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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비즈니스는 냉정하게
'리니지 레드나이츠'(이하 레드나이츠)와 '리니지2 레볼루션'(이하 레볼루션)은 사실 예정대로라면 12월 맞대결은 피했을 것이다. '레드나이츠'는 올 상반기, '레볼루션'은 올 3분기쯤 출시를 예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최장수 인기 온라인게임 '리니지' IP라는 상징성, 여기에 좀 더 완벽한 게임을 만들기 위한 두 회사의 은근한 경쟁이 더해지면서 일주일 간격으로 맞붙었다.
아무래도 '레드나이츠'의 경우는 캐주얼한 SD(2등신 혹은 3등신으로 표현한 기법)캐릭터가 나오면서 접근성을 강조한 것에 비해, '레볼루션'은 '리니지2'를 모바일에 그대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정통성이 뛰어나다보니 하드코어 유저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것에선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반면 구글플레이 기준으로 '레드나이츠'는 5점 만점에 4.4점의 평점을 받는 것이 비해 '레볼루션'은 2.8점에 그치며 유저들은 '레드나이츠'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리니지'의 인기를 모바일까지 이어간다는 측면에선 맞대결이 나을 수 있지만, 결국 매출면에선 치열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두 회사는 모바일게임 '아덴'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아덴'이 '리니지' IP를 차용한 모작이라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 게임을 만든 잇츠게임을 넷마블이 인수하면서 소송의 당사자가 된 것이다. 게다가 내년 '리니지'의 정통 버전인 '리니지 모바일'의 출시를 앞두고 있어 더욱 중요하다. 엔씨소프트는 개발중이었던 '리니지3'의 콘텐츠를 그대로 활용했다는 이유로 온라인게임 '테라'의 개발사와 개발자를 상대로 무려 6년간의 민형사 소송을 펼쳤을 정도로 저작권 수호에 관해선 단호한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냉정함을 넷마블에 끝까지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 할 수 있다.
협력은 열정적으로
그 이유는 단연 두 회사의 밀접한 관계 때문이다. 엔씨소프트가 넥슨과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펼치고 있던 지난해 2월 넷마블은 '백기사'로 등장, 엔씨소프트의 지분 8.89%를 3911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이에 화답해 엔씨소프트는 3802억원을 투자, 넷마블의 지분 9.8%를 확보하며 두 회사는 관계사가 됐다.
이로써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3대 주주, 그리고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의 4대 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양 사는 서로의 IP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는데, '레볼루션'이 그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넷마블은 내년 초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거래소는 넷마블의 상장 예비심사 적격 판정을 내렸기에 순조로운 행보가 예상된다. 넷마블의 코스피 상장은 의미가 크다. 게임사 가운데 코스피에 직상장을 예고하는 회사는 넷마블이 처음이다. 엔씨소프트도 2000년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2003년에 코스피로 이전했다. 넷마블은 시장에서 최소 7조, 최대 10조원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이럴 경우 엔씨소프트(16일 현재 5조7893억원)의 시총을 단번에 뛰어넘어 게임사 가운데 독보적인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엔씨소프트로선 2위로 떨어지기에 아쉬울 수 있지만, 3802억원의 지분가치가 최대 9800억원으로 2.5배 이상 폭등할 수 있기에 넷마블의 상장을 열정적으로 응원해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소송이 치열하게 전개될 경우 상장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기에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
게임 전문가들은 "온라인게임의 최강자인 엔씨소프트, 그리고 모바일게임의 선두주자인 넷마블의 '따로, 또 같이'의 행보는 향후 국내 게임산업뿐 아니라 증권시장에서의 관심까지 모으는 빅이슈임은 분명하다"라며 "레드오션화 되면서 좀처럼 신작이 관심을 못 받는 현재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레드나이츠'와 '레볼루션'의 동시 등장과 인기몰이도 반가운 소식이다. 두 회사의 경쟁과 협력이 시너지 효과를 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