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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아인 사로잡은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장호석의 특별한 집들이

이한나 기자

기사입력 2017-08-23 10:39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한나 기자] "우리 집으로 놀러오세요!" 스페셜한 집들이를 연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장호석을 만나다.

뉴욕 타운 하우스의 느낌을 서울 한남동에서 느낄 수 있다면? 남산 자락에 위치한 이 시대 힙한 아티스트들의 공간, 스튜디오 콘크리트. 그 곳에서'타운 하우스, 하우스 워밍(Town House, House Warming)' 이라는 주제의 특별한 전시가 지난 7월 15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스튜디오 콘크리트, 장호석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이 곳을 찾은 이들의 작은 카페로 또 스튜디오 크루들의 아지트, 전시 공간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공개할 때 마다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 바 있다. 이번 전시 역시 스튜디오 콘크리트 다웠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795-3 번지(한남대로 162),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공간. 이번엔 그 공간을 다시 '집'으로 꾸몄다. '집'이라는 공간이 본디 가지고 있던 정체성을 다시 찾아 그 본연의 목적성을 되살리는 작업은 배우이자 크리에이터인 유아인의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유명한 데코레이터 장호석의 손길로 완성됐다.

들어서자 마자 코 끝을 스치는 매스큘린한 향기. 발을 딛자 마자 한 순간 맨하탄에 사는 누군가의 집 안으로 들어온 듯 했다. 무심한 듯 놓인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지난 10년 간의 뉴욕생활을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장호석의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넉살 좋은 그는 만나자마자 자신의 공간을 찾아준 이에 대한 따뜻한 환대를 아끼지 않았다. 취재 시작 전, 직접 스튜디오 콘크리트 카페의 시그너처 메뉴. 고요라떼를 건네며 '이번 전시를 볼 때 친구의 집들이에 온 것처럼 편하게 생각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전시의 타이틀 '하우스 워밍(Housewarming)처럼 말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신경 썼던 점은 '편안함' 이었어요. 정말 내 '집을 그대로 옮겨보자'는 첫 발상을 잊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죠. 그래서 뉴욕에 있는 가구부터 소품까지 다 제가 쓰던 것들을 고스란히 옮겨냈어요. 물론 공간이 다르니 조금 덜어내고 더해진 부분도 있지만요."


"'집들이'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사실 요즘 한국에서 '집들이'는 일상에서 자주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초대하는 사람도, 또 초대 받은 사람도 낯선 공간에서 마주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어딘지 모를 불편함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꼭 거창한 집들이가 아니더라도, 굉장히 가볍고 캐주얼하게 자신의 집에 사람들 초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들에게 '집들이'는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 취향은 어떤지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죠. 사실 한국에서도 그렇잖아요. 보통 이사를 하거나, 신혼집에 입주하면 '집들이'를 하죠. 그렇게 보면 사실 집들이는 일종의 자랑이기도 한 것 같아요. '나는 이런 사람이야'를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그의 말 처럼 집들이는 집주인의 취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집들이의 본질은 함께 하는 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공유하는 자리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친구들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해 그는 그의 집을 찾은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향을 켠다. 현관 근처 테이블에 향을 다루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은 것이 센스있다.

"향초나 향을 켜는 의미는 다양하겠지만 일단 소중한 이가 왔으니 이제 집들이를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주고요. 또 향을 켜는 것 만으로도 공간이 따뜻한 분위기로 바뀌어요. 웰컴의 의미가 함께 담겨있는 거죠."


사진 이한나 기자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라며 보여준 것은 거실에 놓인 두 개의 책장. 그 안에는 책은 물론 향수, 화분, 상자, 유리병 등 갖가지 소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수집해 온 작은 소품들이 한 데 모여 빛을 발하는 것. 장호석은 각각의 소품들 마다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집들이를 할 때에는 돈 모아서 하는 큰 선물보다는 작은 선물을 주로 하는 편이에요. 대신 작지만 정말 집 주인을 생각하면서 골랐다는 느낌을 받는 선물들이거든요. 제 취향을 알고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아니까 선물을 받으면 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진열을 해요. 그럼 선물을 주는 친구도 굉장히 만족하죠.그냥 '고마워'하고 받아만 두는 게 아니라 받은 즉시 그 선물이 가장 돋보이는 자리에 놓으니까요. 그 자체로도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요. 그 오브제 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거고 또 다른 친구들이 왔을 때에도 그걸 다시 얘기할 수 있게 되니까 추억이 쌓여요.


"그리고 오는 손님들에게 제가 모은 샴페인 잔을 하나씩 나눠주면서 이야기를 덧붙여요.





리빙 룸을 돌아보며 신기했던 점은 데스크가 밖으로 나와있다는 것. "꼭 집이 넓어야만 멋있는 인테리어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꼭 서재로 만들 공간이 있어야만 서재를 둘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내 공간을 가장 편하게 쓸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게 베스트죠. 그래서 거실에 데스크를 함께 배치했어요. 그 위의 소품도 수시로 바꿔주면서 분위기에 변화를 주죠. 촛대 하나만 가져다 놔도 훨씬 공간이 살아나요. 그 위에 초를 꽂으면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내고요."


공간을 둘러보면서 그의 꼼꼼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무심한 듯 툭! 놓여있는 작은 소품 하나도 허투루 놓인 게 아니라고.

"저는 그래픽을 하다가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전향했어요. 2D에서 3D로 제가 활동하는 분야가 넓어진거죠. 그렇지만 저는 그 베이스가 있으니까 하나를 볼 때도 그림으로 보거든요. 소품을 정리할 때에도 저는 해놓고도 사진을 찍어서 확인해요. 실제로 눈으로 보는 거랑 또 사진으로 보는 거랑 다르거든요."


이런 감각을 알아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유아인이다. 그는 유아인의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한국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제가 1년 전부터 한국에 와서 배우 유아인씨 댁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하고 있어요. 유아인씨 본인이 워낙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있고 라이프 스타일에도 관심이 많다 보니 서로 취향을 알게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몇 년 전까지는 제 스타일이 지금보다 훨씬 모던한 스타일이었거든요.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가구나 소품을 믹스매치해서 스타일링 했죠."


"유아인씨가 그걸 보고 제가 미국 갈 때 제 모든 가구를 사갔어요. 저희 집을 통째로 옮겨간 거나 다름이 없었죠. 그래서 저는 빈 몸으로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서 집을 새로 꾸몄거든요. (웃음)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스타일이요. 조금 더 클래식하면서도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꾸미게 됐어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는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일원이 되었다. 그의 서울에서의 '집들이'가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새로운 크루로서의 입성을 알리는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어떻게 함께 하게 됐는지 그 계기가 궁금했다.

"사실 큰 계기가 없어요. 원래부터 알고 있던 친구들이었고요. 서로 취향도 잘 맞고 합이 잘 맞아서 이번 전시부터 '데코레이터'로서 함께 하게 됐어요. 뭔가 거창한 거 없이 정말 말 그대로 어떻게 하다 보니 함께 하게 된 거예요" 담백한 대답이 돌아왔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사실 생소한 직업인데 그에 대한 설명도 부탁했다.

"한국에는 없는 직업이죠. 인테리어 디자이너와는 달라요. 우리나라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내부 시공부터 인테리어 디자인도 하고 커튼 같은 것도 다 어레인지 해주거든요. 외국 같은 경우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하드웨어 적으로 세팅을 해주면 스타일리스트가 같이 붙어서 커튼, 가구, 패브릭 등을 같이 조율을 해주는 일종의 전문직종이거든요. 좀 더 나아가면 돈 있는 분들은 스타일리스트를 상주시켜요. 메이드들이 청소하고 나가면 하나하나 세팅해서 바꾸고 어떻게 보면 라이프스타일리스트라고도 해요.한 개인의 취향을 파악해서 새로운 책, 아트 북도 바꿔주고, 그런 식으로 하는 건데 그건 우리나라는 거의 없죠."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직업,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그가 한국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하고자 했던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사실 인테리어 작업은 카페, 레스토랑, 병원, 회사 등등 다양하게 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머물고, 관심있어하는 인테리어도 집이고, 또 한 사람의 스토리를 가장 잘 담고 있는 공간도 단연 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고요."


"제가 한국에 와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를 직업으로 삼아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건 한국의 집들이 너무나 획일화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아랫집 윗집 똑같은 형광등에 똑같은 가구, 똑같은 창틀… 그런 것들이 안타까웠죠. 그래서 한국에서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들었어요. 이렇게 꾸밀 수도 있고,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꾸밀 수 있는 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전시도 기획하게 된 거예요."

그는 말 하는 내내 꾸밈이 없었다. 장호석은 자신이 대단한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고 전공이 처음부터 인테리어였던 것도 아니며 타고난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며 오로지 자신의 눈, 감각 하나만을 가지고 그저 열심히 할 뿐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오히려 더 그래서 더 신뢰가 가고 소품 하나하나에서도 진심이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 가보시길.

사진 이새 기자 06sejong@, hale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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