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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의 기틀 마련하겠다."
하지만 '포켓몬 고' 출시 이후 뒤따라 나왔던 AR게임들 가운데선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작품은 거의 없었다. 기술적인 면에선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우선 IP 파워에서 밀리는데다 치밀한 준비과정이 없어 기획력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 됐다. 국내의 경우 중견 회사는 물론 대형 게임사들도 AR 혹은 VR(가상현실)게임의 가능성, 그리고 차세대 플랫폼으로서의 파급력을 뒤늦게 파악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 AR과 VR게임은 이제 막 꽃을 피울 단계이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 가운데 처음으로 AR게임 '캐치몬'을 선보인 엠게임의 첫 발걸음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출시 초반과는 달리 그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포켓몬 고'는 여전히 AR게임의 최강자이자 '캐치몬'에 맞서는 강력한 경쟁자이다. 이에 대해 AR과 VR게임 사업을 총괄하는 엠게임 멀티플랫폼사업본부 김용준 실장은 "'포켓몬 고' 덕분에 이 장르의 가능성이 열렸기에 경쟁자 대열에 꼽히는 것으로도 성공이다. '캐치몬'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경쟁 요소"라고 말했다.
국산 게임이기에 '포켓스탑'과 비슷한 의미의 '쉼터'를 유저들의 신청으로 계속 추가할 수 있고, 굳이 일정 장소에 가지 않아도 국내 유저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간의 전투가 가능하다. 여기에 차기작까지 출시하며 글로벌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온라인게임 '홀릭'을 기반으로 개발했기에, IP 경쟁에서도 완전히 밀리는 것은 아니다. 유저들의 요구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운영 면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김 실장은 "'캐치몬' 출시는 엠게임으로서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엠게임은 1999년 설립된 1세대 게임사로, '열혈강호 온라인'과 '귀혼', '영웅 온라인' 등 온라인게임을 연달아 국내외에서 연달아 히트시키며 한국 게임산업의 허리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후 출시작들의 잇달은 실패와 모바일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뒤지면서, 최근 수년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AR, VR게임 장르에 다른 게임사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것은 재도약을 위한 승부수이자, 절실한 선택인 셈이다.
김 실장은 "'캐치몬'을 시작으로 개발 막바지 단계인 '우주탐험 VR', '프린세스메이커 VR', '카지노 VR', '귀혼-소울세이버' 등 다양한 AR, VR게임을 올해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의 청소년 아케이드 게임장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VR 어트랙션 기구에 탑재되는 '우주탐험 VR'은 놀이뿐 아니라 교육용으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의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엠게임 개발실은 각종 VR 기어와 어트랙션 기구들로 가득차 있었다. 김 실장은 "국내외 기구들을 대거 들여와 게임에 최적화 되도록 직접 분해해 조립까지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지 하드웨어 회사인지 헷갈리기도 한다"고 웃으며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생각에 개발자들의 의욕도 높아졌고 표정도 밝아졌다. 모바일에선 뒤졌지만, 새로운 플랫폼분야에선 가장 앞서가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