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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를 옮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에 익숙했던 것들을 털어내야 하며 때로는 전에 익숙하게 하던 일들을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새롭게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수고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걱정이 이어지기 나름이며 터를 옮기기 전을 그리워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흔히 MMORPG, FPS, AOS(MOBA)를 온라인게임 시장을 지탱하는 3대 장르로 구분한다. 각기 다른 지향점을 보이며 시장 입지를 단단히 다진 장르들이다. 스마트폰 출시 이후 모바일게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PC온라인게임 수준의 게임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덩달아 늘어나던 시절, 많은 이들이 이들 세 장르를 스마트폰에서 즐길 수 있게 되길 희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모바일게임 시장에 안착한 장르는 MMORPG 뿐이다. 뮤 오리진, 리니지2 레볼루션의 흥행에 힘입어 MMORPG를 모바일게임 시장의 새로운 희망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생겼을 정도다. 하지만 MMORPG 장르보다 먼저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음에도 FPS와 AOS 장르를 모바일게임 시장의 미래 먹거리로 바라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꾸준한 도전이 이어졌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앞날은 모르는 일이기에 FPS와 AOS 장르의 모바일 도전이 실패했다는 평을 하는 것은 다소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이들 장르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으며,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MMORPG는 결과를 즐기는 게임이며,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장르다. 캐릭터 육성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며, 유저들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더욱 강력해진 캐릭터를 손에 넣게 된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장르다. 육성을 위한 반복 플레이가 많기 때문에 게임의 호흡 역시 길게 이어진다. 육상에 비유하자면 마라톤에 비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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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FPS와 AOS 같은 대전 게임들은 단거리. 그것도 100미터 달리기에 비유할 수 있다. 내가 캐릭터를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순간순간 결과가 나타나며, 승패도 빠르게 결정된다. 때문에 이들 장르는 캐릭터 컨트롤 자체를 즐기는 장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는 이러한 요소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강조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조작 난이도와 피로도를 낮추기 위한 자동전투가 모바일게임에서 해답처럼 사용되지만, 자동전투를 FPS나 AOS 장르에 적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컨트롤의 재미를 원하는 이들에게 컨트롤 요소를 덜어내는 자동전투는 존재의의 자체가 상충한다. 애초에 FPS와 AOS 장르의 팬들은 내 실력으로 적을 쓰러트리기 원하는 이들이지, 적이 쓰러지는 장면을 지켜보고만 있기를 원하는 부류가 아니다.
모바일게임이 유저의 컨트롤 여지를 최소화 시키는 식으로 계속해서 발전되고 있으며, 유저들은 이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런 경향 때문에 모바일게임 유저들이 시간이 갈수록 FPS나 AOS 장르와 멀어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게임을 즐기는 패턴에 차이가 있다. 게임을 언제든지 멈출 수 있는 MMORPG와 달리 승부가 날 때까지 일단 기기를 잡고 있어야 하는 AOS와 FPS는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 잠깐씩 게임을 시작하고 끝내길 원하는 모바일 디바이스 이용자들의 생활패턴에서 벗어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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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FPS나 AOS 장르의 성공 사례를 확인하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장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는 개발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베인글로리, 왕자영요 같은 나름의 성공사례를 남긴 모바일 AOS도 등장하고 있다.
언제쯤 이들 장르가 기기 한계를 뛰어넘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주류가 될 수 있을까. 그 때가 바로 온라인과 모바일게임 시장의 플랫폼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 될 것이다.
게임인사이트 김한준 기자 endoflife81@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