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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마지막에 웃는거야, 우는거야"
특히 엄기준은 1인2역 쌍둥이 역을 오가며 반듯한 기업인과 싸이코패스 망나니를 소름끼치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유능한 검사와 절망에 빠져 발버둥치는 사형수를 처절하게 연기한 갓지성과 거대한 쌍벽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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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전, 두 사람의 지독한 악연은 시민들을 공포와 불안으로 떨게 만들 한 살인사건에서 비롯됐다.
국내 대표 기업 차명그룹의 사고뭉치 차남 차민호(엄기준)는 한 여성을 잔인하게 죽음으로 몰아넣고 박정우 검사에 의해 구속 위기에 몰렸다. 결국 '징역 15년' 위기에 몰린 차민호는 반듯한 경영인이자 쌍둥이 형 차선호(엄기준)을 살해하는 패륜을 저질렀고, 자신이 형을 대신하며 수렁에서 벗어났다. 전 여자친구였던 형수(엄현경)에게도 "아이 아빠가 누구인지, 형은 속여도 나는 못속인다"며 위협하며 입을 다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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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준의 연기는 60분 내내 스산하고 살벌했다. 자신의 집을 따라온 여성을 살해하려는 장면에서는 골프채를 끌고다니며 특유의 웃음 가득한 싸이코패스 연기로 시청자들의 심장을 쥐어 짰다. 또한 자수를 권하는 형을 해치는 장면에서는 미안함에 몸을 떨면서도 끝까지 악을 행하는 광기 어린 연기로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극과 극의 쌍둥이 형제 캐릭터를 확실하게 오간 엄기준의 능수능란함도 또 한번 칭찬할 부분이다. 머리 가르마와 안경 소품 하나로 건실한 기업인과 망나니 재벌2세를 연기하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했다.
마지막 엔딩은 압권이었다. 수술을 끝마친 형이 숨이 붙어 살아 돌아오자 당황하다가 형이 끝내 숨을 거두자 "민호야"를 부르며 오열했다. 흐느끼는 등에서 돌아와 클로즈업으로 잡힌 그의 표정은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싸이코패스의 그것이었기에 소름을 유발했다.
지성과 엄기준의 연기로 꽉꽉 채운 '피고인' 첫방송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향후 펼쳐질 '절대 선'과 '절대 악'의 확고한 대치가 기대를 유발했다.
시청자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연기 신들의 향연", "보는 내내 소름" 등의 반응을 보이며 믿고보는 배우들의 다음 열연을 기대하고 있다.
ly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