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트렌드100-21] "문화로 정신을 깨우다" 코바나컨텐츠 김건희 대표

이종현 기자

기사입력 2017-02-24 11:30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 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스물 한번째 주인공은 차별성 있는 전시로 전시계의 슈퍼스타가 된 코바나컨텐츠 김건희 대표입니다.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종현기자] 예술은 복권할 수 있을까.

슈퍼스타의 존재는 중요하다. 박지성이 그랬듯, 김연아가 그랬듯, 슈퍼스타의 등장은 대중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해당 분야를 부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스포츠, 음악, 많은 분야의 슈퍼스타가 등장한 요즘 이색적인 분야의 슈퍼스타가 눈길을 끌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지만 슈퍼스타가 존재하리라고 상상 못하는 이 분야는 바로 '전시'다.

전시는 단순히 특정 예술가나 사조에 대한 작품을 늘어놓는 행사가 아니다. 하나의 주제를 관련된 작품을 통해 메세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예술 활동이다. 따라서 전시를 기획한 기획자의 역량에 따라 같은 작품이어도 전혀 다른 메세지의 전시가 되곤 한다.


사진=코바나컨텐츠

사진=코바나컨텐츠
코바나컨텐츠는 2008년 '까르띠에 소장품전'을 시작으로 현재 전시 중인 '르코르뷔지에展'까지 색깔있는 전시로 전시기획 회사로선 이례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전시계의 슈퍼스타가 되었다. 극찬을 받은 여러 전시의 중심에 있는 건 바로 전시 기획자이자 코바나컨텐츠의 대표인 김건희다.

김건희대표는 코바나컨텐츠를 통해 대중들이 예술을 더욱 쉽고 깊게 즐길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해왔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반 고흐, 샤갈에서 부터 기자와 전문가, 그리고 예술의 전당 시상식에서 3관왕을 한 마크로스코 전시와 지금의 르코르뷔지에까지. 코바나컨텐츠와 김건희 대표가 선보인 전시는 전에 없던 기록들을 세워가고 있다.

"문화를 정신을 깨우다"가 회사의 사훈이라며 예술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김건희 대표.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이자 동시에 예술을 사랑하는 대중이기도 한 김건희를 '르코르뷔지에展'에서 만났다.


사진=셀럽스픽

-역대급 전시라는 평이 많던데, 이번 '르코르뷔지에展'전이 상당히 뿌듯하겠어요.

정말 뿌듯해요. '인생 최고의 전시다'라는 극찬도 많이 받았고요. 재작년 진행했던 마크로스코가 반응이 좋았는데 이번 르코르뷔지 전시도 그런것 같아요.

-마크로스코에서 르코르뷔지에까지 두 전시 연속 호평을 받고 있어요.

마크로스코전은 예술의 전당 시상식에서 세개 부문 삼관왕을 했어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화가 마크로스코의 전시였는데 가장 많은 관람객이 방문하셨고, 취재요청도 안했는데 취재진도 정말 많이 오셨어요. 물론 -상금도 받았죠(하하).

-이번 '르코르뷔지에展'은 현재까지 몇명이 오신건가요?

한달 지났을 때 5만명 정도가 오셨어요. 많이 온 편이죠. 특히 르코르뷔지에가 한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분이니까요. 그런데 전시회를 오셨던 분들이 감동을 받고 2~3번 방문해주신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 분들이 입소문을 내주셔서 관람객이 더 많이 오신 것 같아요.


사진=셀럽스픽
-익숙하지 않은 인물에 대한 전시라 걱정도 ?瑛 것 같은데요.

솔직히 걱정 많이 했어요. 그래도 전시를 진행한 이유는 르코르뷔지에는 현대 미술과 건축의 상징적인 인물이에요. 세계적인 현대 미술관들에서도 상시 전시를 하고 상징적인 인물로 여겨요. 그런데 한국에서 르코르뷔지-에 전시가 한 번도 안열렸었어요.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명감을 갖고 진행했죠.

르코르뷔지에에 대한 해외 반응은 한국과 다른가요?

엄청 유명한 분이죠. 뉴욕현대미술관에만 가도 르코르뷔지에의 작품 같은 경우 상시 전시를 하고있어요. 단순한 건축가가 아니라 현대 미술, 건축, 사상 등 모더니즘을 연 인물이니까요. 르코르뷔지에 없이 20세기를 논할 수 없죠.

-얼마 전 군 입대한 빅뱅 탑의 오디오 전시도 화제가 됐었어요.

10원도 안 받고 무료로 참여해줬어요. 작년 로스코 전도 그렇고 많은 연예인 분들이 서로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전시가 좋으면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고마웠죠. 많은 셀럽분들이 르코르뷔지에의 가치를 다 알기 때문에 많이 찾아 주신 것같기도 해요.


사진=탑 인스타그램
-이런 전시를 기획할 때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1년 정도 걸렸어요. 가장 중요한 스토리 구성이라는 부분에 시간이 오래걸렸죠. 전시회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많지만 한 마디로 메세지를 축약해야하잖아요.

-이번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세지는 뭔가요.

저는 르코르뷔지에의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르코르뷔지에는 스위스의 산골 라쇼드퐁 출신이에요. 파리의 엘리트들 입장에선 완전 시골 촌뜨기인거죠. 이 시골 촌뜨기가 파리라는 대도시에가서 성공하기 까지의 남다른 생각, 남다른 자취,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사람은 위대하다'가 아니고 한 사람이 이렇게 까지 남몰래 흘린 눈물, 땀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정말 건축을 위해 그린 수많은 회화와 메모가 인상적이던데요.

사실 이 전시는 메세지 전시에요. "결국 사유만이 남는다"라는 르코르비쥐에의 말 처럼 이 분은 생각을 남긴 사람이죠. 건축물 하나하나가 17개가 다 유네스코에 등재가 됐어요. 유적도 아닌 작은 콘크리트 건물이 세계 문화유산이 된거죠. 이 자체가 메세지라고 생각해요. 단 돈 천만원만있으면 지을 수 있는 르코르뷔지에의 4평짜리 집이 가장 작은 세계문화유산이 된거죠. 그 속에 담긴 정신과 사상의 가치가 인정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사진=코바나컨텐츠
-'정신'의 중요성이 이번 전시의 메세지인 거군요?

그렇죠. 저 역시도 전시를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어떤 사람의 영향력과 업적은 생각에서 부터 시작되는 거구나'. 프랑스 엘리트가 아닌 스위스 산골소년이 파리에서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요. 건축가인데도 끊임 없이 회화 연구를 하잖아요. 사람들이 "건축가가 왜 그림을 그려?" 라고 했지만 그림에서 처절한 건축적 연습과 그의 사상을 볼 수 있는 거죠.

-전시 기획자로서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내면이 얼마나 두렵고 불안해요. 잘 될 수 있을까, 저 사람이 날 좋게 봐줄까. 거장들 역시 얼마나 그게 얼마나 치열했겠어요. 인간의 힘겨움, 외로움, 고독. 이런걸 이겨낸 거장들의 프로세스를 보자는 거죠. '저 사람 나보다 더 심하구만' 하면서 위로도 되고. 그런 전시를 만들고 싶었어요.

-원래 예술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었나요.

어릴적 부터 전시 기획자를 해고 싶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하다 보니 어려운 점도 많더라고요. 일단 리스크가 엄청 크죠. 화려해보이지만 경쟁도 심해졌고요. 그래서 차별화가 되지 않으면 무모한 도전이죠. 그래서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효과적인 전시를 하자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저희 회사가 갖는 차별점에 자부심이 있어요. 근데 이런 부분을 관람객들이 많이 알아주셔서 다행이에요.


사진=셀럽스픽

사진=코바나컨텐츠
-그럼 코바나컨텐츠 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요.

예를들어 마크로스코 그림이 왜 비쌀까요. 반 고흐의 그림이 왜 유명할까요.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그 답을 줘야한다고 생각해요. 고흐 그림은 왜 유명하고,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마크로스코의 그림이 왜 유명한지를 반드시 설명할 수 있는 전시가 돼야죠. 그게 전시 기획자로서의 역할이기도 하죠.

-전시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가장 중요한 건 전시와 나와 연결이 되어있어야 해요. 나와 이 사람이 어떤 연관성이 있나. 나와 대조해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나. 그런 점에서 쉽게 전시를 구성할려고 했죠. 누구나 르코르뷔지에와 연결될 수 있게.

-전시 기획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무엇인가요.

제 전시 실력이 확 늘게된 계기가 되는 전시가 있어요. 대림미술관에서 한 슈타이들 전시에요. 독일의 전문서적을 내는 슈타이들이라는 출판사의 프로세스에 대한 전시회였어요. 출판사가 어떻게 세워지고 어떻게 출판을 하고 타이포 연구를 어떻게하고, 모든 프로세스를 전시했어요. 몇 백억짜리 작품의 전시가 아니었어요. 텍스트 하나, 복사본 하나. 이런 전시였어요. 근데 그 전시로 엄청난 정신을 느꼈죠. 그때 "만약 나같은 사람이 있다면 몇백억짜리 작품이 아니라 이런 과정과 정신을 보러 오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전시 기획자로서의 포부가 궁금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르코르뷔지에 같은 분들을 통해 하고 싶어요. 자신이 말하고 싶은 메세지를 여러 통로로 전달할 수 있잖아요. 학생들이나 사람들이 제가 쓴 글을 읽잖아요. 그러면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관람객들도 성장하시고 저도 성장할 수 있는 거죠.

overman@sportschosun.com, 사진 이정열기자 dlwjdduf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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