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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오랜만에 만나는 눈빛이 매력적인 배우다. 어떻게 보면 이종석과 김우빈을 묘하게 섞어놓은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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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사랑한다'는 사극치고도 액션신이 꽤 등장한 작품이었다. 그중에서도 박영운이 연기한 무석은 고려 제일의 무사라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가장 액션 준비를 열심히 해야 했다. 9년 간 대한검도를 배우며 2단을 딴 박영운으로서도 액션 준비는 꽤 험난한 과정이었다. "(임)시완이 형, (홍)종현이, (임)윤아 씨와 2달 반 동안 일주일에 5일 씩 액션 스쿨에 갔다. 검도를 했기 때문에 검을 드는 라인 등에 확실히 도움이 됐다. 그래도 고려 제일의 검객이라 가장 빨리 능숙하게 액션을 해야했기 때문에 부담도 많이 됐고 다른 사람보다 많이 혼나기도 했다"는 설명.
힘든 준비 기간 동안 힘이 되어준 건 함께 액션 스쿨에 다닌 동료들이다. 박영운은 "리딩 전에 TV에서 보던 형들, 그리고 공감대가 있는 신인 배우들과 함께 연습하다 보니 더 힘이 됐고 좋았다. (임)시완이 형은 착하고 리더십이 강하다. 누구 하나 밀어내지 않고 다 감싼다. 이 모임도 시완이 형이 먼저 나서줘서 화기애애하게 유지됐던 것 같다. 면회도 다녀왔다. 나도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에 '형 다음에 또 올게요' 하고 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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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 무석 캐릭터가 고려 제일의 무인이라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박영운은 유독 많은 액션을 소화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잘한 부상도 많았지만,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돌바위를 재빨리 지나가야 하는 신이었는데 '정말 빨리 자나가야 한다'는 감독의 말에 꽂혀 무리하게 움직이다 넘어지며 부상을 입은 것. 그는 "산 정상에서 촬영할 때였는데 너무 빨리 뛰다 보니 밑이 보이지 않아서 뒤로 미끄러졌다. 다행히 시완이 형이 잡아줬다. 그때 병원에 가서 진료 받고 괜찮다고 해서 한달 동안 촬영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신기하게 촬영이 끝난 다음 날부터 목 뒤와 어깨가 너무 아프더라. 병원에 가니 신경이 다쳤다고 했다. 목디스크 초기 진단을 받고 지금은 신경 치료를 비롯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상도 부상이었지만 무석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처음 겪어보는 사극 드라마인데다 복면을 쓴 채 분노 고뇌 상처 등의 감정선을 그려내야 했다. 특히 자신이 칼로 벤 비연과 사랑에 빠지는 다소 난해한 러브라인까지 소화해야 했다. 그는 "연기할 때 자연스러운 게 최고인데 평소 쓰지 않는 단어가 많아 어려웠다. 그래서 평소에도 사극톤으로 말하곤 했다. 감독님이 정말 예리하셔서 내가 준비해온 것에 다른 것을 더해주시기도 하고 오케이 사인이 난 뒤에도 기회를 더 주시기도 하셨다. 그래도 눈으로만 감정을 표현해야 하다 보니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선덕여왕'의 김남길 선배님, '육룡이 나르샤'의 변요한 선배님의 연기를 많이 참고했다. 특히 변요한 선배님의 이방지는 외롭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고려 제일의 검객이라는 설정이 비슷해서 눈빛 연기와 액션 연기를 많이 참고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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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데뷔라는 평이지만 스스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고 독립 영화에 출연한 적도 있지만 브라운관 연기는 처음이었던 만큼, 시선 처리나 감정연기의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아쉬운 면이 보였다고. 이번에 느낀 부족한 부분은 다음 캐릭터에 추가해서 보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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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운은 2010년 영화 '귀'로 데뷔했다. 이후 KBS2 '아이리스'에 단역으로 출연하긴 했지만 쭉 공백기가 이어졌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충분히 연기를 포기할 수 있는 긴 공백기였지만, 박영운은 이 시간마저 소중했다고 말한다. 학업에 충실하길 원하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대학을 졸업했고, 군대도 제대했으며 연극무대에 올라 선배들의 조언을 받고 소속사를 찾아 오디션을 보기 시작한 알찬 7년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직 한번도 연기를 포기하고 싶던 적은 없었다. 아직은 젊으니까 하고 싶은 걸 다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왕은 사랑한다' 오디션에 합격하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더니 많이 행복해하셨다. 내가 열심히 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보여 드리면 더 행복해하시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보여줄 게 많은 박영운이다. 그의 목표는 '호기심이 가는 배우'가 되는 것. 그는 "어떤 캐릭터든, 어떤 장르든 가리지 않고 다 해보고 싶다. 특히 학원물의 반항아 캐릭터를 해보고 싶긴 하다. 롤모델은 김래원 선배님이다.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고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차기작이 궁금해서 나도 모르게 찾아보게 된다. 그런 걸 보면 정말 멋지다. 나도 선배님처럼 그렇게 호기심이 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