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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정윤 기자] "모두 당시 라이프 스타일과 연관이 있어요. 주변에서 추천해 연결되기도 하고, 뜻이 맞는 좋은 친구를 만나 동업으로 이어지기도 했죠.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지금까지 그때그때의 상황에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하하. 감사하게도 그렇게 됐죠."
지난 14일 신제품 33백(33bag) 출시를 기념하는 팝업 스토어를 오픈, 3일 만에 준비된 수량을 모두 소진하며 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민선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편견 없는 삶을 즐기고 있었다.(이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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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게 노는 게 아닌 것'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도 독특하게 다가와요. 어떤 의미인가요?
이: 집에서 육아를 도맡는 여성들에게 '하루 종일 심심하겠다. 일 안 하면 뭐 하며 시간을 보내?'라든지 '엄마가 됐으니 이제 자유는 없겠구나' 등의 편견 어린 시선을 많이 봐왔어요. 사실 아이들과 놀고, 치우고, 봐주다 보면 정말 바쁘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잖아요. 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놀고 있지만 노는 게 아닌 거죠.
-사회적인 편견과 더불어 육아 우울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보통의 엄마와는 확연히 다른 활동을 하고 있으세요.
이: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됐는데 실제 페스티벌이나 공연장에서 디제잉을 하는 걸로 치자면 이제 1년 차에요. 배운지 얼마 안 돼 둘째를 가져서(웃음). 배가 부른 상태로는 아무 것도 못하겠더라고요. 아이들도 이제 좀 컸으니 본격적으로 하고 있어요. 워낙 주위에 디제잉 하는 친구들이 많아 같이 놀다 보니 자연스레 접하게 된거죠. 스트레스도 풀고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에너지도 받고, 같이 춤추면 기분도 업 되고요. 아기 엄마가 밤늦게까지 디제잉 하는게 살짝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직업이라 하니 주변에서 조금씩 인정해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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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해를 못하면 안 했겠죠. 남편은 매일 같이 음악 작업하고 열심히 하고 있는 걸 보면 응원해줘요. 뭔가에 빠져있는 모습이 보기 좋은가 봐요. 디제이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전에 엄마잖아요. 애들 재워놓고 밤에 열심히 음악 하고 낮에는 또 애들 봐주고. 일을 하면서 아이를 볼 수 있으니 축복받은 거죠,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예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대기업을 다니다가 소셜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인 이음소시어스 일을 하게 된 계기도 그 때문이었어요. 지인분이 저와 남편의 만남을 보시고는 이음소시어스 팀에 추천해주셨죠. 어떻게 하면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는지 도움을 줬으면 하시더라고요.
-엄마와 DJ 그리고 브랜드 론칭까지.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큰 의미가 되겠어요.
이: 대학교 1학년 때 문화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어요. 비 오는 날이었는데 친구가 "나 늙었나 봐. 무릎 시려"라고 하는 거예요. 대학 전까지 외국에서 생활해서 그런 표현을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한국에서는 '늙는다'에 대한 압박감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저조차도 어느 새 이런 문화에 익숙해지고 시간에 쫓겨 '나이가 많아서 결혼 못 하면 어떡하지. 아이를 못 낳으면 어떡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 깜짝 놀라기도 했었죠. 그런데 음악을 하면서 어린 친구들이랑 장르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문화를 나누다 보니, 나이 상관없이 관심 분야가 같으면 어울릴 수 있겠더라고요. 현실적인 문제에 조언(그들이 느끼기에는 잔소리)을 늘어놓기 보다 사람에 집중할 수 있는거예요.
-스타일도 예전 방송에 나올 때와는 많이 달라졌어요.
이: 주위 사람들이 요즘 제 모습을 보고는 결혼하더니 너무 많이 달라졌다며 "무슨 일 있니?"라고 물어보세요.(웃음) 그게 아니라 원래 제 모습을 찾은 거예요. 20대에는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튀지 않고, 그들 사이에서 어울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다른 이들이 많이 입는 스타일을 고수했죠. 아버지께서도 한국에 오셔서 변한 제 스타일을 보고는 "너 패션 한다는 애가 왜 이렇게 됐니?"하고 놀라셨을 정도니까요.
결혼을 하고 나의 솔직한 면을 사랑 하는 남편이 옆에 든든하게 있으니, 지금이 오히려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은 느낌이 들어요. 내가 원한다면 단정한 원피스보다는 헐렁한 티셔츠 입은 모습을 더 좋아해 주거든요.
dondante14@sportschosun.com 사진=이새 기자 06sej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