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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은위', 뮤지션 이적이 '과연' 링고스타를 몰라봤을까

박현택 기자

기사입력 2016-12-05 09:00



[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누군가를 속이는 것과, 속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재밌다. 하지만 속는 사람이 속인다는 사실을 알아챈다면, 재미는 거기서 끝.

4일 첫 선을 보인 MBC '일밤 -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위험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했다. 첫 방송에서 설현은 찜질방에서 타로카드 방송을 진행했고, 자신의 점괘가 연신 현실이 되는 '기막힌' 상황에 속았다. 또한 이적은 이적·강민경과의 식사 자리에서 내한 스타, 비틀스의 링고스타를 만났고, 변장한 인물인 것을 모른 채 '제물'이 됐다. 지인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MC들의 노련함과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 또한 과거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와의 차별성을 추구한 구성이 돋보였던 첫 방송.

뮤지션 이적은 링고스타의 얼굴을 안다

6.8%(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로 선방했지만, 우려의 요소는 있다. 아쉽게도 2016년의 연예인들은 순진하지 않다. 어린 아이돌조차 산전수전을 겪으며 생겨난 '눈치'가 있다. 설사 절친, 또는 멤버까지 합세해 속이려 들어도, 미묘한 분위기의 차이만으로도 의심을 품을 수 있다. 하물며 이적이 과연 '링고스타'를 몰라봤을까. 특수 분장은 90년대의 그것과 변반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는 대학교수 '케빈'인 그가 레스토랑에 등장하고 존박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 이적이 속았을 지 의문. 꼭 '티 나는' 분장이 아니더라도이적이 그 기막힌 상황 설정에 고스란히 당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결국 시청자들은 이적이 ''몰카'임을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임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이 치명적이듯, 어설픈 속임수와 이를 눈치챈 출연자의 '연기'는 프로그램 폐지의 길이다. 연예인들이 더 이상 순진하지 않은 만큼, 시청자들도 과거에 비해 훨씬 예리해졌기 때문.


잘되면 잘되는 대로 걱정

미래도 걱정이다. 출연자가 의심을 품는 순간 발휘되는 윤종신·이수근 등의 순발력은 믿을 만 하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5명의 '고정 MC'를 가졌다는 점에서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속이려고 드는 사람(윤종신·이수근·존박·이국주·김희철)이 뻔히 공개돼 있는데,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함께 높아질 '의심의 벽'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것. 과거 이경규는 전면부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스튜디오에 숨어 있다가 오직 '마지막'에만 등장했다.

이에대해 윤종신은 앞선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제작발표회에서 "그 점에 대해 회의를 많이 했다. 아무래도 프로그램이 잘 될수록 속이기 어려울 것이다"라며 "하지만 다행히 5MC보다는 주로 '의뢰인'이 속이는 방식이라서 오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수근은 "코미디언으로 오래 살다보니, 순간순간 아이디어를 짜내는 대처 능력은 자신있다"며 "속는 분이 중간에 알아차리는 위험이 있겠지만, 즉석으로 상황을 만들어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자신감이 현실이 되어 이국주는 슬리피를, 이수근은 강호동을, 윤종신은 김영철을 속일 수 있을 정도가 되길 기대해 본다.

매주 일요일 오후 6시 45분 방송.

ssale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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