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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한 우물 판 윤종신, 그 '찌질'의 역사

정준화 기자

기사입력 2017-08-17 13:38



[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꾸준히 두드리면 열린다. 한 우물을 집요하게 팠고, 생명수가 터져나왔다. '찌질'의 끝을 보여주는 윤종신의 감성이 제대로 통한 것. '월간 윤종신'과 'LISTEN'프로젝트로 끊임없이 음악작업을 이어온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라 더욱 값지다는 평이 이어진다.

화제의 곡 '좋니'는 무서운 화력을 자랑하는 아이돌의 틈바구니에서 차근차근 '역주행', 정상까지 치고 올라왔다. '좋은 콘텐츠는 결국 통한다'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가요계에 고무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볼 만하다.

'돌풍의 핵'으로까지 불리는 분위기. 윤종신의 곡 '좋니'는 17일 오전 멜론을 비롯해 엠넷, 네이버 뮤직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발표된 곡이지만, 각종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수많은 커버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화제에 올랐고, 차트에 고개를 내밀더니 천천히 순위권으로 치고 올라와 결국 1위까지 올라섰다.

윤종신은 "늙으막에 소 뒷걸음질 쳤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결코 행운만은 아니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간 바쁜 예능활동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로 꾸준히 음악 작업을 이어왔으며, 특유의 감성으로 팬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유입시켜온 바. 이별 후 후회하거나 상대를 잊지 못하는 감성을 과하게 현실적이고 솔직하다 싶을 정도로 '찌질'하게 표현해내는 가사가 매력적인 지점으로 꼽힌다. 이는 듣는 이들이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일들을 떠올리게 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결국에는 매혹시킨다.

그 '찌질'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 히트곡 BEST5를 꼽았다.


<너의 결혼식> 2집 Sorrow(1992년)


제목부터 '찌질'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곡.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진 구여친(전 여자친구)의 결혼식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애절함이 담긴 곡이다.

'몰랐었어 니가 그렇게 예쁜지 웨딩 드레스/하얀 네 손엔 서글픈 부케 수줍은 듯한 네 미소/이해할게 너의 부모님 말씀을 /지금 보니 네 옆에 그 사람은 널 아마행복하게 해줄거야.'


쿨하게 보내주는 듯하지만, 압권은 '하지만'부터다. '하지만 넌 잊을 수 있니 그 맹세/마지막을 함께 하자고 울었잖아'


<오래 전 그날> 3집 The Natural(1993년)

'교복을 벗고~'라는 첫 소절로도 유명한 곡. 가사와 감성은 '너희 결혼식' 못지않다. 역시 헤어진 구여친을 그리워하는 이야기. 심지어 시점은제대를 앞둔 군복무 시절. 새 남자친구의 소식을 듣고 가슴 아파하는 가사다.

'너의 새 남자친구 얘길 들었지/나 제대하기 얼마 전/이해했던 만큼 미움도 커졌었지만'

그리고 반전도 있다. '지금 내 곁엔/나만을 믿고 있는 한 여자와/잠 못 드는 나를 달래는 오래전 그 노래만이'..


<이별택시> 김연우 2집 연인(2003년)

지금의 '김연우'를 만든 곡. 이별 직후 올라탄 택시에서 상실감을 처절하게 표현한 노래로 구어체로 묻는 독특한 가사가 인상적인 곡.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달리면 어디가 나오죠/빗속을'

'와이퍼는 뽀드득 신경질 내는데' 등의 참신한 표현도 팬들이 열광하는 포인트였다.


<거리에서> 성시경 5집 The Ballads(2006년)

앞서 소개한 곡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시점'이다. 위 세 곡이 이별의 상처와 아픔이 채 가시기전에 써낸 처절함을 담아냈지만, '거리에서'는 추억하는 노래.하지만 역시나'찌질'하다.

'널 그리는 널 부르는 내 하루는/애태워도 마주친 추억이 반가워/날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면/텅 빈 거리 어느새 수많은 니 모습만.. 가득해'




<좋니> LISTEN 010 (2017년)

좋으냐고 묻는 것 자체로 '찌질'의 정점을 찍어버린 곡. 이별 후 헤어진 여자친구가 불행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다가도 결국엔 '행복해달라'는 가사는 꽤나 아프게 다가온다.

'좋으니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니가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진짜 조금 내 십 분의 일 만이라도/아프다 행복해줘'

윤종신이 쓰고 있는 '찌질'의 역사는 끊임없이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좋니'를 통해 다시 한 번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은 만큼 이후의 행보에도 팬들과 업계의 시선이 집중될 테다. 그가 또 어떤 찌질함으로 듣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낼지 기대감이증폭된다.

joonam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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