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초점] '공범자들' 언론장악 화끈하게 까발린 희대의 문제작 (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8-09 16:54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또 하나의 문제작이 탄생했다.

KBS, 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 그리고 그들과 손잡은 공범자들이 지난 10년간 어떻게 대중을 속여왔는지 그 실체를 생생하게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최승호 감독,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제작). 9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공범자들'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 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박혜진 아나운서의 사회 속 최승호 감독, MBC 김민식 PD, MBC 김연국 기자, KBS 성재호 기자가 참석해 '공범자들'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응답을 받았다.

'공범자들'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보도를 기점으로 시작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언론 탄압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 나갔다. 국가와 사회의 잘못된 점을 알리고 고 바로잡는 데 앞장서는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할 공영방송 KBS와 MBC는 점차 권력에 의해 무너지면서 더이상 국민을 위한 방송이 아닌 권력의 홍보 기지로 전락하며 파괴된 방송국의 민낯을 드러낸 것.

이러한 '공범자들'을 이끈 인물은 1986년 MBC PD로 입사해 '경찰청 사람들' '삼김시대' 'PD수첩'을 제작하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를 낱낱이 파헤쳐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최승호 감독. 그는 공범자들'에서 역동적인 취재 방식과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속도감 있는 촬영, 사건의 요지를 전하는 긴박감 넘치는 편집으로 또 한 편의 웰메이드 고발극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망가져 가는 공영방송 안에서 격렬한 전쟁을 치러온 진정한 언론인들의 안타까운 절규와 분노를 생생하게 전하며 극적 감정을 끌어낸 '공범자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언론 회복 프로젝트로 역할을 해냈다.


최승호 감독은 "'공범자들'은 지난 9년간 공영방송이 어떻게 점령됐는가, 어떤 희생이 있었는지 기록하는 영화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자백'할 당시만 해도 이 작품을 만들게 될지 몰랐다. '자백' 개봉 이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현재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면서 사회가 많이 변화됐고 중요한 국민의 방송인 공영방송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영화라는 작품으로 호소해야할 것 같았다. 영화로 제대로된 모양새를 갖출 수 있을지 불안했지만 도전하게 됐다. 그 결과물을 어떻게 평가해줄지 긴장된다"고 작품 의도를 전했다.

함께 기자간담회 자리를 한 김민식 PD는 '공모자들'의 주요 출연진인 전 MBC 김재철·안광한 사장, 현 MBC 김장겸 사장, MBC 백종문 부사장, MBC 시사제작 박상후 부국장 등에 대해 "출연진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모시지 못해 아쉽다. 주연이 바빠서 단역이 참여한 것 같아 부끄럽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져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한 농담과 더불어 김민식 PD는 함께 싸웠던 동료 이용마 기자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민식 PD는 "'무한도전'이 6개월간 파업으로 결방됐다. 당시 나는 노조 집행부 회의 때 '돌아가야 한다'라는 의견을 냈던 사람이고 이용마 기자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랬던 내가 다시 싸우게 된 이유는…"이라며 울먹였다.

그는 "이용마 기자가 아프다고 전화왔을 때였다. 이용마 기자가 보도국에 남아 기자들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지켜보는 동안 나는 드라마국에서 야외 연출 B팀으로 활동하며 현장을 지켰다. 그 친구가 속이 썩어들어갈 때 나는 잘 살았다. 이용마 기자가 아프다고 했을 때 너무 미안했다. 이용마 말대로 싸웠으면 이렇게 회사가 망가졌을까 후회가 들었다"고 오열했다.


김연국 기자 역시 "1997년 MBC에 입사에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 시대에 기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언론 자유라는 말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0년대를 지나면서 언론 자유가 공기같은 존재라는 걸 알게 됐다. 있을 때는 몰랐지만 없을 때는 너무 간절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됐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권력에 의해 너무 손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이제는 공영방송의 사회적 가치, 방송 제작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방송을 권력의 도구화로 쓰는 것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고 철저하게 처벌해야 한다. 우리 영화가 이런 진상을 조사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지난 3일 전 MBC 김재철·안광한 사장, 현 MBC 김장겸 사장, MBC 백종문 부사장, MBC 시사제작 박상후 부국장 등 5명이 '공범자들'에 대해 상영금지가처분을 신청해 이슈를 모았다. 이들은 '공범자들'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초상권,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다며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최승호 감독은 "MBC 사측과 김장겸 사장, 백종문 부사장 등 우리 영화의 주요 비판 대상들이 우리 영화를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오는 11일 재판부가 상영금지가처분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우리 영화의 상영금지가처분은 반드시 기각돼야 한다. 하지만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받아들이겠다"고 현 상황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영화를 보면 그분들의 비판과 증거들은 근거가 명확하고 제시된 것도 있다. 영화 안에 다 제시되지 않았지만 이미 여러 형태의 기사, 증언이 반복해서 여러차례 회자된 내용들이다. 영화에서 특별히, 과거에 없었던 내용을 주장하고 내세운 것은 없다. 지난 10년간 대중들이 아는 내용이 담겨있다. 새삼스럽게 그들의 행동을 담아 놓은 영화에 대해 상영금지가처분을 내는 것에 대해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많은 시민이 참여한, 펀딩을 통해 제작된 영화다. 공영방송을 회복해야 한다는 염원이 담긴 작품이다. 이런 염원이 왜 나왔는지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한 공범자들의 행동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이런 일이 또 있으면 안되겠다는 사회적인 결의가 담긴 작품이다. 오는 11일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침착하게 기다릴 것이다"고 결의를 다졌다.

'공범자들'의 배급을 맡은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는 "상영금지가처분이 기각되면 '자백' 때보다 많은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잇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맷 리브스 감독) '청년경찰'(김주환 감독) 등의 신작들과 경쟁하게 됐는데 이들에 이어 3위 정도 박스오피스 순위를 지킬 수 있을지 않을까 싶다. 약 200여개 스크린 수로 관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최승호 감독은 "스크린 수 200여개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농을 던져 장내를 파안대소하게 했다.

한편, '공범자들'은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자백'을 연출한 최승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법원으로부터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오는 17일 개봉하게 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공범자들' 포스터 및 스틸

마감직전토토, 실시간 정보 무료!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