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2017년 방송가는 격동기를 보냈다.
톱스타의 귀환과 반짝반짝한 루키들의 등장으로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파업, 시청률 마지노선의 붕괴로 쓴맛을 보기도 했다. 이에 방송가의 엇갈린 2017년 명암을 가려봤다.
지상파 3사 성적을 통틀어 봤을 때 가장 크게 웃은 건 KBS다. KBS는 '올드하고 식상하다'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청춘멜로 법정물 추리물 오피스물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선보였다. 그 결과 '김과장' '쌈 마이웨이' '추리의 여왕' '마녀의 법정' '매드독' '저글러스' '고백부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아버지가 이상해' 등 대부분의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황금빛 내 인생'은 시청률 40%대를 돌파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분위기가 좋다 보니 논란을 불러온 스타들도 KBS 드라마를 통해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성추행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던 박시후는 '황금빛 내 인생'을 통해 '직진 사랑꾼' 최도경으로 멜로 장인의 면모를 드러내며 '황금빛 사나이'로 거듭났다. 인성 논란으로 하차 청원까지 일었던 류화영 또한 '매드독'에서 섹시 홍일점 장하리 역을 맡아 연기력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최고의 한방'에 출연했던 윤손하의 경우 자녀의 학교 폭력에 대한 미성숙한 대처로 드라마 촬영 중 구설에 오르기는 했다.
SBS는 그야말로 웃다 울었다.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20%대를 돌파한 '피고인' '우리 갑순이' '언니는 살아있다', 그리고 꾸준히 시청률 1위를 유지한 '조작' 정도다. 박경수 작가의 복수 시리즈 완결판으로 화제를 모았던 '귓속말'에는 호불호가 갈렸고 수지와 이종석을 내세운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화제성에 비해 힘을 받지 못했다. 그외에 '사임당, 빛의 일기' '엽기적인 그녀' '사랑의 온도' '다시 만난 세계'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이 모두 배우들의 이름값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냈다.
MBC는 가장 처참했다. 최민수 주연의 '죽어야 사는 남자'와 유승호 주연의 '군주-가면의 주인', 윤균상 채수빈 김상중 주연의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정도가 시청률 면에서든 작품성 면에서든 좋은 평가를 받아냈다. '왕은 사랑한다' '미씽나인' '자체발광 오피스'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불어라 미풍아' '당신은 너무합니다' '밥상 차리는 남자' 등이 모두 혹평을 면치 못했다. 특히 '20세기 소년소녀'는 파업 직격탄까지 맞았다. 작품은 9월 4일 부터 시작된 파업으로 드라마 촬영이 중단됐다 재개된 끝에 첫방송 일정이 두 번이나 미뤄졌다. 이 때문에 종방 날짜가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수모를 겪었다. 심지어는 월화극으로 편성된 작품이 일일극으로 편성이 바뀔 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방송사 자체가 파업으로 드라마에 신경을 쓰지 못하다 보니 완성도가 현격히 떨어져 시청자의 외면을 받은 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더욱이 주연 배우들의 악재도 이어졌다. '돌아온 복단지'의 송선미는 드라마 출연 중 부군상이라는 비극을 당했다. 더욱이 송선미의 부군은 조부를 돕는 과정에서 유산을 노린 이들에게 청부 살인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안겼다. 주연 배우 교체도 두번이나 일어났다. '불어라 미풍아'의 오지은은 촬영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해 극에서 하차, 임수향이 중간 투입됐다.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구혜선이 방송 3주 만에 아나필락시스에 따른 알러지성 소화기능 장애로 하차, 대타로 장희진이 캐스팅 되기도 했다.
이처럼 지상파 3사는 각기 다른 이슈로 다른 운명을 맞았다. 그러나 어쨌든 이들은 시청률 붕괴라는 큰 과제에 함께 부딪힌 전우이기도 하다. 그동안 지상파 3사는 시청률 파이가 큰 주말극을 제외하고 평일 미니시리즈는 기본적으로 10% 후반대 성적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올해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마지노선이 붕괴됐다. 흥행에 성공했다는 작품도 시청률 10%대에 그쳤고 심지어 KBS 수목극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은 1%대, MBC '20세기 소년소녀'가 3%대 시청률로 하락하면서 케이블이나 종편 드라마보다 못한, 더없는 굴욕을 맛보기까지 했다.
지상파 드라마의 부진 속에서 강세를 보인 건 종편 케이블 드라마였다. JTBC는 올해 '힘쎈 여자 도봉순'이 9%대, '품위있는 여자'가 10%대를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웠다. 시청률면에서는 조금 아쉬울지 몰라도 '청춘시대' '더패키지' 등 소소한 감동을 주는 작품들도 호평받았다. OCN 드라마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보이스' '터널' '구해줘' 등의 작품을 모조리 흥행시키며 '장르물의 명가'로서의 자존심을 세웠다.
다만 tvN은 '믿고보는 tvN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악재가 겹쳤다.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가 김은숙 작가의 필력과 공유 김고은 이동욱 유인나 육성재 등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최고 시청률 20.5%(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을 기록, 신드롬을 불러왔다. 그러나 이후로는 내리막길이었다. '내성적인 보스'를 시작으로 '써클'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하백의 신부 2017' '내일 그대와' '시카고 타자기' '변혁의 사랑'이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그나마 '비밀의 숲'과 '명불허전', '부암동 복수자들'이 시청률 면에서나 작품성 면에서나 호평을 이끌어냈고,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성추문으로 곤욕을 치렀던 이민기를 남자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따뜻하고 공감되는 대본의 힘으로 극찬을 받아낸 정도다.
미디어 플랫폼의 다변화로 시청률 파이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올 한해 드라마 흥행 추이를 살펴보면 결국 '잘 만든 드라마는 시청자가 찾아서 본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아무리 스타 작가와 톱스타를 내세워도 작품성 자체가 떨어지면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는 뜻이다. 2018년에는 이름값이 아닌 작품성에 근간을 둔 웰메이드 작품이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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