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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아이캔스피크'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문희가 스포츠조선을 방문했다. 나문희가 청룡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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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국민 할매' 나문희(76). 그의 열정은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도 진행형이다.
나문희는 지난달 25일 열린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휴먼 코미디 영화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 영화사 시선 제작)를 통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민원 건수만 무려 8000건,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와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이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아이 캔 스피크'는 나문희의, 나문희에 의한, 나문희를 위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문희의 열연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그는 '아이 캔 스피크'에서 20년 동안 봉원시장에서 오랫동안 수선집을 운영하는 나옥분으로 변신해 열연을 펼쳤다. 나옥분은 불법 입간판부터 가로등 보수, 건물 철거 등 동네의 문제란 문제는 모두 참견해 기어이 민원을 해결하는 괴짜 할매지만 알고 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연을 가진 평범한 소시민이다. 이러한 나옥분은 나문희로 인해 더욱 유쾌해졌고, 나문희로 인해 더욱 뭉클해진 캐릭터로 진화한 것.
"사실 위안부 피해자를 연기하는 데 부담은 없었어요. 그냥 내 또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나도 말을 잘 못 하니까 '아이 캔 스피크'의 나옥분처럼 제대로 말을 해보고 싶어 선택하게 됐어요(웃음)."
1960년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해 올해 57년 차를 맞은 나문희는 매 작품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며 관객에게 신뢰를 쌓았다. 전작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07, 김상진 감독)에서 납치범을 쥐락펴락하는 권순분 여사로, '하모니'(10, 강대규 감독)에서는 가슴 아픈 사연을 안은 최고령 수감자 김문옥으로, '육혈포 강도단'(10, 강효진 감독)에서는 하와이 여행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점거하는 은행 강도 김정자로, 그리고 '수상한 그녀'(14, 황동혁 감독)에서는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으로 변신해 관객을 웃고 울린 것. 비단 '할머니' 역으로 국한됐지만 이러한 한계 속에도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이번 '아이 캔 스피크'에서는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뭉클한 영어 대사를 소화, 연기 혼을 불태웠다.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라며 시작된 미 의회 청문회 장면은 나문희의 연기 내공이 응축된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한 가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아이 캔 스피크'의 영어 대사는 정말, 굉장히 열심히 연기했다는 거예요. 둘째 딸이 미국에서 살고 있고 남편은 영어 선생님이었어요. 그래서 두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남편이 영어 선생님이니까 영어 대사를 잘 소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죠. 남편도 이런 저를 많이 도왔고요. 미국 의회 장면을 촬영할 때 빈 숙소에서 그 장면만 붙잡고 연습했어요. 단어나 악센트를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싶어서 계속 대사만 줄줄 외웠죠. 그런데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다른 대사들과 달리 외워지지 않더라고요. 딸이 옆에서 계속 가르쳐 주는데도 입에 잘 안 붙어서 애먹었어요(웃음). 나도 욕심이 나서 닷새간 입에 붙을 때까지 계속 읊었죠. 그제야 입에 좀 붙더라고요. 그걸 희망 삼아 연기했고 다행히 촬영을 마쳤죠. 진짜 열심히 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연말에 상복이 터졌네요. 나이에 안 맞게 큰 행운을 얻었어요.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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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5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수상소감을 전하는 나문희의 모습.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7.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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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나문희의 열정은 고스란히 흥행 스코어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9월 개봉해 누적 관객수 326만2463명을 동원한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는 웃음과 감동,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중견 배우의 저력을 입증했고 연말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충무로의 새 역사를 썼다. 나문희에게 2017년은 관객의 사랑을 온몸으로 느낀 해였다.
"주변에서 '아이 캔 스피크'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있어요. '인생 연기'라고 하지만 그렇게 거창한 연기는 아니었어요(웃음). 지금까지 제가 연기하면서 쌓아온 것이 모여 나옥분으로 표현됐을 뿐이에요. 다만 이번엔 영어라는 장벽이 있었는데 그걸 노력으로 이겨냈다는 것 외엔 다른 작품과 다르지 않아요. 개봉 전까지는 많은 관객이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상상보다 더 큰 사랑을 받게 된 것 같아요. 행복이라는 말보다 더 큰 표현이 있다면 좋겠네요. 하하. 저도 노력했지만 사실 진짜 박수받아야 할 주인공은 김현석 감독이에요. 배우는 감독과 앙상블이 굉장히 중요한 직업이에요. 판소리 할 때 고수의 역할과도 같죠. 옆에서 추임새를 잘 넣어줘야 배우가 손끝부터 발끝까지 혼을 표출할 수 있거든요. 배우에게 감독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인데 이번 김현석 감독은 제게 굉장한 힘을 불어넣었어요. 덕분에 잘 놀 수 있었죠."
마지막으로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로 얻은 모든 공을 관객에게 돌렸다. 영화는 극장에서 막을 내렸지만 잊지 않고 기억해준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국민 할매' 나문희다.
"관객에게 항상 감사해요. 개봉 당시 많은 격려와 응원 보내줘서 행복했는데 이렇게 좋은 상까지 주셔서 행복이 더욱 충만해졌어요.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 저를 더욱 친근한 이웃 할머니, 편안한 배우로 봐주시는 것 같아 기뻐요. 전 관객에게 이런 할머니로 남게 돼 너무 좋네요. 하하."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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