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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에릭부터 문희경까지, 예능에서 발견한 장인정신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6-12-21 15:59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한땀 한땀 정성으로 예능을 수놓는 이들이 있다.

'예능감'이라는 말처럼 예능은 특유의 순발력과 재치가 필수인 영역. 남들과는 다른 엉뚱함이나 독특한 발상도 환영이다.

하지만 때론 성실함과 노력으로 예능감을 뛰어 넘는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는 이들도 있다. 입담은 비록 담백하지만 순수한 열정과 꾸준함을 무기로 사랑받는 '예능 장인'들이다.

중견배우 문희경을 떠올리면 이제 힙합을 빼놓을 수 없다. 문희경은 JTBC '힙합의 민족'에 출연해 힙합에 도전, 편견과 세대차를 깨부수며 놀라움을 선사했다. 훌륭한 무대 매너에 영어 랩까지 완벽 소화하며 래퍼들이 뽑은 '할미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출연자가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진 시즌2에도 재도전, 하드코어 힙합 무대까지 마스터하는 실력으로 매회 반전을 만들어 냈다. 비록 지난 19일 방송에서 세미파이널으로 가기 위한 대결에서 탈락했지만, 한계를 뛰어넘은 그녀의 무대는 감동을 전달했고, '누구나 힙합을 즐길 수 있다'는 프로그램이 지닌 기획의도를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문희경은 이날 "제가 나이가 많아서 다들 응원해주시는 것 같다"라며 "댓글을 읽어봤는데 감명 깊었던 게,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도 행복한 취미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댓글들이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제가 고향이 제주도다. 제주도 청소년 힙합 페스티벌이 있는데 저를 심사위원으로 초대해주셨다"라는 후일담으로 예능을 통해 인생의 2막을 연 그의 행보를 기대케 했다.

지난 15일 방송을 시작한 Mnet '골든탬버린'에서 심형탁 또한 순수한 열정으로 완성한 무대를 선보였다. 기존 가창 위주의 음악예능과 달리 '흥 배틀'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는 '골든탬버린'은 고정 멤버인 탬버린 4인방(이하 T4), 유세윤, 심형탁, 조권, 최유정과 매주 이들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스타X절친'들의 흥 대결로 꾸며진다.

가수인 조권과 최유정,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유세윤과 달리 심형탁은 그야말로 '흥' 하나만으로 T4에 합류한 상황. 그럼에도 제작진과 멤버들은 그런 그에게 파이널 격인 일명 '탬버린 결정전' 무대를 맡겼다. 비록 가창력에서는 첫 게스트인 god를 결코 넘어 설 수 없었지만, 무대의상 속에 도라에몽 티셔츠라도 숨겨 입은 것인지 '흥' 하나로 모든 것을 커버하며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특히 심형탁은 박진영의 비닐 바지까지 재연하며 '날 떠나지마'를 받아 91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무대 전 공개된 연습 영상에서는 몸치인 그가 대결 직전까지 안무를 맞추느라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담겨 눈길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T4 단체 무대에서는 빅뱅의 탑으로 완벽 변신해 속사포 랩까지 소화, 박치인 그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엿보게 했다.


에릭 또한 조금은 느리지만 정직한 레시피로 시청자의 마음을 훔쳤다. 에릭은 정성이 가득한 요리로 tvN '삼시세끼-어촌편3'를 맛의 향연으로 이끌었다. '차줌마' 차승원을 위협하는 '요리천재'로 주목 받고 있는 에릭은 파스타부터 호박죽, 짜장밥, 활어회까지 다채로운 메뉴가 펼쳐지는 세끼 만찬은 매회 화제다.

'버퍼릭'이라는 자막처럼 어쩌면 요리보다는 다음에 할 일과 분량을 계산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하지만, 그의 담담하고 묵묵히 만들어 내는 그의 슬로푸드는 '삼시세끼'의 초심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에릭의 요리가 쿡방이 흔해진 요즘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배워가는 요리사라는 점에서 차별화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자정이 넘어서 저녁을 먹어야 했던 세끼하우스지만 에릭은 시행착오 속에 차분하게 속도를 높여갔다. 재료를 미리 손질해 순서대로 정리해 요리를 한다거나, 직접 다음 요리에 사용할 식재료를 챙겨 오는가하면, 수산시장에 가서 장어 손질법을 배워오는 그의 열정은 시청자에게 쿡방의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줬다.


SBS '씬스틸러-드라마전쟁' 첫회는 그야말로 이규한의 재발견이었다. 이미 MBC '나혼자산다', JTBC '아는형님' 등에 출연해 예능감을 인정받은 이규한이었지만, 숨막히는 애드리브 전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연기력을 그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이규한은 '몰래드라마'에서 동성연인 설정으로 등장한 정준하에 맞서 즉석 연기를 펼치는가하면, 영화 '하녀'를 패러디한 상황극에서 시시각각 찾아오는 공격에 애드리브로 대처해야 했다. 하녀 전도연으로 분한 김신영을 비롯해 최은경과 황석정의 연이은 공격에 점점 막장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스토리를 이어나갔다. 아들을 자처하는 선배 연기자 김병옥의 등장에 예측불가 애드리브로 유쾌한 엔딩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달달, 웃음, 강렬함을 넘나들며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이규한은 두 극을 마친 후, 세트 한 쪽에 주저앉아 너덜너덜 해진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김정태에게 밀가루를 맞고 허탈한 표정으로 "저는 먼저 집에 가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웃음을 자아냄과 동시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그의 열정을 느끼게 했다.

이처럼 화려한 언변이나 남다른 에피소드가 아니더라도, 반전 매력과 꾸준한 노력으로 예능을 채워가는 장인들의 활약. 이는 예능의 색다른 묘미로 자리잡고 있으며, 덕분에 기존 예능과는 또 다른 웃음과 감동이 쏠쏠하다.

ran613@sportschosun.com, 사진=tvN, Mnet,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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