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주말극 '황금빛 내인생'이 시청률 30%를 돌파했다.
24일 방송된 '황금빛 내인생'은 30.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2일 19.7%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작품은 2회 만에 20% 고지를 밟았다. 그리고 방송 8회 만에 또다시 30%대를 돌파하며 독보적인 주말극 1위임을 공고히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황금빛 내 인생'의 스토리 자체에 대한 반응과 시청률이 반비례 관계라는 것. 날이 갈수록 시청률은 상승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극 전개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흙수저의 인생을 다룬 드라마라면서 흙수저라 하기 애매한 이들이 신세 한탄하는 모습에 시청자는 어리둥절하고 있다.
24일 방송된 '황금빛 내인생'에서는 서태수(천호진)의 마음고생이 그려졌다. 서태수는 앞서 서지안(신혜선)이 취업실패의 괴로움을 토로하며 재벌가 입성을 선언해 크게 상처를 받은 상황. 여기에 장남 서지태(이태성)는 아버지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서지태는 연인 이수아(박주희)가 소개팅 하는 모습을 보고 길거리에서 싸움을 벌였다. 이수아는 "넌 평생 결혼 안한다며. 당장 방 한 칸 마련할 능력 없는 집안 장남이면서 장남 노릇만 하는 너 싫다"고 분노했고, 서지태는 "반월세 사는 집 장남이라 희망이 없어 결혼 안한다. 가난 대물림하기 싫어 결혼 안한다"며 맞섰다. 서태수는 아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크게 충격 받았다.
이처럼 '황금빛 내인생'은 흙수저의 비극을 그려내는데 중점을 맞추고 있다. 서지안이 흙수저라는 이유로 취업에 실패하고, VIP 고객으로부터 갖은 굴욕을 당한 탓에 재벌가에 입성하기로 결심하는 모습을 그린데 이어 이번에는 서지태가 흙수저라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결혼을 포기하는 모습을 통해 N포 세대의 아픔을 조명하려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설정에 '진짜 흙수저'는 공감할 수 없었다는 것. 서지안이 당한 굴욕은 현실 속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에 MSG를 더한 정도라 공감을 얻었지만, 서지태의 경우엔 상황이 달랐다. 서지태는 은행원이다. 대기업과 비슷한, 오히려 그를 상회하는 연봉을 받는 직종이 금융권인데 그런 그가 가난 운운하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이다. 서지태의 집안 또한 마찬가지. 대단한 재력가 집안은 아니지만 사채빚이 있다거나 심한 경제고를 겪는 것도 아닌, 평범한 집안이다. 그런 집안의 아들이 가난을 들먹이며 결혼을 포기하겠다고 울부짖는 모습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더욱이 그 모습을 아버지가 우연히 목격한다는 설정 또한 너무나 작위적이라 고개를 내젓게 했다.
이처럼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는 전개를 보였음에도 '황금빛 내 인생'은 시청률 30%대를 넘었다. 이는 최근 방영된 KBS2 주말극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다. 역시 출생의 비밀, 뒤바뀐 신분 등의 막장코드에 여전히 40대 중장년층 이상의 시청자가 반응한다는 방증이다. 또 자극적인 전개에도 빛난 배우들의 열연이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신혜선은 첫 주연작임에도 급작스러운 신분 상승으로 혼란을 겪는 서지안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서은수는 똑 부러지는 당찬 캐릭터로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여기에 천호진 김혜옥 전노민 나영희 등 연기파 배우들의 서포트까지 더해지니 연기 구멍 없는 풍성한 드라마가 완성됐다. 하지만 언제까지 배우들의 열연으로 스토리와 설정 자체의 허술함을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황금빛 내인생'이 시청자 의견을 수렴해 '진짜 서민'의 이야기를 다뤄낸 '웰메이드 막장'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마감직전토토, 실시간 정보 무료!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