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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더킹'부터 '비정규직'까지...시국, 흥행엔 득일까 실일까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7-02-14 15:20


'판도라'(왼쪽)와 '더 킹'.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세상이 이렇게 될지 몰랐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한결 같은 말이다. 지난 해 11월부터 '확' 바뀐 정치판이 영화판까지 흔들고 있다. 웬만한 영화인들은 모두 포함된 '블랙리스트'를 차치하고라도, 개봉이 힘들 것으로 보이는 작품들이 줄줄이 개봉일을 잡는 것만 봐도 세상이 바뀌긴 바꼈다. 그럼 이런 시국은 담은 작품들의 성적은 어떨까.

이같은 시국 덕분에 가장 흥행의 단맛을 본 작품은 '판도라'다. 사실 '판도라'는 개봉이 불투명하기 까지 했다. 원전의 위험을 적나라하게 공개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국 덕분인지(?) '판도라'는 개봉일을 지난해 12월 7일로 극적으로 확정했고 450만 관객(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CGV리서치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과 12월은 극장에 관객수 자체가 줄어들었다. 10년만에 감소여서 극장 측까지 놀랄 정도였다. 서정 CGV대표는 이에 대해 "정국 불안"을 들며 "이것이 아니었다면 관람객은 2015년보다 늘어나지 않았을까 예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판도라'는 흥행에 성공했다.

배우들도 예상못한 흥행이었다. '판도라'에 출연한 정진영은 한 인터뷰에서 "사실 요즘 같은 시국은 영화가 잘 되기 어렵다. 하지만 흥행이 되지 않더라도 이번 일을 통해서 사회가 나아지면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흥행까지 성공해 관계자들을 미소짓게 했다.


'마스터'(왼쪽)와 '조작된 도시'.
가장 시국과 가까운 영화로 꼽히는 '더 킹' 역시 흥행에는 성공했다. '더 킹'은 지난 13일까지 520만 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물론 초반 '공조'를 뛰어넘는 흥행세를 계속 이어가진 못했지만 '더 킹'은 무난히 손익분기점을 넘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작품은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현재까지 '정치 검찰'에 대한 문제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시국과 가장 맞닿아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런 시국이 도움이 될지 손해가 될지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감독은 "사실 개봉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두려움은 있었다. 하지만 배우나 투자사에서 '좋은 영화를 만들면 되지'라고 용감한 선택을 해줘서 만들 수 있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조희팔을 필두로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 경쾌하게 지적한 '마스터' 역시 71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은 "영화 곳곳에 숨은 코드가 있다. 장부와 해외도피, 체포와 사면 등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부부을 많이 담으려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왼쪽)과 '재심'.

지난 9일 개봉한 '조작된 도시'도 지난 13일까지 12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조작된 도시'는 거대 권력자들의 비도덕성에 상큼한 일침을 가하는 내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시국과 관련된 영화들을 보면 '원전' '정치검찰' '정경유착' 등 현재 대한민국에서 무엇이 가장 문제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화가 오락의 기능 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기능까지 하고 있다"며 "이같은 영화의 흥행은 시국과 관련돼 관객들이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영화적 결말에 어느 정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라고 설명했다.

오는 15일과 16일엔 '악촌오거리 살인사건' 실화를 다룬 '재심'과 국정원 '댓글 알바'를 코믹하게 묘사한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이 개봉한다. 이 작품들 역시 흥행할 수 있을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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