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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상호(47)가 자신만의 연기 철학, 고집, 그리고 자신감을 전했다.
영화 '똥개'(03, 곽경택 감독) '범죄의 재구성'(04, 최동훈 감독) '그때 그 사람들'(05, 임상수 감독) '너는 내 운명'(05, 박진표 감독) '잠복근무'(05, 박광춘 감독)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06, 김해곤 감독) '각설탕'(06, 이환경 감독) '타짜'(06, 강형철 감독) '국경의 남쪽'(06, 안판석 감독) '즐거운 인생'(07, 이준익 감독) '식객'(07, 전윤수 감독) '호우시절'(09, 허진호 감독) '전우치'(09, 최동훈 감독)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10, 이준익 감독) '이끼'(10, 강우석 감독) '완득이'(11, 이한 감독) '소원'(13, 이준익 감독) '해무'(14, 심성보 감독) '뷰티 인사이드'(15, 백종열 감독) '대호'(15, 박훈정 감독)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16, 권종관 감독)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16, 홍지영 감독) '조작된 도시'(17, 박광현 감독), 그리고 '보통사람'까지. 지금까지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작품만 무려 39편.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말투와 호탕한 웃음, 디테일한 생활 연기로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 김상호는 충무로 최고의 '신 스틸러'를 넘어 국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심(心) 스틸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번 신작 '보통사람'에서는 상식 없는 시대에 사명감과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기자 추재진으로 변신, 보는 이들에게 큰 위로와 뜨거운 울림을 전한다.
그는 "'범죄의 재구성'이 데뷔 초 작품인데 요즘도 가끔 TV에서 방영하더라. 지금 그 작품을 볼 때마다 너무 부끄럽다. 당시엔 최동훈 감독에게 '처음 하는 작품인데 신기하게 잘한다'라는 말도 들었고 주인공 박신양에게도 '긴장을 금방 풀고 연기한다'라는 말도 들었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서 스스로 연기를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했다. 쉽게 말해 그때 내 연기는 그저 착하게 연기하는 편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왜 그렇게 연기했나 싶기도 하다"며 "현장에서 연기한 뒤 곧바로 모니터를 보면서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고 만족하기도 한다. 그런데 영화를 완성한 뒤 개봉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관객이 본다고 생각하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창피하기도 하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이어 "배우를 꿈꾸는 지망생에겐 미안한 말이기도 한데 나는 배우 중 특히 운이 좋았던 편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주변에서 '어떻게 배우가 됐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처음엔 정말 '유명해지고 싶고 돈 많이 벌고 싶어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뒤돌아 생각해보니 운이 좋았다. 살면서 제일 잘한 선택이 직업을 배우로 선택한 것과 지금의 아내와 결혼한 것이다. 나도 내 선택이 참 신기할 정도다. 천직은 있긴 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상호는 다음 목표에 대해 "1000만 영화를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며 수줍게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좋은 작품, 좋은 감독과 작업할 기회가 많았는데 이상하게 1000만 행운만 빗겨 나가는 것 같다"며 "데뷔 초 함께한 최동훈 감독과는 '범죄의 재구성' '전우치'까지 2편을 함께 했는데 정작 1000만 영화 때는 나를 안 부르더라. 이환경 감독도 '각설탕'을 함께한 의리가 있는데 1000만 영화인 '7번방의 선물'(13) 때는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이준익 감독은 1000만 작품인 '왕의 남자'(05) 이후 나를 찾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1000만 작품과만 인연이 없는데 앞으로는 나도 1000만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김상호는 데뷔 23년간 쌓아온 자신의 연기 철학과 소신을 밝혔다. 그는 "배우를 하며 살고 있다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과 자신감은 가지고 있다. 이 직업군이 특별한 건 부인할 수 없지 않나? 나는 내가 굉장히 자랑스럽다. 그리고 나를 자랑스럽게 만들어준 배우라는 직업에 감사함을 느낀다. 늘 배우만 하면서 먹고 살고 싶다. '즐거운 인생'으로 2007년 '제28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는데 그때 '나는 밥벌이를 못 하고 살 줄 알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말 그 정도로 이 일로 밥을 못 먹고 살 줄 알았는데 어느덧 밥을 먹고 살고 있다. 기특하고 놀랍기도 하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한편, '보통사람'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손현주, 장혁, 김상호, 조달환, 라미란, 정만식, 지승현 등이 가세했고 '히어로'의 김봉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오퍼스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