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트렌드100-23] 노케(NOHKE) 디자이너 정미선 "아름다운 워커홀릭 위한 옷"

최정윤 기자

기사입력 2017-03-27 09:24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스물세번째 주인공은 현대 여성들의 당당한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노케 정미선 디자이너입니다.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최정윤 기자] "여성이 가진 내면의 아름다움을 끌어올리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오는 3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선보일 2017-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 런웨이를 앞두고 한창 작업 중에 있던 노케(NOHKE) 디자이너 정미선을 만났다.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준 그는 작업복 차림이라며 멋쩍게 웃는다. 1년 365일 입는다는 점퍼 속, 정미선이 직접 디자인한 노케 옷이 보였다. 특유의 구조적인 디자인과 우아한 실루엣이 돋보였지만, 아무래도 움직임이 많은 디자이너에게는 좀 불편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그와의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이는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푸른 노송나무라는 의미의 녹회(綠檜)를 부르기 쉽게 변형한 노케는 일과 아름다움, 모두를 쫓아야 하는 현대 여성들을 위한 브랜드다. 부드럽지만 카리스마 있는 커리어 우먼을 닮은 느낌이다. 2009년 론칭한 후 여성을 위한 컬렉션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 정미선 디자이너는 편안함을 무엇보다도 중요시 여긴다고 전한다. 노케가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이하 일문일답)


노케 정미선 디자이너
-헤라서울패션위크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긴장되진 않나요?

디자이너 정미선(이하 정): 긴장감이라기보단 끊임없이 부족한 게 눈에 띄니까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매 컬렉션마다 변화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스스로 만족해야 하니까요. 이번 컬렉션 테마는 '뉴 우먼(New Women)'입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여성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여성이 가진 아름다움과 그 이면에 감춰진 남성적인 강인함을 함께 부각시키는 작업을 했죠. 디테일적인 부분으로는 테일러드 기반으로 콜라주 기법을 믹스하는데요. 여성스러운 실루엣 속에서 예상치 못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쇼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정: 저를 포함한 주변 친구, 친한 지인 그리고 만나는 고객 등 리얼한 삶을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영감을 받아요. 요즘은 친구들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그렇게 삶이 변화하는 모습을 많이 접하다 보니 '옷이 좀 더 편해져야겠다', '가격이 실용적으로 바뀌어야겠다'와 같은 생각이 주로 들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 여성복을 하는 여자 디자이너의 장점이자 강점이라 하면, 직접 입어보면서 디자인할 수 있다는 거예요.


노케 2016-17 F/W 컬렉션 백스테이지

노케 2016 S/S 컬렉션 백스테이지

옷을 입어보고 활동을 할 때 불편한 부분은 곧바로 개선하고요, 여자의 신체 중 예쁜 부분은 어떻게 하면 잘 드러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예를 들어 행동을 취할 때 의복에 의해 당기는 부분이 있으면 과감하게 커팅을 넣어요. 또 비교적 살이 안 붙는 손목이나 발목은 드러내죠. 이런 절개 디테일을 전 '매직 라인'이라고 불러요. 스커트 같은 경우에도 종아리 선만 잘 잡아주면 훨씬 날씬해 보일 수 있거든요. 하체에 자신 없어 처음엔 피하시다가도 피팅을 해보시고는 대부분 좋아하시더라고요.

-여자를 위한 특별한 옷이네요.

정: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노케의 옷을 입었을 때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또 여자들이 내면에 지니고 있는 우아한 태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나왔으면 하고요. 불편함이 줄어듦과 동시에 감성적인 것들이 충족이 되면서, 각자의 고유한 삶이 베여 나오는 그런 옷. 제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으면서도 추구하는 점이죠. 음, 워커홀릭의 옷이랄까(웃음). 실제로 쇼룸에 방문해주시는 고객을 보면 커리어 우먼들이 많아요. 저 같은 경우도 작업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그런 점도 반영된 것 같고요. 보기에는 아주 차려입은 것 같지만 허리 뒤쪽에는 고무줄 처리되어 있다던지 입는 사람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한 디테일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죠. 사실 많은 오피스 우먼들이 정장 차림의 핏이나 기장감에서 오는 불편함에 고통받고 있잖아요. 의복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면서도, 아름다움이 녹아 있는 진취적인 여성을 위한 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네일이나 외모를 꾸미는 것 자체를 굉장히 성가셔하거든요. 노케는 옷 하나만 걸쳐 입어도 스타일이 완성되는, 그런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요.


노케 2017 S/S 컬렉션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노케의 팔레트도 현대 여성을 상징하는 듯해요. 컬러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정: 특별히 연구하는 건 아니고 느낌이 통하면 선택하는 건데, 약간 독창적인 것을 찾다 보니까 제가 주문 하는 원단은 시장에서 많이 팔리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매입하려 보면 업체 쪽에서 '그건 요즘 잘 안 나가는데', '안 팔려서 생산이 중단된 색이야'라며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긴 해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배우 고현정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선생님과도 인연이 있다고 들었어요.

정: 배우 고현정 씨가 노케의 고객 중 한 분이세요. 본인 옷뿐만 아니라 어머님 옷도 많이 맞추시고요. 한 번은 고현정 씨가 토크쇼에 노케 옷을 입고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방송을 정경화 선생님이 보시고 쇼룸에 방문해주시면서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노케가 절개 디테일도 많고 어려운 컬러도 많은지라 처음에는 우려를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어요. 정경화 선생님이 너무 자연스럽게 소화를 해주신 거예요. 멋졌어요. 또 신기했고요. 작년 선생님의 공연에서 모든 의상을 노케로 선보였어요. 5월 진행될 미국 뉴욕 카네기홀 공연 의상도 준비 중에 있고요. 예술은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봐요. 패션 디자이너를 평생의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노케와 함께한 정경화 선생님의 무대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또한 예술과 상업적인 영역 사이 고민도 많을 것 같아요.

정: 그렇죠. 아무래도 상업적인 부분을 신경 쓰며 디자인을 해야 하니 진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에 대해 온전히 집중할 수 없을 때가 있죠. 하지만 다른 예술 분야의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을 해보면 좀 에너지가 생기더라고요. 런웨이와는 다른 매력이 분명 존재하죠. 지난해 4월 광주시립발레단과 함께한 '봄의 제전 G' 무대 역시 정말 인상적인 경험이었어요. 노케의 옷과 무용수들의 몸짓, 그들이 풀어내는 스토리, 무대의 조명과 음악까지 모두 연결되니 참 흥미롭더라고요. 앞으로도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작업은 계속하고 싶어요.

-또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요.

정: 작년 가을 즈음 한복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했어요.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 주최의 '저고리, 그리고 소재를 이야기하다' 전으로 거의 일 년 동안 준비했던 프로젝트였죠.


한복에 노케의 감성을 담아 재구성하는 작업도 흥미로웠지만 특히나 기억에 남는 것은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엿볼 수 있었던 역사 속 한국 여성들의 삶이었어요. 역사 속에서 여성의 의복인 저고리와 치마의 기장이 짧아졌다 길어졌다를 반복하는데요. 들여다보면 단순히 디자인의 변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여자들이 사회활동을 많이 했던 고려 시대, 반면 집에서 가족들을 위해 강인한 어머니로서 살아야 했던 조선시대. 그런 삶의 변화가 한복을 통해 보이더라고요. 나중에는 최초의 사회활동을 한 여자, 김만덕 여사까지 파헤쳐 보고(웃음). 참 재미있었죠.

-해외 활동도 활발한데요.

정: 헤라서울패션위크를 마치면 4월 중국 상하이 패션위크 일정이 있어요. 이번에는 쇼가 아닌 프레젠테이션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중국은 최근 3년 동안 자주 갔어요. 상하이는 정말 멋진 곳이죠. 아시아 속 유럽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힙한 거리, 근사한 쇼핑몰, 개성 있는 아티스트들이 모여있죠. 그리고 거대 자본까지 준비되어 있는 인터내셔널한 곳이고요. 아마 세계에서 제일 재미있는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럽에서는 레인 크로포드나 하비니콜스 백화점에 입점해 있고요. 중동에도 유통을 하고 있어요.

-중동 시장이 잠재력 큰 블루오션 중 하나죠. 반응이 어떤가요.

정: 중동 여성들의 히잡과 아바야(몸을 감싸는 천) 속에는 화려하고 패셔너블한 것들로 가득 차 있어요. 노케의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좋아해 주더라고요. 확실히 빅바이어들도 많고 버짓도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해외 바이어들이 바잉을 한번 하러 오면 여러 브랜드의 옷을 한꺼번에 가져가는 데 비해, 중동 바이어들은 노케 옷을 구입하기 위해서 기꺼이 한국을 방문하더라고요. 대우도 좋고요.


노케 정미선 디자이너
-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세컨드 라벨을 진행하는데, 노케는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요.

정: 준비를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늦어지네요(웃음). 지금 세컨드 브랜드를 준비하면서 주얼리 라인도 함께 계획하고 있어요. 노케 쇼룸을 찾아주신 분들이 "너무 예쁜데 매일 입기에는 디테일이 과해요. 살짝 미니멀하게 만들어주면 너무 좋겠어요"라는 말을 많이들 해주셔요. 그래서 맞춤 제작도 따로 해드린 적도 있고요. 그들을 위해 심플하지만 노케 감성이 담긴 컬렉션을 별도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직장 다니면서 아이도 돌보는 친구들한테 조언도 구하고요. 이번 해부터 조금씩 에디션으로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정: 독립된 디자이너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기 마련이죠. 패션의 프로세서에 있어서 12개월 중 창작과 아이디어를 위한 시간은 고작 두 달도 채 되지 않을 거예요. 실무적으로 제조를 위해 여서 사람들과 조율하고, 부품 조달과 안정성을 체크하고, 수출 관련 서류도 확인해야 하고, 이 밖에도 해야 할 일이 워낙 많아서요. 새로운 시대에서 살아남을 디자이너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주 영리하게 준비를 잘 해서 좋은 컬렉션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dondante14@sportschosun.com 사진=노케, 이새 기자 06sej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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