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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꾸준히 두드리면 열린다. 한 우물을 집요하게 팠고, 생명수가 터져나왔다. '찌질'의 끝을 보여주는 윤종신의 감성이 제대로 통한 것. '월간 윤종신'과 'LISTEN'프로젝트로 끊임없이 음악작업을 이어온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라 더욱 값지다는 평이 이어진다.
윤종신은 "늙으막에 소 뒷걸음질 쳤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결코 행운만은 아니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간 바쁜 예능활동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로 꾸준히 음악 작업을 이어왔으며, 특유의 감성으로 팬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유입시켜온 바. 이별 후 후회하거나 상대를 잊지 못하는 감성을 과하게 현실적이고 솔직하다 싶을 정도로 '찌질'하게 표현해내는 가사가 매력적인 지점으로 꼽힌다. 이는 듣는 이들이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일들을 떠올리게 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결국에는 매혹시킨다.
그 '찌질'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 히트곡 BEST5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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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찌질'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곡.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진 구여친(전 여자친구)의 결혼식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애절함이 담긴 곡이다.
'몰랐었어 니가 그렇게 예쁜지 웨딩 드레스/하얀 네 손엔 서글픈 부케 수줍은 듯한 네 미소/이해할게 너의 부모님 말씀을 /지금 보니 네 옆에 그 사람은 널 아마행복하게 해줄거야.'
쿨하게 보내주는 듯하지만, 압권은 '하지만'부터다. '하지만 넌 잊을 수 있니 그 맹세/마지막을 함께 하자고 울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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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벗고~'라는 첫 소절로도 유명한 곡. 가사와 감성은 '너희 결혼식' 못지않다. 역시 헤어진 구여친을 그리워하는 이야기. 심지어 시점은제대를 앞둔 군복무 시절. 새 남자친구의 소식을 듣고 가슴 아파하는 가사다.
'너의 새 남자친구 얘길 들었지/나 제대하기 얼마 전/이해했던 만큼 미움도 커졌었지만'
그리고 반전도 있다. '지금 내 곁엔/나만을 믿고 있는 한 여자와/잠 못 드는 나를 달래는 오래전 그 노래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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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김연우'를 만든 곡. 이별 직후 올라탄 택시에서 상실감을 처절하게 표현한 노래로 구어체로 묻는 독특한 가사가 인상적인 곡.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달리면 어디가 나오죠/빗속을'
'와이퍼는 뽀드득 신경질 내는데' 등의 참신한 표현도 팬들이 열광하는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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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한 곡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시점'이다. 위 세 곡이 이별의 상처와 아픔이 채 가시기전에 써낸 처절함을 담아냈지만, '거리에서'는 추억하는 노래.하지만 역시나'찌질'하다.
'널 그리는 널 부르는 내 하루는/애태워도 마주친 추억이 반가워/날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면/텅 빈 거리 어느새 수많은 니 모습만.. 가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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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니> LISTEN 010 (2017년)
좋으냐고 묻는 것 자체로 '찌질'의 정점을 찍어버린 곡. 이별 후 헤어진 여자친구가 불행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다가도 결국엔 '행복해달라'는 가사는 꽤나 아프게 다가온다.
'좋으니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니가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진짜 조금 내 십 분의 일 만이라도/아프다 행복해줘'
윤종신이 쓰고 있는 '찌질'의 역사는 끊임없이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좋니'를 통해 다시 한 번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은 만큼 이후의 행보에도 팬들과 업계의 시선이 집중될 테다. 그가 또 어떤 찌질함으로 듣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낼지 기대감이증폭된다.
joonam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