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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독일)=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영화감독 홍상수 그리고 배우 김민희. 한국 사회는 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불륜설을 불거져나왔다. 이를 해명하라고 했다. 둘은 입을 닫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여러가지 소문만 무성했다. 해가 바뀌었다.
'매우 가까운'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이들이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사회를 향해 던진 자신들의 답변. 그 10시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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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시작 20분전. 많은 기자들이 베를린날레 팔라스로 쏟아져들어왔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보이지 않았다. 9시 정각. 불이 꺼졌다. 영화가 시작됐다. 홍상수 감독 그리고 김민희가 사회에 들려주는 자신들의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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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주인공 영희는 배우다. 유부남인 영화 감독과 사랑에 빠졌다. 시끄러워졌다. 영희는 독일 함부르크로 떠났다. 영화의 시작이었다.
영희는 아는 언니와 함께 함부르크 공원을 거닐었다. 다리가 하나 나왔다. 영희는 갑자기 절을 했다. 벤치에 앉았다. 아는 언니는 왜 절을 했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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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이 뭐야?"
"그냥 나답게 사는 거야. 흔들리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답게 살고싶어. 그러기로 했어."
결심이었다.
"(그 사람)사랑해?"
"좋아하지. 사랑해. 그래도 너무 힘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렇게 다 걸고 하는 거 못해."
함부르크 해변. 영희는 해변에 사람 얼굴을 그렸다. 그 사람이라고 했다,
"그 사람 진짜 보고싶네. 나처럼 내 생각할까?"
강릉. 영희는 선배가 운영하는 카페에 있었다. 선배를 기다리다 담배 한개비를 물었다.노래를 불렀다.
"모르시나요 저의 마음이 왜 이런 맘으로 살게 됐는지."
술집. 영희는 선배들과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선배들 모두 영희의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사랑을 찾고 있냐는 질문이 나왔다.
"사랑을 어떻게 찾아요. 보이지 않는데. 사랑을 봐야 어디가서 찾기라도 하죠."
"저는 할 건 다 해본것 같아요. 충분히 다했어요. 죽을 때 죽고 싶어요 그냥. 가치도 없는 것들 생각하기도 싫고요. 그냥 언제든지 죽어도 돼요. 그냥 곱게 사그라들면 좋겠어요."
영희는 선배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선배도 사랑하지 못하니까 사는 것에 집착하는 거죠. 진짜 사랑을 못하니까 그거라도 얻으려고 하는 거죠?"
"사랑할 자격이 없으니까. 아니 사랑받을 자격이 없으니까. 사랑받을 자격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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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횟집. 현장 로케이션을 온 문제의 그 남자 유부남 감독과 영희가 앉았다. 연출부 스태프들과 함께였다.
"그냥 영화만 찍으려고 힘들어서."
"무슨 영화 만드실 건데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그 경험에 대해서 따라가는 영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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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영화를 만드세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서 어쩌실려고요? 무슨 한풀이라도 하실려고요?"
"한풀이? 그럴수도 있겠네."
"한이 맺히셨어요?"
"조금. 그래 내가 정상이 아니다. 그때부터."
상원의 한풀이가 이어졌다.
"벗어나야지. 후회하는 것에서 벗어나야지. 계속 후회해. 매일같이 후회해. 지긋지긋하게 후회해. 계속 후회가 되는 걸 어떻게해. 그렇게 아픈데. 계속 후회해야 되는데. 그런데 자꾸하다 보면 달콤해. 그래서 돌아가고 싶지가 않아. 계속 후회하면서."
상원은 영희에게 책을 선물했다. 한 구절을 읊었다. 자신이 찍을 영화의 시작이라고 했다.
"헤어질 때가 오는 것입니다. 그 객실 안에서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우린 둘다 자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난 그녀를 끌어안았고 그녀는 내 가슴에 몸을 맡겼습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그녀의 얼굴 어깨 그리고 눈물젖은 손에 키스를 할 때 그때 우리는 정말...불행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심장이 타버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면서 그때야 비로소 우리의 사랑을 방해한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고, 사소한 것이고, 기만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사랑을 하고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에는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행복이나 불행,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선한 행동인가 악한 행동인가라는 분별보다는 더 고상한 것, 더 중요한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 때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10여분 후 영화는 끝났다. 박수가 나왔다. 다만 그리 길지는 않았다. 20초 남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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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장에는 많은 취재진이 와있었다. 독립영화계의 최고 거장 중 한명. 여기에 불륜설의 주인공. 이슈 메이커로서의 자격조건은 충분했다.
유부남 영화 감독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의 이야기. 홍상수 감독은 평소 자전적인 내용을 영화로 만들어왔다. 때문에 이번 영화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설을 대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전적인 내용이냐는 질문이 있었다. 불륜설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이었다.
홍상수 감독은 일부러 영어로 대답했다. 한국어로 하다가는 자신의 진심을 들킬 수도 있었다. 애써 피해가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랑에 빠진 여배우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홍상수 감독은 평소 자전적인 내용을 영화로 만들어왔다. 때문에 이번 영화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설을 대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홍상수 감독은 "많은 영화 감독들이 자신의 삶을 영화 스토리에 반영한다"고는 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삶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가 하지 않는가가 차이일 뿐이다. 나는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그러나 절대 자전적인 내용을 싣지는 않는다"고 모호하게 말했다.
상원과 영희가 만나는 장면 그리고 대화에 대해서도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홍상수 감독은 "김민희 배우의 의도를 반영하지는 않았다. 내 아이디어와 내 의견이 혼합되서 나타났다"고 했다.
그래도 암시는 하나 던졌다. "나는 김민희와 매우 가까운 관계다. 의견을 들었다"고 했다. 매우 가까운 관계. 불륜설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서로의 몸짓에서도 넌지시 알 수 있었다. 김민희를 향해 영어와 독일어 질문이 날아들었다. 통역기를 사용했지만 불완전했다. 김민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홍상수 감독은 다정하게 질문의 뜻을 설명했다. 흡사 연인들 같았다. 김민희가 답할 때, 그를 바라보는 눈빛 역시 연인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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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베를린날레 팔라스트 앞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월드 프리미어였다. 한국인들은 물론 현지인들까지도 몰려들었다. 이미 각종 매체를 통해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스토리가 퍼져나간 뒤였다. 일반인들도 많이 관심을 표명했다.
상영 시작 10분전. 레드카펫에 홍상수 감독 그리고 김민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밝은 표정이었다. 김민희는 극중 영희처럼 '다시 일을 하려는' 의지가 얼굴에서 보였다. 다만 홍상수 감독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레드카펫을 밟은 뒤 극장 안으로 들어섰다. 많은 한국인 관객들이 있었다. 응원의 목소리가 컸다.
"힘내요!"
"언니 너무 예뻐요!"
영화는 끝났다. 박수가 나왔다. 언론시사회 때보다는 더 길었다. 그래도 1분을 넘지는 못했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홍상수 감독은 말을 아꼈다. 그리고 함께 출연하고 촬영했던 배우들만을 소개했다. 김민희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베를린에서 저희 영화를 상영하고 같이 여러분들과 관람하게 되서 기쁘다. 감사합니다."
여기까지였다. 판단은 관객들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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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나왔다. 관객들을 만났다. 독일이나 외국인들보다는 한국 관객들의 감상이 궁금했다. 이번 영화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한국 사회에 던진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관객들은 어떤 식으로 반응했을까. 오후 6시에 그 반응을 들었다.
"감독과 배우의 관계에 대해 논란이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가 봐도 아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됐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영화도 재미있었다. 신경쓰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자기들 얘기로 보이는 것을 만들어내서 오히려 이렇게든 저렇게든 많이 생각해달라는 느낌이 들었다. 관심이 별로 없다. 사람들이 어떻든 영화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그만큼 얘기 안 했으면 좋겠다." - 김소담(20대 여성)
"이슈를 모르고 봤으면 좋았들 것 같다. 당연히 관심 가질 수 밖에 없다. 사실 영화 자체 내용은 그냥 사람이 다 할 수 있는 고민에 대해 일상적으로 하는 얘기를 스크린에서 본 것 같다. 충분히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전달한 것 같다. 다만 꼭 그렇게 봐달라고 찍은 영화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우리의 입장이 이러니까 우리를 이해해달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상황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혜경(30대 여성)
"그걸(불륜설) 너무 내세우지 않고 누구나 자기 삶이 있고 자기 상황이 있다는 것을 스크린에 담은 것 같다. 그냥 그걸 말했다. 옳다 그르다고 아니라 그냥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그래서 좋았던 것 같다." -박율(30대 여성)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찾아보는 편은 아니다. 베를린에 왔는데 경쟁 부분에 올라왔다니까 한 번 보러 왔다. 한국에서는 현재 개인의 사생활 문제와 연결시켜서 영화를 바라보다보니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집중하지 못하고 방해가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홍상수 감독과의 영화와 비교했을 때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해준 것 같다. 사람에 따라서는 유치하게 느껴지고 독일 관객에서는 문화적인 차이로 '왜 저걸 가지고 고민하지?'라는 반응도 있더라. 한국 사람을 위한 영화라고 봤을 때 한국 사회의 윤리관념 가족의 문제에 대해 홍상수 감독 나름대로의 강한 어조로 그리고 자기 마음으로 반격하는 느낌이었다. 자기 의견을 개진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주제의식이 강하게 나온 것 같다. 다만 마지막 부분에서 한 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 다소 아쉬웠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한국 남성 관객
이번 영화는 '밤과 낮'(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13)에 이은 홍상수 감독의 세 번째 베를린 경쟁진출작이다. 국내에는 3월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