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가 사는 이유나 존재 가치는 노래 밖에 없어. 노래를 대충 해버리면, 난 아무것도 아냐."
이날 방송에서는 이소라의 완벽주의가 돋보였다. 이소라는 이날 자신의 노래 '청혼'을 노래하는 과정에서 호흡이 잘 맞지 않자 "난 노래를 좀더 잘하고 싶다. 새로 연주자를 뽑자"고 주장했다. 보컬에 집중하는 자신과 연주에 전념하는 유희열과 달리 기타를 치면서 노래까지 해야하는 윤도현에 대한 배려였다. 음악에 대한 그녀 자신의 완벽주의가 드러나는 모습이기도 했다.
이소라는 '서투르더라도 직접 우리가 부딪혀보자'는 유희열의 말에 동의한 뒤, 이번엔 불꽃 같은 디렉팅에 나섰다. 윤도현의 기타와 유희열의 건반 연주를 조율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삽시간에 비긴 어스의 숙소는 '버스킹 고시원'으로 변모했다. 윤도현도 폭풍 같은 연습에 돌입했고, 유희열은 "사실 난 그렇게 음악을 열심히 하진 않는다"며 멋적어했다.
이소라의 대표곡을 하나 꼽으라면 역시 '바람이 분다'다. 이소라 스스로 지난 2011년 '나는 가수다(나가수)' 첫 무대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곡으로 고를 만큼 깊은 애정을 지닌 노래다. 하지만 이소라는 버스킹에서 '바람이 분다'를 부르자는 유희열의 말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전날 사전 모임에서 이소라는 "슬레인캐슬에는 발라드가 잘 어울릴 것 같다. 바람이분다를 한번 해보자"는 유희열의 1차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이소라는 "생각처럼 멋지지 않을 거다. '바람이분다'는 너무 벅찬 노래다. 나랑 같이 하는 세션들이 왔으면, 나도 노래가 마음대로 된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그렇지 않은 이상)나한테 한계가 있다. 나도 좀 아깝다"고 설명했다. 윤도현은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며 미안해했다.
하지만 이소라는 유희열의 두번째 설득에 "한번 해보자"며 부르기 시작했다. 이소라는 초반부엔 적당히 음향을 조율하며 연습임을 분명히 했지만, 이윽고 노래 속에 완전히 몰입했다. 노래가 끝났을 때 멤버들이 참았던 숨을 토해낼 만큼 집중력 있는 무대였다. 이소라는 '한번 더 해보자'는 말에 "아냐. 지금 몸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한번 더 하면 안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소라가 이처럼 망설인 이유가 공개됐다. 유희열은 "'스케치북'에서 (이소라에게)노래를 부를 때 제일 중요한 게 뭐냐고 물어봤다. 누나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게 누나"라며 "음악을 만들 때나 대할 때나 노래할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아니고 자기다. 그 생각이 다 담겨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소라도 이에 동의하며 "내가 사는 이유나 존재가치는 노래 말고는 없다. 이걸 그냥 (대충)해버리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소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에 녹여내고, 그 음반을 직접 프로듀싱하는 '음악 장인'으로 유명하다. 언뜻 보기엔 의아할 만큼 까다로운 이소라의 음악적 고집은 그녀가 음악을 대하는 '진심' 그 자체였다.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