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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국적 불문, 세대 불문, 취향 불문. 폭넓은 관객들을 두루 사로잡으며 극장가 돌풍을 일으킨 '너의 이름은.'. 주춤했던 재패니메이션의 열풍을 다시 일으킨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가 국내 팬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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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초속 5센티미터'(07) '별을 쫓는 아이'(11) '언어의 정원'(13) 등 연달아 흥행작을 터트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해 8월 26일 일본에서 '너의 이름은.'을 공개, 무려 1851만명 돌파라는 경이로운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고 이어 아시아 5개국 박스오피스 1위, 제42회 LA 비평가 협회상 애니메이션상 수상,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7% 등 재패니메이션의 새 역사를 썼다. 국내 역시 지난 1월 4일 개봉해 9일까지 358만8578명을 동원하며 애니메이션, 실사를 포함한 역대 일본영화 최고 흥행작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04,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기록을 13년 만에 갱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너의 이름은.'은 국내에서 개봉한 역대 일본영화 1위, 국내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7위에 등극한 상황. 현재 상영 중인 '너의 이름은.'의 신기록 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은 개인의 고독, 현실의 지리멸렬함에 대비되는 어린 시절에의 그리움, 성장과 이별 등의 소재를 주로 다루며 대부분 작품에서 빛과 그 효과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국내 팬들로부터 '배경왕'이라는 애칭을 받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어 그는 "'아저씨가 어떻게 여고생의 감성을 잘 아느냐?'란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단순히 젊은이들은 본인이 어른이 됐을 때 모습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로부터 어른으로 차차 변화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느꼈던 슬픔이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물론 나이를 들면서 빛이 조금씩 퇴화하긴 하지만 어린시절 마음이 남아있을 것이다. 나 역시 청소년 때 느꼈던 아픔이나 기쁨이 있다. 그때 느낀 것을 기억하면서 시나리오를 쓴다. 옛날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쓰는 것에 대해 지금의 젊은 관객이 공감해 주는 것에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한국 관객이 지어준 별명 중 '커플 브레이커'가 인상적이었다고. 그는 "한국 관객이 나를 두고 '커플 브레이커'라고 불러주더라. '커플 브레이커'라고 애칭을 지어준 것에 대해 인상 깊었다. '커플 브레이커'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농을 던졌다.
또한 지난 내한 당시 샤이니 멤버 종현과 만남을 떠올리며 "지난 내한 때 종현을 만났는데 굉장히 멋졌다. 그들의 노래로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망상도 해봤다"며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사실 나와 함께 일하는 스태프 중 한국 스태프도 있다. 영상이나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한국 스태프는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우리 스튜디오 메인 스태프 중에서도 한국의 여성 스태프가 있다. 작화를 하는 과정에서도 한국으로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다. '너의 이름은.' 역시 작화를 한국에서 담당했다"고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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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재관람으로 인한 옥에 티 발견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고백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 도시락을 먹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때 도시락의 유통기한이 장면에 잡힌다. 도시락을 먹는 시점과 맞지 않는 옥에 티가 발생했다. 수십번 본 관객들이 그런 지점을 지적할 때마다 당황스럽다. 그런 분들을 생각하면 조금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고 머쓱해 했다. 이어 "다음부터는 더 많이 조심해서 옥에 티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겠다. 한·일 양국의 관객이 이렇게 많이 봐주고 옥에 티를 체크할지 상상도 못 했다. DVD를 발매하기 전 옥에 티를 참고해 수정하겠다.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쾌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영화의 모티브가 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국내에서는 참담한 비극으로 기억되는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해서도 진솔한 생각을 전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자연재해에 대해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은 소년과 소녀가 만나는 기본 틀을 가지고 만든 작품이다. 이 영화를 통해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가 만나지 않았던 사람 중에 굉장히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고 혹시 잠깐 마주친 사람도 내게 굉장한 행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며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과 일본에서 이렇게 많은 분이 영화를 사랑해 주신 데는 자연재해, 지진, 태풍, 세월호 참사 같은 것이 우리의 기억 속에 강하기 남았기 때문인 것 같다. 재해에 대한 기억은 굉장히 슬픈 기억이긴 하지만 우리가 이 영화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고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조금이나마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긴다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차기작에 관한 생각도 고백했다. 그는 "다음 작품에 이제 막 고민을 시작했다. 그래서 다음 작품 이야기를 할 때면 조급함과 압박감을 느낀다. '너의 이름은.'이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다. 다음 작품도 상업성, 오락성이 강한 작품을 만들 것 같다. 물론 '너의 이름은.'과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것 같다"며 "'너의 이름은.'은 생각지도 못한 사랑을 받았지만 다음 작품도 이만큼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제작 방식 변화에 대해 "초기 1인 제작을 했는데 지금은 내게 많은 스태프가 생겼다. 그래서 다시 1인 제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혼자서 영화를 만든다면 길이도 짧고 굉장히 작은 세계관이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솔직히 그런 작품을 지금의 관객이 좋아할지 자신이 없다"며 "지금 내가 만든 영화가 안 팔리면 혼자 다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도 있고 굉장히 나이가 많이 먹어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을 때 혼자 만들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스태프들과 팀워크를 발휘하며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너의 이름은.'은 카미키 류노스케, 카미시라이시 모네, 나리타 료, 유우키 아오이 등이 더빙에 참여하고 '언어의 정원' '별을 쫓는 아이:아가르타의 전설'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연출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너의 이름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 '언어의 정원' 스틸 및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