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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율 인터뷰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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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월화극 '귓속말'에서 강정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권율을 만났다.
권율이 연기한 강정일은 타고난 금수저 엘리트로 젠틀한 가면 뒤에 엄청난 권력욕과 야망을 숨긴 인물이다. 사랑하는 여자 최수연(박세영)과 태백을 지키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지만 결국 힘의 논리에 의해 최일환에게 배신당하고 태백의 후계자 자리와 최수연까지 잃자 분노하며 반격을 개시했다. 그리고 최일환(김갑수)에게 살해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다 결국 덜미를 잡혔다.
"강정일을 선택한 이유 자체가 사이코패스와 같이 단면적인 악의 모습이 아니었다. 평탄한 삶에 이동준이 등장, 삶을 흔들고 자극하면서 내 것을 지키려고 시작된 것이 악행으로 연결됐다. 입체적인 캐릭터라 마음에 들었다. 박경수 작가님이 '우리 드라마는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고 해주셨다. 그 말에 굉장히 끌렸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어떻게 잘 표현할지를 고민했다. 강정일 입장에서는 큰 사건이 많았다. 악을 위해 탄생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믿고 연기해나갔다. 그런 것들이 칭찬해주시는 베이스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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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율 인터뷰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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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율은 사회적인 지위가 있고 반듯한 외모와 친절한 말투, 행동을 보이지만 속내는 전혀 다른 반전 악역을 소름끼치게 소화해냈다. 보는 이의 핏대를 세우게 만드는 극한 예민함으로 강정일의 히스테릭한 분노를 그려내는 한편 최수연과 아버지에 대한 애증, 이동준(이상윤)과 신영주(이보영)에 대한 분노, 최일환에 대한 반발감 등 다양한 감정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몰입을 높였다. 권율의 강정일이 없었다면 '귓속말'의 무게감도, 긴장도도 훨씬 떨어졌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감정적으로는 늘 힘들었던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예민해지는 편은 아니었다. 실제 삶과 극을 구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잘 안됐다. 그만큼 힘들었다. 나는 예민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풍겼던 것 같다. 많은 집중이 필요했고 정서적인 방향을 그쪽으로 가야하는 부분이 많았다. 매신 굉장히 어려웠다. 눈물 연기신도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당한 게 연기라는 걸 안 보이게 하고 싶었다. 결국에는 대본대로 더 충실히 집중해서 해보자고 했다. 촬영이 끝나고 너무 힘들어서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의 죽음신도 그랬다.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아버지를 보낸 캐릭터라 부자 간에 전할 수 없던 본심을 얘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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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율 인터뷰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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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는 사전제작이 아닌 이상 급박한 환경에서 제작되는 게 사실이다. 매회 시간에 쫓기며 대본이 나오고 긴박하게 촬영을 이어간다. 이 점이 힘들지 않았을까.
"현장에서 대본을 받으면 흔히 말해 쪼는 재미가 있었다. 나중의 행동을 생각할 때 순간 두려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매신에 충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결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명우 감독님이 앞뒤를 너무 생각해서 감정을 연결하려다 보면 편차가 좁아져서 드라마적 재미나 반전의 묘미가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아시니까 배우들도 힘든 부분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매 신을 충실하게 표현해주면 분명히 보일 것이니 나를 믿고 해달라고 하셨다. 딱히 힘든 점은 없었다. 대사가 어려워서 연기하기 힘든 적은 있었지만 사실 방송은 영화와 다르게 급하게 진행될 수박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들이 많다. 대본이 너무 잘 나와서 어렵거나 힘든 점은 없었다. 오히려 이 짧은 시간 안에 반전의 묘미와 '악은 성실하다'는 등의 명대사들이 나왔다는 점에서 놀랍고 존경을 표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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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율 인터뷰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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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일은 결국 10년형을 구형받고 수감 생활을 했다. 강정일은 운동을 하고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눈빛을 빛냈다. 이에 시청자들은 아직도 강정일이 복수를 꿈꾸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복수를 다짐하는 그런 표현은 아니었다. 10년 뒤 자신의 삶을 준비하는 프로페셔널한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다. 아버지의 사진을 본 것도 그런 이유다. 여기에서 자포자기 하지 않고 늘 해왔듯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한 노력이었다. 수감 생활하며 많은 생각을 했을 거고 막연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반성을 마치고 다음 삶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푸시업 에필로그가 나와서 많은 분들이 놀라셨는데 나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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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율 인터뷰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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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회 공과 수가 바뀌고 반격에 반격이 이어지는 박경수 작가 특유의 전개 때문에 '귓속말'은 고구마 전개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매회 사이다 전개가 돼서 통쾌함을 줄 수 있는 드라마도 있지만 우리 드라마는 긴 호흡으로 갔던 것 같다. 매회 해소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법비와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려고 했기 때문에 매회 쌓아가서 결국에 그것을 극복하고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사실 배우들은 이 작업에 너무 몰두해있기 때문에 고구마 전개에 대한 부분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이번 엔딩은 어떻게 끝날까, 어떤 긴장과 쪼임을 줄까 하는 기대감에 많이 보는 편이다. 빅피처를 박경수 작가님께서 보시지 않았나 싶다. 결국엔 해소된 것 같고 좋은 메시지를 던진 작품을 남겨주신 것 같아서 배우 입장에서는 감사하다."
권율은 6월 말 영화 '박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후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물색할 생각이다.
"몸을 많이 쓰는 액션 느와르를 하고 싶기도 하고 마음이 몰캉몰캉한 로맨스물, 굉장히 재밌는 코미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심리적으로 극한에 달하는 건 지금은 살짝 괜찮은 것 같다. 차라리 몸이 극한 상황으로 가는 게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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