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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 유저들에게 유행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빠요엔'과 '고인 물'이다. 두 단어는 게임을 처음 접하는 유저를 뜻하는 '뉴비'와 깊은 관련이 있다.
게임을 꾸준히 즐겨 실력이 높은 유저들과 게임을 처음 접하는 유저들이 가진 실력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상당한 조작을 요구하는 대전 격투나 리듬 액션은 '뉴비'에게 진입 장벽이 높아 실력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벌어진다. '빠요엔'과 '고인 물'은 게임을 오래 즐긴 '올드비'와 처음 접한 '뉴비' 사이에 존재하는 실력 차이에서 기원한 단어다.
'빠요엔'은 일본 게임사 컴파일이 출시한 대전형 퍼즐 게임 '뿌요뿌요'에서 비롯된 말이다. '뿌요뿌요'는 낙하형 퍼즐 게임 '테트리스'와 비슷하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색깔별로 존재하는 구슬이 위에서 떨어지면 4개 이상 모아 터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슬을 더 많이, 더 오래 터뜨린 쪽이 이기는 대전 모드가 존재해 '우정 파괴' 게임으로도 불렸다.
'뿌요뿌요'는 퍼즐 게임이지만 대전 게임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구슬을 터뜨리면 위에 있던 구슬이 내려오는데 만약 밑에 같은 색 구슬이 있으면 연이어 터진다. 연속으로 구슬이 터지는 것을 '연쇄'라고 부르며 이를 통해 상대방에게 쉽게 터뜨리기 힘든 투명 구슬을 보낼 수 있다. 투명 구슬은 '연쇄'를 통해 없앨 수 있으며 이를 '상쇄'라고 한다. '상쇄'가 성공한 이후 '연쇄'를 지속하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역습할 수 있다.
'빠요엔'은 7연쇄 이후 '연쇄'가 끝없이 이어지면 캐릭터가 무한히 '바요엔'을 반복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뿌요뿌요'는 쉬운 게임 방식으로 '뉴비'가 접하기 쉬운 게임이었다. 누구나 조금만 생각하면 3~4연쇄도 가능해 유저 간 대전도 인기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게임을 깊이 즐기게 된 '올드비'들은 구슬 등장 및 제거 방법을 연구해 공식화했다.
단지 즉흥적으로 구슬을 모아 터뜨리는 '뉴비'는 구슬을 터뜨리는 방법을 연구한 '올드비'를 이기는 것이 불가능했다. 몇 번 '연쇄'에 성공한다 해도, 끝없이 들리는 '빠요엔'과 함께 투명 구슬로 가득한 게임 화면을 보다가 패배하기 일쑤였다.
이렇게 '올드비'와 '뉴비' 간 실력 차가 크게 벌어지면 자연히 '뉴비'는 게임을 안하게 된다. 게임에 '뉴비' 유입이 없으면 '올드비'들 간 벌어지는 '괴수 대전'만이 존재하는 게임이 된다. 이렇게 된 게임을 유저들은 '고인 물' 게임이라 부른다. '고인 물'은 물이 순환하지 않고 고여있으면 썩어버리는 것과 같이 게임 또한 '뉴비'가 유입되지 않으면 일부 유저들만 즐기는 게임이 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최근 반다이남코가 대전 액션 게임 '철권 7'을 출시하면서 '빠요엔'과 '고인 물'은 사용 빈도가 늘어났다. '철권 7'이 1994년부터 20년 이상 시리즈가 이어져 온 게임인데다가 진입 장벽이 높은 대전 액션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저들 사이에서는 "'뉴비'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과 "원래 게임은 시작할 때 어렵게 배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래된 게임일수록 실력이 좋은 유저들이 많은 게 당연하지만 최근에는 유저들 사이에서 '뉴비'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즐거움을 위해 하는 게임이 스트레스로 작용하지 않도록 유저들 간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빠요엔', '고인 물' 등 특정 게임과 유저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차 줄어들기를 기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