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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웅장한 음악을 타고 되살아난 나폴레옹의 파란만장한 삶, 뮤지컬 '나폴레옹'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7-08-07 15:09


[공연 리뷰] 뮤지컬 '나폴레옹'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드라마틱한 삶을 무대화한 뮤지컬 '나폴레옹'. 사진제공=클립서비스
서양사에서 알렉산더, 카이사르와 더불어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꼽히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파란만장한 삶이 웅장한 음악을 타고 되살아났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나폴레옹'(티모시 윌리엄스 작곡, 티모시 세비스틴 극본)이 그것이다.

나폴레옹이 누구인가?

코르시카의 '촌뜨기' 하급장교에서 프랑스의 황제, 나아가 전 유럽의 강력한 지배자로 등극한 정복군주다. 프랑스혁명 직후, 혼돈의 역사 한 가운데서 그는 강한 신념과 뛰어난 전략으로 툴롱 전투, 이집트 원정, 마렝고 전투 등에서 연전연승하며 단번에 '스타덤'에 오른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어록이다.

뮤지컬은 그러나 그의 영웅적 면모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으로 유럽의 해방자로 우뚝선 나폴레옹을 중심으로 그의 야망을 이용하려 한 후견인이자 정치가 탈레랑, 그리고 그를 사로잡은 여인 조세핀 등 세 사람을 중심으로 애증과 갈등의 파노라마를 드라마틱한 음악과 격동의 드라마에 담는다.

성공에 대한 강렬한 야망, 이를 위한 탈레랑과의 동맹, 그리고 조세핀에 대한 사랑과 분노, 회한과 그리움이 한 편의 서사시처럼 흐른다. 인물의 3각 구도에서 조세핀의 캐릭터가 좀 약한 것이 아쉽기는 하나, 영웅이기 이전에 한 남자였던 나폴레옹의 삶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뮤지컬은 장르의 특성상 '거대 서사'와 궁합이 잘 맞는다. 큰 주제일수록 음악에 잘 담을 수 있다. '나폴레옹'은 묵직한 클래식을 바탕으로 팝발라드를 가미해 귀가 편안하다.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아리아 '처음 만난 그날 밤에'와 대관식에서 부르는 '달콤한 승리의 여신', 합창곡 '우리가 품은 큰 꿈' 등의 멜로디는 쉽고 감미로워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 넘버들은 끊임없이 변주되면서 사랑의 설레임과 배신에 대한 분노, 화려한 승리와 영웅의 몰락까지 드라마의 감정선과 함께 한다. 베토벤이 나폴레옹을 위해 만들었다가 황제가 된 걸 알고 악보를 찢었다는 교향곡 5번 '영웅(Eroica)'의 테마곡을 2막 서곡으로 편곡한 것도 현명했다.

2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와 타이틀롤을 맡은 임태경은 녹슬지 않은 관록을 과시했고, 조세핀 역의 정선아는 '팜므파탈 연기에 관한 한 최고'임을 입증했다. 탈레랑 역의 김수용은 '이런 역할을 왜 진작 안했나'란 느낌이 들었다. 또 동생 루시앙 역의 비투비 이창섭은 상큼한 목소리로 매력을 더했다.

극본과 음악만을 수입하고 나머지는 재구성하는 '넌 레플리카' 방식에 익숙한 제작사 쇼미디어 그룹은 이번에도 그 노하우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1막 마지막에 나폴레옹의 대관식 장면을 다비드의 명화와 똑같이 꾸민 게 그 예다. 1994년 캐나다에서 초연된 작품이 서울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10월 22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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