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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꽃보다 예능'이다.
예능은 여배우에게 진솔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이미지가 생명인 만큼 어려운 도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PD표 예능은 특별한 장치 없이 자연스러운 매력을 담아 낸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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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은 리얼 예능에서 중시되는 진정성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권위를 내세울 수도 있는 연장자지만 하루 종일 부은 다리로 서서 요리 하는 상황에 짜증은 커녕, 체력이 받쳐주지 못할까봐 걱정한다. 손님이 오면 쿨하게 주문을 기다리면서도 뒤돌아 베시시 웃거나, 전력 사정이 여의치 않은 주방에서 갑자기 전기가 나가자 요리가 우선이라며 자신은 괜찮으니 선풍기를 끄라고까지 말한다. 그런 윤사장의 모습에 시청자의 몰입도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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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우의 매력이 아까웠던 제작진은 그녀를 '꽃보다 할배' 짐꾼으로 발탁했다. "과소비 좀 하지 마라"며 최지우를 타박하는 이서진의 모습과 독특한 울음소리를 내며 동물을 부르는 최지우의 엉뚱발랄한 모습은 그리스편 최고의 시청 포인트였다. 할배들을 위해 떡까지 공수해 간 최지우는 위화감 없이 '꽃보다 할배' 패밀리에 합류했다. '한류퀸', '여배우'의 수식어를 벗은 최지우의 모습은 그녀의 숨겨진 매력을 재발견하게 했다. 자칫 자기복제에 빠질 수 있는 할배들의 여행기에 신선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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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피아노 연주부터 집안을 꾸민 소품들까지 다재다능함이 눈길을 잡아 끌었다. 그녀의 피아노 연주는 강원도 인제의 눈덮인 빨간 지붕집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었다. 액자에 실을 감아 만든 작품이며 천장에 실을 마음가는대로 엮어 만든 거미줄, 종이꽃 등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그녀의 손놀림이 시청자에게는 이색적인 볼거리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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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유미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대목은 윤여정을 향한 배려심. 정유미는 외국에서 혹여 식사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 한국 음식 재료를 트렁크 한 가득 챙겨와 첫 회부터 시선을 모았다. 또 매일 아침 한 발 일찍 출근해 식재료를 사용하기 편하게 다듬어두고 테이블 매트까지 세탁하는 섬세함으로 순조로운 식당 운영에 윤활유 역할을 했다.
가공되지 않은 여배우들의 매력이 마음껏 발산될 수 있었던 시간. 이러니 여배우들에게는 '꽃보다 나PD 예능'이라 할만하다.
ran61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