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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 과연 게임산업에도?'
기회의 땅이었다
중국 게임시장 규모는 단연 세계 최고다. 중국음향디지털출판협회에 따르면 2016년 중국 게임시장 매출 규모는 1655억위안으로, 약 27조8000억원에 달한다. 전세계 게임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한국 게임시장 규모가 2016년 11조원(예상치)정도임을 감안하면 2.5배 이상이다. 특히 중국의 모바일게임 시장만으로 보면 전년 대비 59.2%나 증가하며 그 성장 속도가 타의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글로벌 게임사들이 필연적으로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는 현재도 여전히 중국에서 온라인게임 매출 상위 5위권 내에 위치해 있다. 시장 조사업체 슈퍼데이터(SUPER DATA)에 따르면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전세계 온라인게임 매출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에 이어 '크로스파이어'가 2위, '던전앤파이터'가 3위를 달린 것도 철저히 중국에서 올린 매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을 뛰어넘어 전세계 최대 ICT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한 중국 텐센트가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것이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의 퍼블리싱 덕분이란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중국 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매출의 절반을 가져가는 텐센트가 버티고 있어 두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정부의 입김은 엄청나다. FTA를 피해가기 위해 업체에 주로 구두지시를 내리고 있는데, 언제 게임 콘텐츠로 불똥이 튈지는 알 수 없다.
위기의 진원지를 탈피해야
이미 기반을 닦은 게임 외에는 중국 시장에 아예 서비스를 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중국은 온라인게임에선 초기에 한국에 뒤졌지만, 웹게임 성공을 기반으로 모바일게임 분야에선 한국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예 한국의 게임 IP를 활용해 중국에서 자체로 개발하고 있다. '뮤 오리진', '블레이드&소울 모바일' 등이 대표적이며, '미르의 전설'이나 '열혈강호', '크로스파이어' 등도 중국 게임사들에 의해 모바일게임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처럼 앞서 중국에서 인기를 모았던 한국의 온라인게임 IP 혹은 이를 기반으로 만든 신작을 제외하곤, 한국 모바일게임에 대한 중국 게임사들의 니즈는 매우 적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온라인게임에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모바일게임도 중국에서 미디어를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으로부터 '판호'(게임 유통 허가권)를 받아야 하기에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해 중국에서 228개의 외산 게임이 판호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 한국 게임은 13개에 그칠 정도였는데 이마저도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애플 앱스토어에선 판호 없이 여전히 가능하지만, 언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 출시 1개월만에 2060억원의 기록적인 매출을 올린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도 아직 판호를 받지 못해 향후 중국 서비스 출시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위기의 진원'이 되고 있는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이 참에 줄여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이 판호 제도나 사드 보복처럼 다른 나라의 정치적 상황을 악용해 자국 산업 보호정책을 여전히 강하게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 게임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정도로 성장한 것에서 보듯 무한한 '기회의 땅'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27조원 시장 규모의 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 그리고 새로운 '노다지'로 떠오르고 있는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시장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전략 수정도 필요하다. 컴투스의 모바일게임 '서머너즈워'나 펄어비스의 온라인게임 '검은사막' 등은 중국보다는 다른 시장에서 선전을 하며 글로벌 인기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일변도를 탈피하기 위해 e스포츠를 필두로 필리핀이나 태국, 브라질 등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를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임 전문가들은 "어차피 중국 모바일게임 수준이 상승하면서 국산 모바일게임으로 중국에서 중박 이상의 성공을 기록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75%의 시장을 더욱 적극 공략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글로벌 시장에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향후 중국과의 관계가 호전됐을 때 더욱 경쟁력을 가지고 다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