라 퍼슨입니다. 45세이고요. 커피를 만들고, 판매도 하고, 블렌딩과 로스팅, 트레이닝까지 합치면 20여년 정도 커피와 함께 일해온 것 같아요.

-한국에 온 느낌은 어떠셨어요.


제가 1월에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커피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성장한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한국의 커피 문화는 너무 다양하게 진화돼 있어서 심지어 유럽이 더 뒷쳐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오, 한국이 그 정도라니 상당히 흥미로운데요.

이번에 온 게 두 번째인데, 한국인들이 커피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남들보다 더 좋게, 더 발전시켜 일하는 걸 느낍니다. 모든 분야에 대해 고급화를 생각하고 연구하죠. 하루는 잠시 일을 벗어나서 명동 밤 거리를 산책한 적이 있는데, 길거리만 다녀도 새로운 생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이런 부분들 정말 높게 사는데요. 제 생각으로는 한국이 '미래의 커피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저 '한국은 차를 마시는 문화 일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커피에 대해 발전된 나라인 걸 보고 항상 감탄합니다.

-생각해보면 과거와는 달리 커피가 참 다양해진 것 같아요.

초콜릿이나 와인을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그냥 단순히 초콜릿, 와인이었지만 점점 시대가 변하면서 벨기에 초콜릿, 어디 초콜릿 등 지역이 붙게 됐죠. 와인도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레드와 화이트로 나뉘었지만 지금 레스토랑을 가면 끼안띠, 모스카토 등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저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때, 그냥 '아메리카노 주세요' 가 아닌 '에티오피아 원두의 아메리카노를 주세요' 처럼 세부적인 커피가 되길 원했습니다.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커피를 즐기게 될까요?

현재 특정 지역에서 나오는 특별한 커피들을 찾고 있는데요. 미래에는 이 커피들을 여러가지로 블렌딩하고 즐길 것으로 봐요. 커피 원두가 줄 수 있는 맛과 풍미는 한정돼 있는데, 이걸 더욱 즐겁게 즐기기 위해서 기존 블렌드에서 찾기 힘들었던 걸 다른 블렌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커피가 더 세밀하게 발전하는 거군요.

맞아요. 내게 맞는 완벽한 커피를 찾을 수 있게끔 블렌드 하는 게 중요해질 거에요. 네스카페 돌체 구스토를 예로 들면, 조금 더 사람들에게 다양한 풍미와 맛을 전할 수 있도록. 캡슐 한 개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의 원두를 블렌딩 하고 있어요. 그 기술이 미래의 커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커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할텐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하겠죠? 많이 마셔보면서 내 입맛에 딱 맞는 커피를 찾는 게 중요해요. 지금 당장 어떤 커피가 좋은 커피라고 말씀드리기 어렵고 또 모든 이들의 입맛을 맞추기도 힘들어요. 친구가 가끔 저에게 물어봐요. "이렇게 커피를 먹는 게 맞는 거야?" 그러면 저는 "너에게 그게 맞는 방법이라면 그게 맞아" 라고 말해주죠. 거기에 제가 조언을 해줄 순 있어요 "너무 뜨거운 물이나, 미네랄이 많이 들어간 물은 피하는 게 좋아" 라고요.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커피 관념을 갖고 있어요. 자기가 생각해봤을 때, 나에게 맞는 커피가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커피라고 생각해요.

-내 입맛에 맞는 커피가 좋은 커피라는 말이 와 닿네요. 혹시 기억에 남는 커피 한 잔이 있나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파나마 게이샤라는 커피와 에티오피아 커피에요. 특히 에티오피아 커피는 자연스러우면서도 굉장히 복합적인 맛이 나요. 여러가지 과일향이나 꽃향기가 나기도 하고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에도 에티오피아 커피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생산을 많이 하지 않아 희소성도 높아요.

네슬레가 에티오피아에서 하던 프로젝트 하나가 생각나네요. 제가 에티오피아에 방문했을 때, 커피 농장이 있는 마을에 방문했어요. 그 마을에서는 물을 사용하기 위해 60km나 떨어져있는 우물까지 가서 물을 길어와야 했는데 영국 네슬레가 그 마을에 펌프를 만들어 수고를 덜어줬습니다.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실 때마다 저를 그 때로 데려가서 생각나게 해요.


-새로운 커피에 대한 영감을 어디서 얻나요?

전통시장이나 약재 시장에 가서 영감을 얻어요. 나라별로 입맛을 확인하고 이해하는거죠. 한국에서는 곧 갈 예정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문화를 배우고 싶고, 들을 자세히 알고 싶어요. 그래야 저도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호기심이 많은 저에게 각 나라의 문화는 큰 영감을 줍니다. 특히 음식에 대해서는 나라별 특징과 전통을 이해하고, 식문화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하루에 커피는 몇잔이나 드세요?

하루에 10잔~15잔 정도 마셔요. 매일 아침에 6-8잔의 에스프레소로 하루를 시작해요. 일반인들이 물 마시는 것처럼 먹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저에게 충분하지 않아요. 하하.

-엄청나게 많이 드시는 거 같은데 불면증은 없나요?

와,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불면증이 있네요. 하하. 솔직히 제 아버지는 커피를 1-2잔 정도 마시지 않으면 잠을 못 주무세요.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커피 마시면 잠 못 잔다는 것은) 카페인 때문이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이 큰 것 같아요. 카페인은 2-30분이 지나면 몸에서 빠져나가는데, 오히려 설탕은 몸에 계속 남아있어서 그게 건강에 더 해로운 것 같네요.

-정말 커피가 가족이라고 할만 한데요. 언제부터 커피와 인연을 맺으셨나요?

20년 전, 커피를 팔기 시작하면서 만나게 됐어요. 2-3개월 후에 '어떻게 하면 커피를 더 잘 팔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에스프레소 머신과 커피를 사놓고 집중적으로 분석했어요. 커피를 더 자세히 알기 위해 다른 회사 기계까지 분해하면서 열심히 공부했죠. 커피를 알면 알수록 다른 판매원보다 실적도 잘 나왔고, 새로운 방식으로 더 잘 팔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었어요.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해도 월드클래스가 되기 쉽지 않은데 원동력이 뭘까요?

새로운 걸 마스터 할 때마다 또 새로운 게 나오니까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게 저의 도전 정신을 이끈 거죠. 커피는 만드는 과정에서 물 온도를 조금만 다르게 하거나, 커피 콩을 어떤 방식으로 가는지 등 세밀한 차이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바뀌는데 그래서 더 매력을 느꼈어요. 다른 나라도 가보면서 영감을 얻고 새로운 걸 계속 알게 되면서 지겹지도 않았어요. 사실 완전 식품은 지루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우유는 그냥 우유니까요. 커피는 전혀 지루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커피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거겠죠?

회사에 'Try, Fail, Try again' 이라는 말이 써 있는데, 이 말이 제 인생의 키워드입니다.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 그러면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 이게 저의 생활 신조에요.

-정말 열정과 호기심이 많은 분 같습니다.

어렸을 때 호기심이 많았어요. 어떤 걸 알기 위해 대상에 계속 파고 드는 성격이었죠. 10살 때 아버지께 신디사이저를 선물 받았는데, 그 속이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뚜껑을 열어 들여다봤던 기억이 나요. 지금도 호기심이 많아요. 그래서 커피가 흥미롭죠. 제가 다 알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새로운 게 나와요.

어릴 적에는 그림도 많이 그렸고, 8-9살 때 친구들과 록 밴드를 만들기도 했어요. 친구 아버지가 뮤지션이여서 그 집에 다양한 악기가 많았거든요. 친구는 기타를 잘 쳤고, 전 피아노를 쳤어요. 밴드 이름은 '플렉트룸(plectrum)' 이었는데 그때는 록스타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저는 악보 읽는 것도 안 배웠고, 청음만으로 연주했는데 음계가 어디 있는지 스스로 음악을 이해하고 느꼈어요. 덕분에 감성적인 부분이 많이 발전했고, 더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기본 지식을 갖추고 스스로 연구한 거죠. 저에게 20분을 준다면 전 어떤 음악이든 연주할 수 있어요. 듣고, 음악을 느끼고, 연주하는 거죠. 커피 와도 같은 이치인 것 같아요. 기본 지식을 쌓고, 원하는 감성으로 새로운 걸 창조해 낼 수 있어요.


-당신에게 커피란 무엇인가요?

커피는 제 인생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커피를 먹고, 커피와 살고, 커피와 함께 잠드니까요. 제 모든 인생에 커피가 있죠. 커피는 제 모든 것입니다. 오감을 깨워주는 기쁨이기도 하고 가족과 같은 존재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바리스타를 하실건가요?

다음 생에 태어나면, 커피 원두가 될 거에요. 그래서 파나마 게이샤가 되려고요. 커피 농장의 농부도 되고 싶은데 사람이 아니면 커피 원두가 되고 싶네요.

-올라 퍼슨 같은 월드 클래스 바리스타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기본적인 걸 배우고 그 다음에 창의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규칙에 얽매이지 말고, 그냥 새롭고 재미있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세요. 제 생활 신조 'Try, Fail, Try again'처럼 실패도 하고 다시 시도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야한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세요! (Be Creative!)"


yangjiyoon@sportschosun.com, 사진=네스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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