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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유도 경기를 방불케하는 격렬함을 무대 위에 고스란히 되살린 연극 '유도 소년'이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09년 극단 '모시는 사람들'이 초연한 '이기동 체육관'(작·연출 손효원), 2012년 국립극단이 국내 초연한 '레슬링 시즌'(로리 브룩스 작, 서충식 연출)과 이 '유도 소년'이 최근 공연된 작품 가운데 '리얼리티를 살린 스포츠 연극 빅 3'로 꼽힌다. '이기동 체육관'은 어퍼컷과 카운터펀치의 스릴을, '레슬링 시즌'은 착 달라붙는 트레이닝복을 입은 배우들이 물러서지 않는 힘과 힘의 대결을 공연장에 옮겨왔다.
스포츠와 연극의 만남, 그 노하우와 매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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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소년'은 유도, '이기동 체육관'은 복싱, '레슬링 시즌'은 레슬링이 소재다. 스포츠 가운데 가장 원초적이며 인간적인 투기 종목들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축구나 야구같은 단체 구기 종목을 소재로 한 연극이나 뮤지컬도 물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실감나는 경기 장면을 무대에서 보여주기는 힘들다. 그런 탓에 축구로 소재로 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뷰티풀 게임'에서는 군무와 무브먼트로 경기 장면을 대신했고, 야구를 소재로 한 정의신 작가의 '겨울 선인장'에서도 배우는 스윙 동작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관객의 상상력에 기댔다.
반면, 개인 종목인 투기는 배우들이 몸을 던져 경기를 재현할 수 있다. 배우들로서는 '죽을 맛'이지만,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쥔다. '유도 소년'과 '이기동 체육관', '레슬링 시즌' 모두 2~3개월간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은 뒤 무대에 선다. '유도 소년'의 이재준 연출은 "잔기술을 부릴 수 없는 작품"이라며 "대본에 녹아 있는 의지와 열정을 살리기 위해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땀과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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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연극은 '알고 보면 닮은 꼴'이다. 무대가 있고 배우(선수)가 있고 관객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무대는 대개 경기장이다. '유도 소년'은 경기장의 매트를 깔았고, '이기동 체육관'은 사각의 링을 세웠고, '레슬링 시즌' 역시 동그란 원이 그려진 경기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 친화성'을 넘어 스포츠가 희로애락의 드라마라는 사실이 연극화의 가장 큰 요소임은 물론이다.
청소년이 주인공인 '유도 소년'과 '레슬링 시즌'은 자연스레 성장 드라마의 형식을 취한다. '유도 소년'은 슬럼프에 빠진 주인공이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여~"를 되새기며 잃어버린 초심(初心)을 되찾는 과정을 웃음과 눈물 속에 보여주고 있고, '레슬링 시즌'은 상대를 꺾고 싶은 욕망에서 출발해 왕따, 폭력, 사랑, 자아정체성 등 다양한 문제들을 분출하면서 한단계 성장하는 청춘들을 그린다. '이기동 체육관'은 각기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권투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는 과정에서 따뜻한 휴머니즘을 되살린다.
승부를 넘어 인생을 담고 있는 스포츠의 세계, '갱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가 '갱 있는 드라마'로 거듭나는 원천이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