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가요계 신곡 발표 주기가 빨라지고 음악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가요계 유행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점차 달라지고 있는 업계의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미 정규 음반은 EP, 디지털 싱글 등의 형태로 모습을 바꿨고 싱글 패턴이 주요 발매 방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제는 주별, 월별, 분기별로 신곡을 발표하는 시리즈 기획물은 가요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음반업계도 변화가 감지됐다. 국내외 대중음악시장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지드래곤이 USB 앨범 형태를 택하면서 음반업계에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올 거라는 시선이다. 음반이 카세트테이프에서 CD로 변화의 시기를 거친 만큼, USB가 음반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논쟁이 될 전망이다.
핵심은 콘텐츠가 가진 '확장성'이다. 월 5천원으로 무한 스트리밍이 가능해진 시대에, 누구도 돈을 주고 음악을 사려하지 않는다. 사실 현 시대에 음반은 소장에 의미를 둔 '굿즈'에 가깝다. 지드래곤이 시도한 USB 앨범은 단순히 음악의 저장매체는 아니다. 음악을 담는 형태를 CD로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수록, 제공하겠다는 개방 확장성에 따른 선택이다. 일반적인 음반 CD가 20곡의 음악을 담기 힘든 700메가바이트 용량인 반면, USB 형태로 발표 되는 지드래곤의 음반은 4기가 용량으로, YG에서 연말까지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될 계획이다.
USB를 개방적이고 확장 가능한 매체로 활용한 셈이다. CD음반은 소비자가 음악을 추가하거나 지울수 없지만 이번 음반은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콘텐츠들을 담을 수 있는 방식이다.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콘텐츠 서비스를 위한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음악과 영상 등을 수시로 업데이트해 소장가치는 물론 디지털 시대 변화에 부응하겠단 의미다.
현재 가온차트를 후원하는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음콘협)가 USB로 제작된 지드래곤의 새 앨범을 음반으로 간주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 음반은 화두에 올랐다. 이는 '음반은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으로 정의하는 현행 저작권법에 따른 결정이다. 향후 가온차트 측은 활발한 논의를 거쳐 기준을 재설정하겠단 방침. 음반 판매량은 순위 산정의 주요 기준이자 각종 음악순위 방송의 기초자료로 쓰이는 만큼 향후 USB 앨범에 대한 기준과 해석이 시대에 따라 변화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해당 논란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YG 측은 "가온차트 집계 방식에 대한 불만이나 이견은 크지 않다"며 "대신 새로운 음악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고 밝혔다. 지드래곤도 자신의 SNS를 통해 '제일 중요한 시간과 세월 속에서도 변치않는 사람들의 귀와 입에 머무를, 또 머릿속에 오랜시간 추억될 좋은 노래 멜로디와 위로 받고 같이 울고 웃던 그 가사가 다 아닐까'며 소신있는 입장을 표명했다.
뉴미디어 시대에 음반을 구매한다는 건 소장의 행위다. 전반적으로 음반에서 음원으로 중심축이 바뀌었음에도, LP의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하고 마니아들 사이에선 카세트테이프로 음악 듣는 것이 유행을 타기도 한다. LP, 카세트테이프, CD 그 다음 음반의 기준이 USB가 될지 안 될지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지만 분명 의미있는 변화는 시작됐다. USB 앨범이 비닐을 뜯고 반짝이는 새 CD를 꺼내 듣고 가사지를 들춰보던 시절 이상의 즐거움을 줄지 지켜볼 일이다.
hero16@sportschosun.com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