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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름만큼 폭발적인 연기… 연극 '이방인'의 전박찬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7-09-22 11:32


◇연극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를 열연 중인 배우 전박찬. 사진제공=극단 산울림

"'박차고 나간다는 뜻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요.(웃음)"

요즘 연극계에서 독특한 이름의 배우 한 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알베르 카뮈 원작의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를 열연 중인 전박찬(35)이 그 주인공이다. 본명은 전가람이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7년 전 개명했다. '전찬'이란 이름을 받았는데 외자가 싫어 어머니의 성(姓)인 '박'을 가운데 넣었다.

그런데 이 배우, 이름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묘한 눈빛, 풍부한 성량에서 발원하는 목소리 그리고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삼위일체를 이루어 무대를 꽉 채운다. 연기만 본다면 '박차고 나간다'는 말이 어울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하고 지난 2009년 데뷔한 전박찬은 2014년 '에쿠우스'에서 소년 알런을 연기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5년 고(故) 김동현 연출의 '맨 끝줄 소년'에서 신비한 매력을 지닌 소년 클라우디오로 호평받았고, 지난 4월 '맨 끝줄 소년' 앙코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캐릭터 해석을 보여주었다.

"'맨 끝줄 소년'을 할 때였어요.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이방인'의 임수현 연출님이었죠."

뫼르소 역을 제안받았지만 선뜻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었고 원작을 읽어보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부랴부랴 책을 읽어보았지만 머릿속의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거절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는데, 문득 '내가 비겁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늘 잘 할 수 있나, 어렵고 피곤할 것 같아 사양하는 것은 사실 도망가는 게 아닌가…. 용기를 내어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막상 오케이를 하고 나니까 '큰일 났다, 이젠 어떡하지?'란 두려움이 들더라구요.(웃음)"


카뮈의 '이방인'은 부조리(不條理)의 철학을 담은 난해한 작품이다. 세상의 규칙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는, 그리하여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된 뫼르소를 통해 사람들이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살아가는 제도와 관념의 허술함을 날카롭게 대조시킨다.

"뫼르소는 실존철학에서 말하는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고 생각해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개인주의자이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관습을 강요하는 세상과 충돌할 수 밖에 없어요. 그 지점에서 뫼르소의 순수함과 진실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뫼르소는 유독 대사가 많다.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상황을 전박찬은 딕션(Diction)의 힘을 바탕으로 용케도 극복한다. 마치 낭독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에쿠우스' '맨 끝줄 소년' '이방인' 등 유독 묵직한 작품들에 출연해왔다. "경쾌한 작품을 하려면 연기를 잘 해야하는데 제가 감초 능력이 없어요"라며 살짝 웃은 전박찬은 "작품을 통해 만나는 수많은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 존재란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싶어요. 그래서 얻은 작은 깨달음을 관객과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방인'은 10월 1일까지 홍대앞 산울림소극장.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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