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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남궁민→최민수→이준기, 반전으로 사는 일주일의 남자들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7-30 15:24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무더위에 불쾌지수가 하늘까지 치솟는 이때, 기가 막힌 반전으로 즐거움을 안겨주는 남자들이 있다.

바로 SBS 월화극 '조작'의 남궁민, MBC 수목극 '죽어야 사는 남자'의 최민수, KBS2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의 이준이다. 이들은 소름돋는 연기력으로 자신의 대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구축하며 시청자에게 반전의 묘미를 안겼다.



남궁민, 코믹神→기레기

남궁민은 그야말로 팔색조 매력을 뽐냈던 배우다. 데뷔 초반에는 '리틀 배용준'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젠틀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소유자였지만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분노 조절 장애와 선민주의로 강간 폭행 마약 살인 등 각종 범행을 저지르는 남규만 역을 맡아 악역 계보를 새롭게 썼다. 그렇게 악역계의 레전드가 되나 싶었던 순간, 남궁민은 KBS2 '김과장'으로 또 한번 이미지 변신을 감행했다. 삥땅 전문 김성룡이 더 큰 한탕을 노리고 TQ그룹에 입사했다가 의도치 않게 의인이 되면서 더 큰 악을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내며 신들린 코믹 연기를 보여줬다. 그의 활약에 '김성룡 신드롬'이 불었고 '김과장'은 수목극 최약체에서 부동의 1위로 신분상승할 수 있었다.


그런 남궁민이 이번에는 '조작'으로 또다른 연기 변신을 꾀했다. '조작'은 기자와 검사가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사회 장르물이다. 남궁민은 극중 형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스스로 '기레기'가 된 한무영 역을 맡았다. 일부 코믹한 장면에서 김성룡과 오버랩된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남궁민의 한무영은 김성룡과는 분명히 다르다. 김성룡이 능글맞음의 대명사였다면 한무영은 능청스러운 얼굴 뒤에 날카로운 통찰력과 카리스마를 숨긴 인물이다. 이죽이는 그의 표정 위로 슬쩍 슬쩍 날카로운 눈빛이 비출 때를 포착한 이들도 분명 있을 터다. 감성 연기 또한 일품이다. 형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고 어떻게 해서든 진실을 밝히고자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애처롭고 짠하다. 이러한 한무영에게 시청자는 감정이입하게 되고 이는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어준다. '조작'은 방송 이후 줄곧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최민수, 대한민국 대표 카리스마→한국의 조니뎁

최민수는 대한민국 대표 카리스마 배우다. 그의 대표작인 SBS '모래시계'는 아직도 대중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고 "나 떨고 있니",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등의 명대사 또한 회자된다. 또 다른 대표작인 영화 '홀리데이' 또한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있던 그가 광기 어린 웃음을 띈 채 총구를 들이대는 모습이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이처럼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 덕분에 최민수는 터프가이, 혹은 카리스마 배우로 인식됐었다. 하지만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는 그와는 180도 다른 코믹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를 요절복통하게 만든다.



극중 최민수는 딸을 찾지 못하면 재산을 몰수당할 위기에 놓인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 역을 맡았다. 위기에 몰린 백작은 한국에 돌아와 딸을 찾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이 아주 코믹하다. 아랍어를 비롯한 외국어는 유창하게 구사하면서 정작 모국어인 한국어는 버터 바른 발음으로 어눌하게 구사한다거나, 딸에 대한 서툰 마음을 물적 공세로 대신하는 등 대책없이 망가지는 최민수만 보고 있어도 70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특히 눈썹을 교묘하게 들어올리는 그의 표정연기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는 '캐리비안 해적'의 조니뎁을 연상시키는 명연기라는 평이다.

완벽하게 이미지를 바꾼 최민수의 활약은 '죽어야 사는 남자'를 시청하게 만드는 힘이다. 가짜 딸 찾기로 고구마 전개를 보인다는 혹평 속에서도 '최민수 때문에 드라마를 본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이준, 연기돌→출생 사랑꾼

이준은 주말의 반전을 책임진다. 일단 그의 이력 자체가 반전이다. 가수 겸 배우 비의 아역으로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을 통해 데뷔했지만, 보이그룹 엠블랙으로 아이돌 활동을 전개한다. 이후 2014년이 되어서야 팀을 탈퇴하고 완벽하게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연기돌 시절에도 배우인 지금도 이준의 연기에 대한 평은 항상 좋았다. 하지만 굳이 인생작을 꼽으라면 현재 출연 중인 '아버지가 이상해'를 거론할 수 있을 듯 하다.


이준은 극중 발연기 아이돌 출신 배우 안중희 역을 맡았다. 안중희는 제대로 된 작품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는 있었지만 부정을 느끼지 못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연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변한수(김영철)의 집으로 들어가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면서도 가족과 융화되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처음 느껴보는 아버지와 가족들의 따뜻한 정에 힘입어 연기력 호평까지 받게 됐다. 하지만 그토록 믿었던 변한수가 친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다시 혼란에 빠지는 인물이다.

이준은 이처럼 인생 굴곡이 심한 안중희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처음 만난 아버지에 대한 반가움과 원망, 믿었던 변한수에 대한 배신감과 애증 등 관계 회복의 과정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이와 함께 변미영(정소민)과의 풋풋한 로맨스로 시청자의 심박수까지 높이는 중이다. 애처롭고 짠한데 왠지 모르게 설레는 안중희의 묘한 매력에 '아버지가 이상해'는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중후반부에 탄력을 받아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주말극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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