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무더위에 불쾌지수가 하늘까지 치솟는 이때, 기가 막힌 반전으로 즐거움을 안겨주는 남자들이 있다.
|
|
남궁민은 그야말로 팔색조 매력을 뽐냈던 배우다. 데뷔 초반에는 '리틀 배용준'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젠틀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소유자였지만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분노 조절 장애와 선민주의로 강간 폭행 마약 살인 등 각종 범행을 저지르는 남규만 역을 맡아 악역 계보를 새롭게 썼다. 그렇게 악역계의 레전드가 되나 싶었던 순간, 남궁민은 KBS2 '김과장'으로 또 한번 이미지 변신을 감행했다. 삥땅 전문 김성룡이 더 큰 한탕을 노리고 TQ그룹에 입사했다가 의도치 않게 의인이 되면서 더 큰 악을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내며 신들린 코믹 연기를 보여줬다. 그의 활약에 '김성룡 신드롬'이 불었고 '김과장'은 수목극 최약체에서 부동의 1위로 신분상승할 수 있었다.
|
|
|
최민수는 대한민국 대표 카리스마 배우다. 그의 대표작인 SBS '모래시계'는 아직도 대중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고 "나 떨고 있니",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등의 명대사 또한 회자된다. 또 다른 대표작인 영화 '홀리데이' 또한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있던 그가 광기 어린 웃음을 띈 채 총구를 들이대는 모습이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이처럼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 덕분에 최민수는 터프가이, 혹은 카리스마 배우로 인식됐었다. 하지만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는 그와는 180도 다른 코믹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를 요절복통하게 만든다.
|
극중 최민수는 딸을 찾지 못하면 재산을 몰수당할 위기에 놓인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 역을 맡았다. 위기에 몰린 백작은 한국에 돌아와 딸을 찾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이 아주 코믹하다. 아랍어를 비롯한 외국어는 유창하게 구사하면서 정작 모국어인 한국어는 버터 바른 발음으로 어눌하게 구사한다거나, 딸에 대한 서툰 마음을 물적 공세로 대신하는 등 대책없이 망가지는 최민수만 보고 있어도 70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특히 눈썹을 교묘하게 들어올리는 그의 표정연기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는 '캐리비안 해적'의 조니뎁을 연상시키는 명연기라는 평이다.
완벽하게 이미지를 바꾼 최민수의 활약은 '죽어야 사는 남자'를 시청하게 만드는 힘이다. 가짜 딸 찾기로 고구마 전개를 보인다는 혹평 속에서도 '최민수 때문에 드라마를 본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
이준은 주말의 반전을 책임진다. 일단 그의 이력 자체가 반전이다. 가수 겸 배우 비의 아역으로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을 통해 데뷔했지만, 보이그룹 엠블랙으로 아이돌 활동을 전개한다. 이후 2014년이 되어서야 팀을 탈퇴하고 완벽하게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연기돌 시절에도 배우인 지금도 이준의 연기에 대한 평은 항상 좋았다. 하지만 굳이 인생작을 꼽으라면 현재 출연 중인 '아버지가 이상해'를 거론할 수 있을 듯 하다.
|
이준은 이처럼 인생 굴곡이 심한 안중희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처음 만난 아버지에 대한 반가움과 원망, 믿었던 변한수에 대한 배신감과 애증 등 관계 회복의 과정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이와 함께 변미영(정소민)과의 풋풋한 로맨스로 시청자의 심박수까지 높이는 중이다. 애처롭고 짠한데 왠지 모르게 설레는 안중희의 묘한 매력에 '아버지가 이상해'는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중후반부에 탄력을 받아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주말극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