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조인성(36)이 "웃자고 만든 영화가 현실이 돼 당황스럽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출연했다 하면 시청률 대박을 터트렸던 드라마와 달리 충무로에서의 조인성은 만나기 쉽지 않은 배우인 게 사실. 조인성은 2002년 개봉한 한국·홍콩·일본 합작영화 '화장실 어디에요?'(프룻 챈 감독)로 시작해 '마들렌'(03, 박광춘 감독) '클래식'(03, 곽재용 감독) '남남북녀'(03, 정초신 감독) '비열한 거리'(06, 유하 감독) '쌍화점'(08, 유하 감독) 등 단 여섯 작품의 필모그래피가 전부였다. 영화에서 좀처럼 만나볼 수 없었던 조인성. 이런 그가 '쌍화점' 이후 9년 만에 '더 킹'으로 관객을 찾아 나서 관심을 모았다.
조인성은 '더 킹'에서 삼류 인생 아버지 밑에서 불량 고등학생으로 자란 박태수를 연기했다. 검사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진정한 권력에 대한 동경을 갖게 되는 박태수는 우여곡절 끝에 사시패스에 성공하나 일반 샐러리맨과 다를 바 없는 검사 생활에 실망하는 인물. 그러던 중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게 되고 그의 라인을 타고 승승장구하는 드라마틱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조인성은 "사실 '더 킹'을 촬영 할 때까지만 해도 시국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우리는 처음부터 '더 킹'을 풍자하려고 만든 건데 갑자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더라. 웃자고 만든 이야기가 실제로 펼쳐지니 웃을 수만은 없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우리는 촬영할 때 웃길려고 만든 장면인데 지금 보니 웃기지가 않더라. 화제가 됐던 굿 장면도 우리는 촬영 할 때 '이 장면이 너무 웃기다'며 촬영하면서도 박장대소하며 찍었다. 촬영할 때 관객 반응을 예상하며 '진짜 여기서 웃음이 빵 터질거야' '정우성과 조인성이 샤머니즘과 콜라보레이션을 한다는 게 진짜 웃기지 않아?'라며 기대를 많이 했다. 지금은 그렇게 기대했던 생각과 전혀 달라졌다. 영화를 리얼하게 본다기 보다는 우리만 생각하는 일이었고 이게 웃음을 터트려야 하는데 이미 사람도 알고 있어 웃음이 터지지 않으니까 당황스럽기도 하다. 김이 샌 기분이다"며 "특히 우리 영화를 보면서 우병우 사태와 많이 연관짓는데 어쩔 때는 익숙한게 좋지 않나? 블랙코미디가 리얼다큐가 됐다"고 털어놨다.
또한 얼마전 보도된 '더 킹'의 검찰 감시에 대해 "직접 감시를 당한 적은 없다. 만약 혹시 '더 킹' 개봉 후 내가 검찰의 감시를 받게 된다면 관객들이 지켜줬으면 좋겠다. 관객이 지켜줄 것 같다"고 웃었다.
한편,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한 남자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를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극이다.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김의성, 김아중이 가세했고 '관상' '우아한 세계' '연애의 목적'의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8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