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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2는 짧은 서비스 기간에 비해 다소 파란만장한 행보를 보인 게임이다. 2015년 7월에 첫 출시된 게임이 이듬해 12월에 리뉴얼을 겪었다는 것은 이 정도 규모를 지닌 게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지난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펼쳐진 강연인 '메이플스토리2 시나리오 리뉴얼' 강연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시간이었다.
게임에 있어 시나리오, 스토리는 무척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상대적으로 유저들에게는 크게 체감되지 않는 요소이다. 당장 눈에 띄지 않고 게임을 차근차근 즐기는 과정을 거쳐 가랑비에 옷 젖듯이 어느 순간 '아!' 하고 느껴지는 것이 게임 시나리오다.
'당장 눈에 띄지 않는 요소'를 서둘러 개편했다는 점은 메이플스토리2가 어떤 관점에서 개발되고 운영되고 있는지, 더 나아가 최근 넥슨이 자사 서비스 게임을 어떤 스탠스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메이플스토리2는 출시 당시부터 지금까지 수익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게임의 수익성을 높이는 요소를 추가할 것을 주문할 수 있으며, 개발진 역시 요즘 말로 '독한 BM'을 게임에 도입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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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매출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게임의 품질을 높이는데 주력했다는 것은 인상적이다. 특히 게임을 잠시 서비스하다가 급히 접어버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게임 유지보수를 어느 방향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것과 기본기의 중요함을 강조했다는 부분에 걸쳐 넥슨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의 성과를 위해 게임성을 해칠 수 있는 업데이트를 하기 보다는 게임의 기본기를 다지는 작업으로 좀 더 먼 곳을 바라보는 할 필요가 있다는 이상론을 메이플스토리2는 현실에 옮겼다. 물론, 이러한 작업은 모든 게임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자금에 여유가 있는 중견 게임사 이상의 기업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금력과 상관없이 자사 서비스 중인 게임의 BM을 독하게 몰아가는 게임사가 적지 않은 현 게임시장을 바라보면 메이플스토리2로 보여준 넥슨의 결정은 분명히 의미를 지닌다.
기본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도 다시 한 번 게임업계가 생각해 볼 부분이다. 최근 게임사들이 BM을 개선하는데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며, 게임의 기본적인 틀이자 유저들이 게임에 머물게 만드는 원동력인 시나리오에는 비중을 적게 두는 경향이 부각되고 있다. 어떤 게임을 즐겨도 다 비슷한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유저들 반응은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다중과금, 확률형 아이템으로 대변되는 독한 BM은 최근 국내 게임 체질에 대한 비판을 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들이다. 남아있는 유저들을 짜내는 것보다 더 많은 이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이플스토리2와 넥슨의 이야기는 그렇기에 시장에 더 큰 울림을 준다.
게임인사이트 김한준 기자 endoflife81@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