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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왕 역할이 줄줄이 들어오니 저는 제가 왕 스타일인 줄 알았죠. 웬걸? 씨종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김상중은 조선 시대 가장 천한 계급인 씨종(대대로 내려가며 종노릇을 하는 사람), 아모개 역을 맡았다. 아모개는 글공부를 하고자 하는 큰아들 길현과 역사(뛰어나게 힘이 센 사람)인 둘째 아들 길동을 온전히 키우고자 씨종의 운명을 거스르는 인물이다.
아무렇게나 틀어 올린 머리, 비루한 옷차림, 얼기설기한 짚신 차림의 김상중(아모개 역)은 분명 낯설다. 사극 속 김상중은 늘 사회 지도층이었기 때문이다. 2002년 '제국의 아침'에서는 광종을, 2006년 영화 '한반도'에서는 고종을, 2007년 '정조암살미스터리'에서는 정조를 연기했고 가장 최근작인 '징비록'(2015)에서도 서애 류성룡을 맡아 충심으로 가득 찬 영의정의 모습을 보여줬다.
노비를 연기하는 고충도 공개했다. "사극을 그렇게 많이 했지만 짚신은 처음 신어봤다. 짚신이 한기를 쭉쭉 빨아들이더라. 발이 시려 고생 중이다. 또 왕 역할을 할 때는 스태프들이 옷을 다 입혀줬는데, 노비 역할을 하니 옷도 스스로 입어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거추장스러운 양반 옷만 입다가 노비 옷을 입으니 화장실 갈 때는 편하다"며 웃었다.
"씨종을 표현하기 위해 사투리 연기에 특히 신경 쓰고 있다"는 김상중은 실제로 촬영 대기 시간에 스태프와도 사투리로 대화하거나 홀로 대사를 되뇌었다.
김상중은 "아모개는 씨종이면서도 한 여성의 남편이고, 세 아이의 아버지이며, 민초의 우두머리이다. 아모개의 여러 가지 면모 가운데서도 부성애에 힘을 줘 연기하고 있다. '역적'이 부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드라마는 흙수저지만 민심을 얻는 데 성공한 홍길동(윤균상 분)과 금수저임에도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연산(김지석 분)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짚어낸다.
연출은 '킬미, 힐미'와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의 김진만 감독이 맡았고, 극본은 '절정', '제왕의 딸 수백향'의 황진영 작가가 집필했다. 김상중, 윤균상(홍길동 역), 김지석(연산 역), 이하늬(장녹수 역), 채수빈(송가령 역)이 출연한다.
씨종으로 변신한 김상중의 모습은 이달 30일 밤 10시에 베일을 벗는다.
anjee8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