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수목극 '병원선'의 정체성이 흐려졌다.
21일 방송된 '병원선'에서는 송은재(하지원) 곽현(강민혁) 최영은(왕지원) 김재걸(이서원)의 4각 관계가 그려졌다. 최영은은 송은재와 병원선 식구들에게 자신이 곽현의 약혼자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곽현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 위해 병원선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고 곽현의 방에서 잠을 잤다. 곽현은 최영은이 다른 남자와 키스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를 오해한 송은재는 질투를 느꼈다. 그런가 하면 김재걸은 곽현에게 "너 송은재 얼마나 좋아하냐. 좋아하면 간수 잘 해라. 내가 뺏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까"라고 선전포고했다.
이렇게 '병원선'은 송은재 곽현 최영은 김재걸의 4각 멜로의 진을 깔았다. 중간중간 송은재가 청진기 소리로 김재걸 모친이 심근경색이라는 걸 알아내는 장면 등을 삽입해 메디컬 드라마의 포장을 쌌지만, 골자는 4각 관계의 시작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4각 관계가 드라마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것.
메디컬 드라마의 핵심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의사들의 고군분투를 얼마나 생생하게 다루는가에 있다. 그러나 '병원선'의 메디컬은 허점이 많다. 간호사 복장 논란에 복장을 교체하며 반성의 기미를 보인 것도 잠시, 간호사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응급 상황이 아님에도 코드블루를 외치는 등 고증의 문제를 제대로 보여줬다. 의사들의 진료 장면에서도 마찬가지. 아무리 송은재가 천재 외과의라고 하지만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접합술을 단번에 성공하는 등 무리한 장면이 이어졌다. 또 엄마의 심장 소리를 매일 들었다는 핑계가 있을지언정, 청진기 소리 만으로 심근경색을 알아낸다는 건 사실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최근 시청자의 수준이 높아져 장르물에도 정통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트렌드인데, 납득할 만한 진료 및 수술 장면 하나 없이 식상한 멜로가 전개되며 반감이 생겼다.
정체성을 이동하려면 멜로라인이라도 잘 살아야 할텐데 사실 '병원선'의 러브라인은 조금 올드한 감이 있다. "간수 잘해라"와 같은 대사는 90년대 청춘 멜로극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오글거림을 선사했고, 배우들 간의 케미 또한 생각만큼 터져나오지 않아 이래저래 몰입하기 어려운 그림만 이어졌다.
다행히 '병원선'은 10.5%, 12.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극 1위 자리를 지켰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다시 만난 세계'는 6.1%, 6.7%, 6.2%의 시청률을, KBS2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은 2.3%의 시청률에 그쳤다. 그러나 '다시 만난 세계'가 종영하고 이종석 수지 주연의 정통 로맨스물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출격한다면 '병원선'의 4각 멜로가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병원선'이 이대로 표류할지, 아니면 꿋꿋이 살아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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