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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정식 출시된지 2주밖에 되지 않는 '포켓몬 고(GO)'의 열풍이 예상보다 뜨겁다.
사실 글로벌적으로도 인기가 한풀 꺾인 상태인데다, 특별한 콘텐츠 탑재 없이 설 연휴를 앞두고 갑자기 국내 출시를 발표했을 때 의혹의 시각이 많았다. 게임 개발사인 나이언틱의 데니스 황 디자인총괄이사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스타트업 수준의 회사라 한국어와 지도 대응이 늦었다"고 지각 출시를 해명했지만, 지난해 11월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을 '포켓몬 고' 서비스의 연계가 부각되면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없이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국내 유저들은 아랑곳없이 게임에 열광했다. 가상의 포켓몬이 출몰하는 곳은 어김없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포켓스톱'과 '체육관' 등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수단이나 대결이 가능한 지역은 일종의 성지가 되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포켓몬 고' 출시 이후에 경복궁 일평균 입장객이 1월 평균에 비해 3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세권'(포켓몬 고와 역세권의 합성어), '포케코노미'(포켓몬 고가 창출한 경제효과) 등의 말이 등장할 정도이다.
아직 2주밖에 지나지 않았고, 해외 사례로 봤을 때 열풍은 곧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포켓몬 고'의 국내 출시는 한국 게임산업계에 또 한번 신선한 자극을 던지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RPG 위주 개발에만 몰두하고, 확률형 아이템 이외엔 이렇다 할 수익모델이 없는 상태에서 '포켓몬 고'는 향후 게임 개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게임 전문가들은 "10~20대가 열광한 '포켓몬스터'라는 히트 IP가 인기의 근본 원인이지만, 이를 잘 모르는 국내 30대 이상이 전체 이용자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포켓몬 고'는 게임의 외연을 넓히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또 향후 AR, VR(가상현실), IoT(사물인터넷) 등의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교육 문화 의료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 콘텐츠가 활용될 것은 더욱 분명해졌다. 이에 대한 치밀한 연구개발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