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트렌드100-20] 마케터 이효섭 "트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있어요."

이한나 기자

기사입력 2017-03-02 16:23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스무번째 주인공은 언제나 새로운 인사이트로 마케팅 계의 新 트렌드를 만드는 마케터 이효섭입니다.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한나 기자] "결국 트렌드는 우리가 많이 접하는 이야기, 그 속에 있다."

우리는 눈 뜨고 일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잠드는 순간까지 매일 수 천개의 브랜드를 만난다. 인터넷 곳곳에 숨어있는 팝업 광고부터 지하철 광고판, TV드라마 속 PPL, 내가 매일 확인하는 스타의 인스타그램까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짧은 순간에도 브랜드의 손길이 닿아있다. 그러나 그 수많은 브랜드 중 우리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마케팅전략을 기획한다.

파리바게트의 '북극곰 모자', 에뛰드 하우스의 산다라박X샤이니 웹드라마 '키스노트', 코오롱 스포츠 '펭귄 인형'을 기억하는가. 당신의 기억 속에 남는 단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마케터, 이효섭을 만났다.


- 마케팅이란 말을 요즘 쉽게 사용하지만 사실 그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어요. 마케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예전에는 마케팅을 광고·홍보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그 의미가 많이 확장됐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는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즉, 마케터는 소비자랑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 방법 안에는 우리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광고·홍보도 있고, BTL(미디어를 매개하지 않는 프로모션, 판매지원·유통지원·샘플링 등과 같은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하는 것), 노벨티(고효과를 위해 광고주가 고객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실용소품), 스토어 커뮤니케이션도 포함돼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모든 방법을 총 망라한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엔 마케터의 역량이 더더욱 중요해요. 단순업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들을 종합해서 브랜드의 스토리를 보여주는 역할을 해야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마케터는 스토리 텔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광고를 전공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마케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요?

광고 역시 마케팅의 일부분이에요. 어렸을 때 부터 디자인이나 미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옷에도 관심이 많았고요. 사실 저는 학자 스타일은 아니거든요.(웃음) 크리에이티브한 걸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고 그러다 마케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남에게 끌려다니는 것보다는 리드하고 싶었고 대행사에 가는 것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광고주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브랜드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 처음부터 광고로 취업하신 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첫 직장은 SPC였는데 어렸을 때 아버지 회사 때문에 잠깐 홍콩에 살았던 적이 있어서 중국어를 하는 덕분에 중국 사업부 특채로 입사했었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대표이사님과 함께 하는 미팅자리에서 브랜드의 방향성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평소 마케팅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떨지 않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고요. 거기서 눈에 띄어 광고 부서로 바로 옮길 수 있었어요. 사실 신입을 광고 분야로 뽑는 회사는 거의 없어요. 지금 생각해도 저는 운이 좋았죠.


코오롱 스포츠
-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면 기회를 잡을 수 없었을텐데 대표님 눈에 들어 부서까지 옮길 정도면 운이 좋았다기엔 능력자이신 것 같은데요? (웃음) 이제 코오롱 스포츠의 마케팅을 담당한지 2년 반 정도가 됐다고 알고 있어요. 그 사이 코오롱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죠. 뭐랄까 훨씬 친근해졌어요.

코오롱 스포츠는 한정 타겟을 가진 브랜드였어요, 아웃도어라는 특정 액티비티를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였죠. 국내 아웃도어 시장 상황에 있어서도 확장성에 대한 한계가 왔고요. 기업, 브랜드는 고객 확장을 통해서 매출을 많이 높이고 성장해 나가야 생존할 수 있는데 과연 마케팅 팀에서 조력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 생각했을때 우리 고객을 많이 늘리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소비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했고요.

그런 변화를 위해 소비자들을 모으기 위한 활동들을 많이 했어요. 요즘 트렌디한 소비자와의 접점은 BTL, 미디어 이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예전에는 프로모션을 할 때 BTL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지금은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고객들에 의해 프로모션 현장이 SNS, 미디어를 타고 공유되면서 다른 잠재고객들도 브랜드를 간접경험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이 접점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했죠.


가수 빈지노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뮤직비디오를 만든다든지, 기존의 코오롱 스포츠가 가진 이미지로는 연상되지 않는 귀여운 펭귄을 이용한 BTL 프로모션을 펼친다든지. 이렇게 다양한 접점에서 자주 소비자를 만나다 보니 브랜드 노출이 자연스럽게 많아지고 소비자들도 코오롱 스포츠라는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더 친근하게 바꾸게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어요.

- 그 중에서도 특히 안타티카 펭귄날다 캠페인은 정말 의외였어요.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건가요?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보고자 저희 제품들을 다시 들여다 봤어요. 그 중에서도 안타티카 라인은 Antarctic(남극)이라는 어원에서 가지고 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저희 FW 시즌 주력 상품이고요. 실제로 남극 대원들에게 지원하고 있는 옷이거든요. 그렇다면 '남극대원들이 안타티카를 입고 남극에서 만나는 생명체, 사물을 찾아보자! 너무 감동적이거나 진중하게 보지 말고 재미를 더해보자' 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또 '사람들이 남녀노소 떠나서 좋아할 만한게 뭐가 있을까?'를 고민했을때 지금 트렌드에는 캐릭터가 맞겠다라는 생각까지 닿았고요. 그걸 스토리로 만들어보자 싶었어요.


코오롱 스포츠
- 인형을 천마리로 만들어서 건대 커먼그라운드에서 선보인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첫 번째로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요즘 트렌드에 주목했고요. 두 번째로는 그 캐릭터가 어떤 형태로 있을 때 사람들이 열광하는가에 집중했어요. 평범한 캐릭터로 존재하는 것보다 의외성을 더하는 것이 인기있었죠. 수가 많거나 크기가 아주 크거나, 아주 작거나 하는 의외성이요. 결국 소비자들은 '일상의 관념보다도 조금 더 유니크한, 트위스트 된 어떤 것을 좋아하더라'라는 생각까지 닿았어요. 그 증거로 러버덕이 그랬고 도라에몽, 피카추 천 마리가 서울 한복판에 갑자기 나타나는 프로모션들이 그랬고요.


- 펭귄에는 오스키, 제니라는 이름도 있고 또 증정한다는 말 대신 '입양' 한다는 표현을 썼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그냥 인형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다 담았어요. 사이즈는 품에 쏙 안기는 아기, 신생아 크기로 정했고, 너무 예쁘게만 생긴 것보다 개성있게 생긴 펭귄이었으면 했고요. 너무 100% 완벽해보이면 매력없잖아요. 일부로 뒷통수도 납작하게 만들었어요. 날개에는 와이어를 넣어 자연스러운 포즈들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무엇보다도 엉덩이 부분은 팡팡! 쳤을 때 기분이 좋은 텍스처로 만들었죠. 하하.


- 그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고심을 해서 제작을 하셨군요. 그런 생각들을 하고 만들었다게 정말 놀라워요.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원초적인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포인트예요. 그런 것들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거든요. 세상에 없는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걸 재조합 하는 게 중요해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어요. 그래서 복고가 다시 유행한다든지 예전에 유행했던 아이템이 트렌디해보인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은 어떻게 보면 예전의 아이템에 지금 세태의 포인트를 더하는거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재창조하는 거고요.


- 사실 예전엔 코오롱 스포츠하면 떠오르는 타겟층은 확실히 캐릭터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보다 등산을 즐기는 어른들이었던 것 같은데. 타겟을 재정의 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타겟 자체를 재정의 했다고 하기 보다 브랜드의 코어밸류는 유지하되 우리의 고객이 아니었던 사람들도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매력 포인트들을 만든거죠. 그들이 코오롱 스포츠를 바로 사랑하게 만들기는 힘들 거예요. 기본적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던 선입견도 있고 몇 십년 동안 이어져온 '아웃도어 브랜드' 라는 그동안의 관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브랜드에 관심 가질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어 준 거예요. 어떻게 보면 코오롱 스포츠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안타티카 펭귄은 좋아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고, 코오롱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없지만 비(BEE)나 빈지노에 대한 관심이 있을 수 있는거죠. 기존의 코오롱 스포츠 이미지와 서브 컬렉션에 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거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아요요. 그렇게 되면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이 반복되잖아요. 접점이 많아지고 넓어지고, 또 깊어지면 언젠가 브랜드에 자체 대한 관점도 달라질 거라는 거죠.


코오롱 스포츠
아쉽지만 아직까지 브랜드에 대한 사랑이 늘어난 건 아니라고 봐요. 대신 코오롱 스포츠가 하는 액티비티가 재미있고 거기에 따라오는 서브 컬렉션에 대한 재미가 크니 고객들의 반응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단점으로 꼽히는 건 기존 고객들이 떠날 수 있다라는 점이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타겟을 넓히는 대신 미디어나 프로모션 등의 밸런스, 타겟 별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다양화 했기 때문에 고객 풀(pool) 자체를 확장했다고 보는 거죠.


에뛰드 하우스
- 이전에도 그런 작업들을 해왔던 걸로 알고 있어요. 에뛰드 하우스에서는 어땠나요?

출발은 되게 단순했어요. 에뛰드 하우스는 글로벌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큰 회사였거든요. 같은 조건이라면 글로벌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야 했고 국내 타겟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고객들도 아무 장애없이 볼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했죠. 그 때가 2010년대 초 였어요. 대한민국에 막 SNS 광풍이 불기 시작하고 마케팅 컨퍼런스에 가면 앞으로 유튜브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이야기 할 때였죠.


에뛰드 하우스
그때만 해도 유튜브에는 몇몇 브랜드만 TVCF를 간간히 올리던 시대였거든요. 누군가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을 수 있지만 저는 브랜드 비전에 최적화된 플랫폼이 바로 유튜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바로 착수했죠. 구글 코리아에서 말하길 유튜브에서 가장 높은 뷰수를 차지 하는 콘텐츠는 짧지 않으면서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1분 30초이상의 콘텐츠로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럼 뮤직비디오 형태로 만들어볼까?' 해서 시도했던 게 미스탠저린 뮤직비디오였어요. 우리나라 최초였죠.

그때 당시에는 정말 마케팅 비용없이 순수하게 유튜브 업로드만 했었는데도 반응이 좋았어요 또 모델이었던 산다라박의 인기 덕분도 있었고요. 그 이후 산다라박과 샤이니가 함께 한 웹드라마도 저희가 먼저 시작했죠. 지금이야 웹드라마가 흔해졌지만 그 때 당시 TVCF가 아닌 유튜브에서 그런 콘텐츠를 릴리즈 한다는 것 자체가 이슈였거든요. 결과적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죠. 마케팅의 출발지점에서 생각을 많이 해야해요. 목표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니까요.


- 그런 트렌드를 읽어내는 비결이 있을까요? 어떻게 다양한 생각들을 조합하고 트렌드를 만들어내시나요?

어렵네요. 책을 많이 읽었다고 다른 사람들 보다 판단력이 좋다고 이야기 할 수 없고,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일을 잘 하는 건 아니잖아요. 트렌드를 읽어내는 것는 어떤 능력이라기보다 그냥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 의도없이 체화된 것들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생각해요. 타고난 개인적인 성향도 일부분을 차지 한다고 생각하고요. 세상을 시각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이지 않을까요.


코오롱 스포츠
마케터로서의 능력은 얼마나 조합을 잘 하느냐예요. 또 '과연 이게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더라도 계속 생각해보면 본질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뽑아낼 수 있어야 하고요. 결국 트렌드는 우리가 많이 접하는 이야기 속에 있어요. 정치, 문화, 예술을 아우르고 관통하는 이야기, 또 언어, 억양에서 까지도요. 다양한 것들을 많이 접하고 보다 보면 우리 브랜드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과 접점을 찾을 수 있어요.


파리바게트
예전에 SPC에서 일했을 때 파리바게트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노벨티 마케팅으로 북극곰 모자를 기획했던 것도 에스토니아의 전통 모자가 올인원이었던 것을 보고 착안한 거였어요. 홀리데이 시즌의 감성을 살린 북극곰, 귀여운 캐릭터와 접목해 큰 인기를 얻었죠.

기본적으로 저는 소비재 브랜드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존에 제가 보지 못했던 환경에서 사물을 보는 것을 즐겨요. 여행, 쇼핑, 친구들하게 노는 것도 좋아하고요. 소비자가 있는 곳들은 어디든 소스가 된다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한국에도 집약적으로 트렌드들이 모이는 시장이 됐어요. 아직까지 오리지널리티는 부족하지만 굳이 외국까지 나가지 않아도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어요.


코오롱 스포츠
- 푸드에서 뷰티, 그리고 패션까지 매력적인 소비재 브랜드는 거의 다 섭렵하신 것 같은데 패션 마케터로서 스스로에게 자극이 되었던 프로젝트는 뭐였나요?

아무래도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던 캐릭터 프로모션 '안타티카 펭귄날다'가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고요. 또 '두 개의 숲, 한 개의 겨울'이라는 CF를 찍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모레퍼시픽의 헤라처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내는 CF를 만들어 보고 싶었거든요.


코오롱 스포츠
여기서 '두 개의 숲'은 '자연과 도시'를 뜻해요. 코오롱 스포츠의 안타티카 제품이 겨울철 아웃도어 액티비티뿐만 아니라 도시에서의 혹한 대비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죠. 사실 아웃도어 브랜드는 브랜드 스토리형 스토리 CF를 다루지 않아요. 대부분 제품이 기능에 초점을 맞추죠.

그러나 '두 개의 숲, 한 개의 겨울' CF는 브랜드를 일부러 설명하지도 않았고 지나치게 광고적이지도 않았어요. 아웃도어 시장에서는 전혀 새로운 카테고리의 광고였죠. 마치 평양에 맥도날드를 세운 듯한 느낌이랄까요. '되게 새롭다' 싶은. 만일 구찌나 몽클레르같은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이런 CF를 전개했다면 전혀 새롭지 않았을거예요. 그런데 코오롱스포츠가 했다는 면에서 의외성이 있는거죠.


코오롱 스포츠
- 마케터로 일하면서 겪는 고충이 있다면요?

마케터로서 일한지 10년이 넘었어요. 마케팅을 하면서 안타까운 건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판단할 때 제품의 퀄리티가 브랜드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건 아니거든요. 브랜드가 어떤 목적으로 설립되었는지 그 목적에 잘 맞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가 성공적인 브랜드인거예요. 매스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중저가 브랜드는 그에 맞는 마케팅을 했을 때 잘 하는거고, 명품은 프라이싱으로 소수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 목적이니 럭셔리 프리미엄을 잘 만들어내면 마케팅을 잘 하는거죠. 그런 의미에서 코오롱 스포츠는 많은 소비자한테 테크니컬한 제품을 소개하되 가성비를 놓치면 안되는 브랜드예요. 제품의 가격대비 높은 밸류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대중을 타겟으로 하는지의 여부가 중요한거죠.

결국 마케팅이라는 건 시장이 움직이도록 만드는 거예요. 흔히 마케팅 분야를 꿈꾼다고 하는 이들은 마케터가 굉장히 화려하고 연예인들과 친하게 지내는 그런 부분만 보는데 사실 마케터는 화려한 직업은 아니예요. 결국 시장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어떤 것을 더 해볼까, 어떤 전략으로 예산을 나눌까, 어디에 더 포션을 줄까 등 시장 상황에 맞게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운영을 하는 역할을 하는거죠.


코오롱 스포츠
- 인맥도 화려하시잖아요. 샤이니 키, 정윤기 스타일리스트, 김수현 작가까지.

마케팅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예요.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합을 이루고 만들어 내는 거죠.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관통하는 끈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마케터예요. 만약 CF를 만들고자 한다면 브랜드 스토리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감독, 스토리를 잘 만들어줄 수 있는 AE, 비주얼을 가장 잘 찍는 포토그래퍼 등 어떤 프로젝트를 가장 잘 만들어낼지를 고민해서 크루를 구성하고 그 들과 함께 만드는 거죠. 마케팅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일을 하면서 합이 잘 맞는 친구들을 만나게 돼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요.

-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진짜 우연히 다양한 브랜드에서 일해보고 나니까 어떤 게 저에게 잘 맞는지 선별이 되더라고요. 분야별로 경험하면서 논리적으로 매니징하는 경험도 많이 쌓은 것 같고요. 사물을 볼 때 색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길러진 것 같고요. 이쯤되니 다시 초반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도 생기더라고요.


어렸을 때 하고 싶었던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기도 하고요. 앞으로는 시각적인 매체를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이 지금보다 더 발달할 거라고 하잖아요. 말로 얘기하는 것보다 시각화된 커뮤니케이션, 한 장의 사진, 그 한 장의 비주얼이 내포하고 있는 것들을 얘기하는 것들이 중요해질 것 같아요.

마케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저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일도 하고 싶고요. 앞으로는 '좀 더 타깃이 넓은 브랜드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기회가 되면 도시, 국가 이미지를 포지셔닝하는 마케팅 일도 해보고 싶어요. 그러려면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죠.

hale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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